축구 동호회의 ‘달인’들… 2009년 창단, 43명 회원 활동
매주 수·일요일 담금질, 여유·관록으로 후배들 독려

특정분야에서 특출난 능력을 일컬어 우리는 흔히 ‘달인’이라 부른다. 생활체육도 마찬가지이다. 아마추어들 중에서도 돋보이는 실력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경우가 있는데 영암의 생활체육 종목 중 축구에서는 달인들만 모여 있는 팀이 있다. 바로 영암OB축구클럽이다.

평균 연령대는 50대를 훌쩍 넘어서지만 구력만 놓고 본다면 평균 20여년으로 축구공과 인생의 희노애락을 함께한 달인들이다.
지난 2009년 창단 이래 지금까지 매주 수요일과 일요일이면 회원들은 어김없이 영암군 종합운동장으로 모인다. 클럽에 소속된 회원은 43명으로 연습 때마다 50%이상의 회원들이 어김없이 운동장에 집결한다. 회원들은 농민을 비롯해 자영업자, 건설업자, 공무원 등 다양한 직종에서 일하지만 축구에 대한 열정과 애정은 모두가 한마음이다.

OB팀 선수들의 구성원은 50대를 중심으로 60대. 70대까지 이루어져 있다. 연령층이 높은 이유는 생활체육대회규정상 연령대별로 출전팀이 나뉘는 것을 감안해 팀을 꾸렸기 때문이다. OB팀이 없었던 이전에는 시도대항전에 급하게 팀을 꾸려 나가다보니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
하지만 OB팀이 홍권순 초대회장을 중심으로 창단한 뒤 지역의 50대 이상 축구동호인들이 한 곳에서 모여 호흡을 맞추면서 실력도 일취월장했다.
전국대회 급인 화순 고인돌배전국 축구대회(2011년)에서 3위를 입상한 것을 비롯해 지난해 진도에서 열린 도지사배 축구대회에서도 8강까지 오르는 등 수준 높은 실력을 뽐내고 있다. 지역에서는 아무리 젊은 팀이라도 OB팀은 껄끄럽다. 달리기나 순발력은 젊은 동호인들에게 밀릴지 모르지만 수 십 년간 축구와 동고동락해 오며 갈고 닦은 구력에서 나오는 노련함이 젊은 패기를 압도하기 때문이다.
한 회원은 “축구를 좋아하니 알게 되고 알게 되니 즐기게 된 게 벌써 30년이 넘었다”며 “세월이 흐르면서 머리는 벗겨지고 배는 나왔지만 30년 전 축구를 접했을 때의 느낌과 지금도 변함없이 축구화를 동여맬 때 마다 설렌다”고 말했다. OB팀에 소속된 회원들이 축구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깊은지를 알 수 있는 한 마디였다.
영암OB팀이 가장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는 것이 바로 어느 스포츠 어느 팀과 견줘 결코 뒤 떨어짐이 없는 팀워크다. OB축구회의 회원들은 기존 다른 축구클럽에서 활동을 하면서 팀워크를 다지는 일에 단련돼있고 베테랑들만 모였기 때문인지 웬만한 위기는 술술 해결해 나가기 때문이다. 오일봉 회장은 “우리의 목적은 평소에 축구를 통해서 건강을 유지하면서 부상자 없는 축구, 상대방을 배려하는 축구를 하는 것”이라며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젊은 축구동호인들에게 모범이 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외지인들에게 깨끗한 영암의 이미지를 전달하는 것도 우리와 같은 베테랑들이 해야 할 몫이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에는 내년에 영암에서 열릴 전남체전에 축구동호인들의 많은 참여를 위해 각종 대회에 동참하며 인맥(?)관리에 나서는 등 민간대사 역할도 톡톡히 해나가고 있다.
하지만 각종 대회에 참가하면서 절실하게 느낀 점도 있다. 바로 얇은 선수층이었다. 각종 시군대항전에서 번번히 영암OB팀의 발목을 잡은 것은 체력이었다. 앞서고 있다 손 치더라도 후반전에는 급격하게 체력이 떨어지는 바람에 지는 경기도 더러 있었다.
대 도시의 동호회의 경우 선수층이 두텁다보니 라운드 별로 라인업을 완전히 바꾸고 출전할 정도지만 영암OB팀은 제한된 선수로 경기를 치르다보니 힘에 부치는 경우가 많다.
이에 OB팀의 현재 당면과제는 신규 회원 영입이다. 다만, OB축구클럽은 축구실력보다는 회원들과 화합하고 단합을 더 중요시 하기 때문에 신입회원을 받는 과정에서 상당히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신입회원의 경우 3개월동안 임시로 가입시키고 활동내용을 살펴본다. 3개월 이후 기존 회원들이 신입회원의 활동내용과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며 기존 회원들과 잘 융화가 될 수 있을 것인가를 판단해 가입을 허락한다. 이는 박지성과 같은 대선수가 온다 할 지라도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이다. 물론, 실제로 이러한 상황이 발생된다면 특별한 혜택이 주어질 수 있겠지만 기존 회원들이 항상 열려 있는 마음으로 신입회원을 대하고 부담을 갖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은 변하지 않는 불변의 법칙이다.
전임 최영귀 회장은 “비교적 높은 연령을 가진 팀이다 보니 젊은 팀과 게임을 뛰다보면 상대하기 벅찬 것도 사실이지만 축구 자체를 사랑하고 이 나이에도 젊은 친구들과 뒤엉켜 뛸 수 있다는 것이 행복이다”며 “격렬하게 부딪치고 함께 어울리며 땀을 흠뻑 흘리면서 얻는 쾌감을 얻는데는 축구만한 운동이 없다”고 말했다. 영암OB축구회 가입문의는 박찬록 사무국장 010-3645-4404, 박월동 감독 010-3605-1126으로 하면 된다. 회비는 연 18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