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대명절 추석이 2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조선업 불황의 파고에 생사의 갈림길에 놓여 있는 대불산단은 한숨소리가 깊어지고 있다.
선박 블록 등을 생산하는 기자재 업체 264곳이 입주한 이곳은 업체 수로 국내 최대 조선산업 집적지이지만 요즘의 생산과 고용 사정은 악화일로에 놓여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대불지사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2조214억원이던 총매출은 올 상반기 5,586억원으로 줄었다. 기자재 업체 6곳은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고 12곳은 휴업 중이다. 2012년 1만2000명 이상이던 고용인력은 8,400명으로 줄었다.
특히 최근 반 년 새 2000여명의 근로자가 실직했다. 최근 구조조정을 단행했던 현대삼호중공업까지 합치면 그 수가 4,000여명에 달한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이다. 문제는 현재보다 앞으로가 더 심각하다. 정부에서는 대불산단 기업의 약 30%가 추가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압박하고 있다.
결국 더 많은 회사가 문을 닫고 근로자들이 실업자가 되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상황이 악화일로에 놓이면서 협력업체들은 허리 띠 졸라매기에 나서고 있다. 일당제로 주어지던 임금을 시간제로 전환하고 신규투자와 경비를 삭감하는 등의 자구책 마련에 분주하다. 당장 돈이 나올 구멍이 없는 탓에 인건비와 투자비용을 줄여서라도 생존에 몸부림을 치고 있다.
그나마 임금이라도 줄 수 있는 업체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지난 7월에는 한 업체가 1억원이 넘는 근로자의 급여를 체불하고 사실상 회사 문을 닫아 근로자들이 빈손으로 길거리에 내몰리는 상황도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내년 전망도 그리 좋지 못하다. 대불산단의 유일한 생명줄이었던 현대삼호중공업은 최근 6,700억원 규모의 석유시추선 인도가 취소됐으며, 지난해 2,760억원 적자 등 3년간 연속 영업적자 상태다. 이로 인해 대불산업단지 내 50여개 조선기자재업체의 경영난 및 고용 위기감도 증대되고 있다. 낮은 하청단가에 업체들의 경영상태도 악화일로에 있어 사업을 포기하는 업체들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14년 현대삼호重의 사내협력사는 81곳에서 2년 만에 6곳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 기반이 흔들리면서 조선업 밀집지역인 주변 상권도 동반 침체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7월부터 올 5월까지 대불산단 인근 음식점 364개소, 숙박업 16개소가 폐업을 신고했다. 할인마트 1일 평균 이용객은 하루 1500명에서 800명으로, 조선업계 근로자 주거지 인근 식당 매출액도 하루 평균 100만원에서 40만원으로 각각 감소하는 등 어느 해보다 우울하고 한숨소리가 깊어지는 추석명절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업체 관계자는 “추석을 앞두고 인건비를 마련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 중소업체를 살릴 뾰족한 방법이 강구되지 않는다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이다”고 하소연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