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암언론협동조합 대표이사 박 웅

‘영암우리신문’은 ‘영암언론협동조합’이 만들어내는 신문입니다. 개인이나 주식회사가 아닌 ‘협동조합’의 이름으로 신문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독특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다가오는 9월 5일이 되면 영암언론협동조합을 창립한지 730일이 되는 날입니다. 외람되지만 무언가를 기념하기 위해 날짜 수를 헤아려 본지가 젊은 시절 누군가를 사랑하여 연애를 할 때 말고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2년을 견뎌내기가 쉽지 않았다고 솔직히 고백하고 싶습니다. 애초에 군단위에서 좋은 신문을 만들겠다고 구상한 후배들의 제안을 덥석 받아 문 내 생각이 순진한 촌놈의 짧은 소견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 어느 분야에서 일했던 것 보다 보람 있는 몸부림이었다고 감히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영암우리신문도 “행복한 지역 공동체를 일구는 참된 언론”이라는 운영방침을 표방하고는 있지만 나는 언론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이야기하는 “정론직필”이라는 말을 잘 믿지 않는 사람입니다. 그것은 우리나라의 언론환경이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어렵기 때문입니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정기구독료와 광고료만 받아가지고는 현상유지가 어렵다는 말입니다. 보통 12면 주간지 형태로 발행하는 군단위 신문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러합니다. ‘누가 돈 내고 신문을 본다냐?’라고 쉽게 이야기하는 우리들의 푸념 속에 현실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습니다. 나는 이 지점에서 권력과 언론의 유착관계가 발생한다고 생각합니다. 매달 적지 않은 돈이 고정적으로 들어가는데 돈을 내고 신문을 보는 풍토가 조성되어 있지 않다면 운영 책임자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은 그리 넓지 않습니다. 자선사업가가 아닌 이상에야 누군가에게 사정해야 하는데 그 누군가는 언론의 나팔수 역할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지 않겠습니까? 물론 구독자 입장에서는 ‘읽을 만한 가치가 있어야 돈을 내지’라고 항변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지역신문이 군청이나 관내 기관에서 배포하는 보도자료를 문구 하나 고치지 않고 기자 이름만 붙여서 그대로 옮겨 싣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발로 뛰는 현장 취재가 필수적인데 그러기 위해선 상당수의 취재기자를 고용해야 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발생합니다.

나는 요즘 ‘타협(妥協)’이라는 단어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두 편이 서로 좋도록 절충하여 협의한다는 뜻인데 노자의 도덕경 ‘유무상생’이라는 구절에 나오는 ‘상생(相生)’과 그 정신이 잇닿아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있음과 없음이 서로 함께 더불어 사는 대화합의 정신을 강조한 말인데 이분법적 사고에 사로잡혀 이해타산을 따지기에 급급한 현대인들이 되새겨 볼만한 경구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타협하자고 해서 모두가 똑같아지자는 얘기는 아닙니다. 나는 타협의 철학적 토대가 ‘실사구시’(實事求是, 사실에 토대를 두어 옮음을 추구함)와 ‘구동존이’(求同尊異, 같음을 추구하되 다름을 존중함)의 연장선상에 있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혹여 내가 변했다거나 처지가 바뀌니 자기합리화를 하는 것 아니냐고 비아냥거려도 상관없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그저 나는 나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세 치 혀끝을 놀려 백 마디 말을 늘어놓은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영암언론협동조합을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이 지금까지 지역사회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 발자취로 우리를 판단해 주십시오. 고향에 내려와 20년 동안 열심히 농사를 지었습니다. 내뱉은 말은 책임지려고 노력하며 살아왔습니다. 사회적 약자들에게는 한없이 너그럽고 부당한 세력 앞에선 무릎 꿇거나 굴복하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며 세파를 견뎌왔습니다. 그러다 좋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중간에 여러 곳에서 유혹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중요한 것은 현재 우리들이 여기에 발 딛고 서 있다는 사실입니다. 처음과 끝이 같은 사람들이 되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함께 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