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아한 가야금소리, 학생들 열정·팀워크 ‘눈길’

금정초등학교의 한 교실. 익숙한 전통가락이 교실에 울려 퍼진다. 아직 몸을 덩실 덩실 움직일 정도로 유창한 실력은 아니지만 한 음 한 음 고사리 손으로 현을 뜯어내며 만들어 내는 소리가 제법이다.
소리를 따라 교실에 들어서니 어른 키만 한 가야금을 무릎에 다소곳이 올려놓은 여학생 6명이 가야금 삼매경에 빠져 있다. 엑소(EXO)나 빅스(VIXX), 트와이스 등 생소한 이름들의 아이돌 스타들의 노래를 좋아할 나이지만 일주일에 한번 이날 만큼은 천안삼거리, 너영나영, 밀양아리랑 등 민요에 푹 빠져진다. 바로 금정초등학교 가야금부 친구들이다.
시끌벅적하던 교실이 김가영(35)담당 교사가 들어서자 아이들의 눈빛이 사뭇 진지해진다. 김 교사의 박자에 맞춰 현 하나하나를 놓칠세라 손가락과 눈을 바삐 움직이며 가야금을 켜는 아이들의 모습이 가야금산조 본향의 후예라 불릴 만 하다.
“뚱따당 뚱땅” 가야금 열두 줄의 현 하나하나가 뜯기자 금 새 천안삼거리의 가락이 만들어졌다. 얼마 남지 않은 국사봉 축제에서 지난 1년 여 동안 준비한 실력을 선보이기 위해서는 아직 준비해야 할 과정이 많기에 아이들은 서로 부족한 부분에 대해 토론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모습이 너무 기특했다.
금정초 가야금부는 방과 후 교실의 한 수업이다. 3학년부터 5학년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2시간씩 이뤄지고 있다. 현재는 7명의 여학생들이 가야금부로 활동하고 있다. 초보자들이 많은 탓에 수업은 가야금 연주자세, 주법 등 기초부터 진행된다.
학생 저마다 각자 실력이 다르지만 가야금합주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과정이다. 하지만 학년은 서툴지만 열심히 배우려는 자세가, 고학년은 후배들을 배려하고 이끌면서 수업 분위기를 훈훈하게 만드는 수업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결코 잘한다고 뽐내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 모두가 함께 연습하고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가는 모습에서 큰 교훈을 남겨주는 듯 했다.
특히 고학년이 될 때까지 몇 년째 이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들이 많을 정도로 모두 가야금이 주는 매력에 푹 빠져 있다. 손가락에 물집이 잡히고 굳은살이 생기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 이것만으로 가야금에 대한 열정과 매력을 끊을 순 없다는 것이 아이들의 말이다.
이경은(5학년) 양은 “가야금이 오동나무를 깎아 줄을 엮어 만든 악기잖아요? 나무로 만들어서 처음엔 소리가 안날 줄 알았는데 소리가 너무 아름다워서 신기하다”며 “제가 잘 할 수 있다는 것이 또 하나 생겼다는 게 뿌듯하고 특히 학교 발표회 때 친구들과 함께 잘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김가영 교사는 “수업 분위기가 너무 좋다. 3학년은 3학년대로, 5학년은 5학년대로 굳이 시키지 않아도 각자의 역할을 잘 해주고 있다”며 “사실 개인의 실력은 약하지만 아이들이 함께 어우러졌을 때는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고 자랑했다.
교내 무대에서는 이미 정평이 나있지만 대외적으로는 아직 실력을 발휘하지 않는 금정초 가야금부는 수상이나 결과를 떠나 초등학교에서의 가야금과의 만남이 자신에게 귀중한 경험이자 추억이 된다고 생각한다. 몇몇의 학생들은 더 나아간 미래에는 판소리나 가야금 관련 계통으로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어른이나 예술학교에서 전문적으로 배우는 학생들보다 비교하면 비단 기교가 부족할지라도 가야금 12현을 대하는 자세와 마음은 그에 못지 않은 금정초 가야금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