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포면 덕화리의 한 축사에 만난 곱상한 모습에 한국어가 유창한 장우신(43)씨는 추석이 다가오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명절 준비도 그렇지만 지금 이 시기 농촌이 점점 손이 바빠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농사와 축사를 운영하는 남편을 도우다 보니 어느새 억척스런 시골아줌마가 다 됐다.
외관상으로 여느 한국 며느리와 별반 다른 것이 없지만 그녀는 중국 연변 출신의 다문화 가정 여성으로 지난 2008년 남편 최진열(45)씨와 부부의 연을 맺었다. 남편 최 씨의 지인 소개로 장 씨를 처음 만났다. 결혼 전 이미 슬하에 아들 2명을 둔 최씨는 다른 것보다 자신의 부모님과 자식들을 알뜰살뜰하게 살펴줄 수 있는 아내를 찾던 중 장 씨가 확 눈에 띄었고 마침내 결혼에 골인했다.
장 씨가 남편 최 씨와의 결혼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2명의 아들들이었다. 결혼 당시 초등학교 6학년과 5학년이었던 아들들의 귀여운 모습과 엄마의 품을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며 장 씨는 “너희들이 엄마라고 부르는 순간 나는 너희들에 엄마이자 내가 끝까지 너희들을 지켜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9년 전 장 씨의 다짐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초등학생이었던 아들 두 명은 어느새 20살과 19살의 어엿한 청년으로 성장했고 또 8살과 5살의 귀염둥이 아들들이 이들 부부의 새로운 웃음 제조기로 자리 잡으며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
특히 4남매 중 막내임에도 불구하고 맏아들 역할을 하고 있는 남편을 따라 시부모님 봉양부터 가족들 식사준비, 청소, 농사일, 경찰서 통역, 아들 4명 육아까지 도맡아 하고 있지만 장씨는 항상 싱글벙글이다.
특히 남편의 형제들이 모두 타지에 있는 탓에 명절이 되면 남편 친구들의 깜짝 방문으로 하루에 술상과 밥상을 차리는 일을 반복하지만 싫은 내색을 안 한다. 가족에 대한 고마움 때문이다. 자신이 한국생활에 적응하지 못할 때 항상 옆에서 자신과 함께 했던 남편과 마치 막내 딸처럼 예뻐해 주셨던 시부모님, 연변에 있는 친정식구들의 빈자리를 채워주었던 토끼같은 자식들로 인해 외로움을 느낄 시간조차 없었다.
여기에 아내가 힘들까봐 지난 1월에는 귀염둥이 셋째와 넷째와 함께 중국도 다녀올 정도로 남편 최 씨의 아내사랑이 지극정성이 더해지면서 지금은 자신의 고향 중국보다 한국이 더 좋은 ‘영암댁’이 됐다. 이러한 화목한 가정사가 알려지면서 지난해 9월에는 KBS 1TV에서 방송중인 ‘시니어 토크쇼 황금연못’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해 애틋한 가족사랑 이야기와 한국생활에 적응하기까지의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소개하기도 했다.
추석이 바로 코앞까지 다가온 그녀에겐 하나의 계획이 있다. 바로 이제 곧 군대에 가야할 큰 아들과 고 3인 둘째 아들이 먹고 싶은 것을 다 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휘영청 뜬 보름달을 보며 시어머니의 무병장수와 가족들의 건강, 자녀들의 성공을 기원드릴 계획이다. 여기에 2년 전 돌아가신 시아버지가 좋아하셨던 막걸리도 함께 올리면서 말이다.
장씨는 “명절이 되면 돌아가신 시아버지와 중국에 있을 친정식구들도 생각나지만 여전히 친딸처럼 아껴주시는 시어머니와 남편과 자식이 있어 외롭지 않다”며 “올 추석 보름달이 뜨면 제일 먼저 우리 시어머니가 오래오래 사시게 해달라는 것과 우리 서방님 다치지 않게 해달라고 빌고 싶다”고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