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쌀농사는 재해 없이 일조량이 좋아 풍년을 맞이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지만, 끝없이 추락하고 있는 나락값에 농민들은 깊은 시름에 빠졌다.
지난 2일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 소속 농민회원 등 광주전남 농민들이 ‘나락값 폭락 박근혜 정부 규탄 광주전남농민 투쟁선포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농민들은 이제 갓 수확한 조생종 벼를 톤백에 담아와 도청 앞에 쏟아 부으며 조생종 반납 투쟁을 진행했다.
농민들은 “나락값이 30년 전 수준으로 폭락하는 이 암담한 현실은 풍년임에도 불구하고 재고쌀을 처리한다며 무분별하게 쌀을 팔아넘기는 농협과 정부의 탓이 크다”며 쌀값 폭락에 따른 울분을 표출했다.
농민들은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김재수 농식품부 장관 후보자의 사진을 톤백에 붙여 쓰러트렸다. 쏟아 부은 나락 위엔 ‘밥쌀수입 반대’, ‘나락값 보장’, ‘변동직불금 축소 반대’, ‘국가수매제 실시’ 등 한결같이 부르짖고 피를 토해내며 외쳤던 농민들의 구호들을 고스란히 담아낸 깃발이 나부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재욱 전농 광전연맹 의장은 “최근 며칠간 지역을 둘러봤더니 강진에선 40kg 조곡에 3만9000원이라고 하더니 해남에선 3만7000원, 영암에선 3만5000원 이야기까지 나왔다. 예년에 5만5000원 하던 조곡이 2만원씩이나 하락하는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참담하다”면서 “얼마 전 전남지역을 다녀간 농식품부 차관이 쌀값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했는데 지금은 대책을 세울 시기가 아니라 벌써 대책이 나와 시행됐어야 하지만 정부의 묵묵부답 속에 쌀농가의 시름만 깊어가고 있다. 조벼 가격 폭락으로 본격적인 수확기 나락값이 얼마에 이를지 감히 상상조차 어렵다”고 비판했다.
또 쌀생산자협회 김영동 광주전남본부장은 “이렇다 할 양곡정책 하나 없이 쌀 수입을 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무능, 무책임이 오늘날의 나락값 폭락 사태를 자초했다”고 주장했다.
농민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쌀수입 중단 선언과 대폭적인 수매계획 조기발표, 쌀 직불금 감축정책 중단을 촉구하는 한편 전남도에는 농민이 참여하는 대책 협의회 구성과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조례 제정을 요구했다. 이어 정부와 전라남도, 농협에 요구안을 전달하고 오는 9일까지 입장을 표명하라며 촉구했다.
영암군농민회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 공약대로라면 나락 40㎏ 한 가마당 8만원은 되어야 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매년 나락값은 폭락하며 결국 3만원대까지 떨어졌다”고 박근혜 정부의 농정실패를 지적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쌀수입을 강행해왔고 변동직불금마저 축소하려 하는데, 이제는 모든 농민들이 떨쳐 일어나 행동에 나서야할 때다”며 피해 당사자인 농민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한편, 농민들은 조벼 반납투쟁을 시작으로 우리 쌀 농업을 지키기 위해, 오는 22일 1차 전국농민대회와 11월 12일 2차 전국농민대회 및 민중총궐기를 열어 박근혜 정부의 농업정책 실패에 대한 심판을 하겠다고 밝히며 전면 투쟁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