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김창조 전국 국악대전서 첫 공연
방과후 교실 통해 1년여 동안 실력 담금질

자신의 키만 한 가야금을 무릎에 다소곳이 올려놓고 가야금을 뜯는 소리가 학교운동장을 가득 메운다. 아이돌 가수들의 노래를 더 좋아할 만한 10대의 여고생들이 있다. 바로 영암여고 가야금연주단이 그 주인공이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학교 수업이 끝난 오후, 영암여고 다목적 강당에서는 은은한 가야금 연주소리가 교실을 가득 채운다. 현 하나하나 놓칠세라 손가락과 눈을 바삐 움직이며 가야금 연주 삼매경에 빠져 있는 학생들은 학교에서 방과후 교육활동 시간으로 가야금 테마학습에 참여하는 1~3학년 학생들이다.
20여명의 학생들 중에는 초등학교 때부터 방과후 수업을 통해 가야금을 접한 학생들도 몇몇 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전문적으로 가야금 연주를 배우지 못한 탓에 실력은 아직 서툴다. 하지만 고학년이 될 때까지 몇 년째 이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들이 많을 정도로 가야금이 주는 매력에 푹 빠져 있다. 이처럼 무엇보다 학생들은 가야금만이 갖는 청아하고 깊은 울림이 단연 으뜸이라고 이야기한다.
김영경(3학년) 학생은 “초등학교 때 방과후 학습을 하면서 가야금을 처음 접했는데 가야금의 청아한 소리에 매료돼 다시 배우고 있다”며 “가야금 소리를 듣고 있으면 마음까지 맑아지는 느낌이다”고 가야금에 대해 소개했다.
또한 피아노와 같은 서양악기는 많은 학생들이 배우지만 전통악기를 배운다는 자부심과 자신감도 높다. 정미정(2학년) 학생은 “가야금이 피아노나 바이올린처럼 익숙하고 어디서 쉽게 배울 수 있는 악기가 아니라 처음에는 배우는데 힘들었다”며 “초등학교 때부터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배우다 보니 이제는 그 어느 악기보다 더 좋고 대학도 가야금과 관련돼 가고 싶다”고 말한다.
실력으로 본다면 아직 서툴고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열심히 배우려는 학생들의 자세와 습득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 놀랍다는 게 학생들을 지도하는 이보미 강사의 평가이다. 이보미 강사는 “일단 수업분위기가 너무나 좋다. 물론 예술고등학교에서 전공을 하는 학생들에 비해 실력을 뒤 떨어질지는 모르지만 일주일에 2번, 2시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하나라도 더 배우려는 학생들의 열정과 수업 참여도는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학교라는 작은 공간에서만 실력을 키워왔던 영암여고 가야금연주단에게 요즘 새로운 도전과제가 주어졌다. 바로 16일부터 이틀 동안 가야금산조 기념관에서 열리는 ‘제5회 김창조 전국 국악대전’의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
학생들은 이번 무대를 위해 한 달여 동안 쉼없이 성금연류 가야금 산조를 맹연습을 했다. 비록 7분여 동안의 짧은 가락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가야금산조 본향에서 익힌 가야금 실력을 인간문화재 양승희 선생 앞에서 공연한다는 생각에 공연이 바로 코앞에 둔 오늘도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