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가 / 시사평론가 김 갑 수

이런 글을 쓰기에 앞서 막막한 느낌이 드는 이유는 뭘까? 먼저 이 문제에 얽인 역사적 사건이 대단히 복잡하여 설명이 어렵기 때문이며, 다음으로 맹목적 애국주의가 득세하는 이 나라에서 이런 글의 필자는 이익은커녕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현실 때문이다.
나는 간도 문제에 대해 일찍부터 관심을 가지고 내 나름의 관점을 확보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 관점을 공표할 만한 적당한 계기가 없어서 미뤄왔는데, 이제 조선역사 에세이를 쓰는 마당에 이 문제를 더 이상 회피할 수가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 이 문제를 충분히 해명하려면 최소한 논문 한 편 정도의 지면이 필요하다. 그러나 보다 많은 사람이 읽도록 하기 위해 최소로 줄여서 세 편의 토막글로 게시하려 한다.
경계가 뚜렷한 것은 아니지만 간도라고 하면 대체로 백두산 - 두만강 이북 지역을 가리킨다. 그러므로 간도는 우리가 흔히 만주라고 하는 지역과 상당 부분 공유되는 땅이다. 앞질러 말하면 간도는 우리 땅이 아니다. 만주, 즉 중국의 동북삼성(요녕, 길림, 흑룡강)은 엄연히 중국의 현행 행정구역이기 때문이다.
조선과 중국의 국경(이하, 조중국경)이 확정된 것은 조선시대 세종 때의 일이다. 물론 과거의 만주는 고구려, 발해 등 우리 민족의 활동무대였다. 하지만 고구려가 망한 것은 이미 668년이고, 발해가 망한 것은 926년이다. 발해는 고구려 장수 대조영이 세운 나라라고는 하지만 백성의 대다수가 말갈족이었다.
말갈족은 이론이 분분하지만 후대의 여진족과 공통분모가 가장 큰 종족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여진족이 훗날 세계적 제국으로 기립하는 청(淸)을 건국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여진족은 최소 1,000년의 세월 동안 만주와 간도 영역을 확보해 왔던 것이다.
그렇긴 하지만 간도의 동부는 사실상 비어 있는 땅이기도 했다. 그곳에 우리 민족이 대거 이주해 가서 땅을 일군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간도가 우리 땅이라고 하는 것은 억지주장에 불과하다.
간도에 이주해 간 우리 민족의 후예들이 바로 오늘날 ‘조선족’이라고 호칭되는 중국인들이다. 그들에게 물어 보라. 100이면 99가 간도는 중국 영토라고 대답한다. 물론 남의 빈 땅에 들어가 살면 그들에게 주어지는 혜택과 그들이 얻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 하지만 그것이 영토권 이전은 아니지 않은가? 게다가 우리는 간도 이주민도 아니다.
다시 말하거니와 조중국경이 확정된 것은 세종 때의 일이며, 우리는 이것을 ‘4군 6진 개척’이라고 부른다. 사실 세종의 4군 6진 개척은 개척이 아니라 ‘정벌’이었다. 우리는 비범하게 학구적이고 문화적인 세종이 필생의 노력을 기울인 것이 바로 이 ‘4군 6진 정벌’임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세종은 재위 32년 중 무려 18년 동안 이 북방정벌에 심혈의 노고를 쏟았다. 세종이 오늘의 압록 - 두만 이하의 영토를 확보하고 북방정벌을 마친 것은 그가 죽기 1년 전인 1449년의 일이었다. 그리함으로써 세종은 오늘의 영토를 후손에게 물려주게 된 것이다.
다시 환기하자면 간도는 백두산 - 두만강 이북 지역이다. 그러므로 간도를 우리 영토로 간주하고 그곳을 되찾자고 주장하려면 우선 세종의 4군 6진 정벌이라는 역사적 쾌거를 부인해야 한다.

1) 삭풍은 나무 끝에 불고
명월은 눈 속에 찬데
만리 변성에 일장검 짚고 서서
찬바람 큰 한 소리에 거칠 것이 없어라.
2) 장백산에 기를 꽂고 두만강에 말을 씻겨
썩은 저 선비야 우리 아니 사나이냐
어떠랴 인각화상을 누가 먼저 하리오.
* 인각화상 : 한무제가 지은 기린각

두 수의 시조는 6진을 개척한 김종서가 여진 정벌을 마치고 감회를 읊은 노래이다. 1)에서 무부의 호기를 뿜은 김종서는 2)에서 장백산(백두산)과 두만강이라는 새로운 국경을 명기했다. 그리고 종장에서는 북으로 더 진출하여 영토를 넓히고 싶은 야망을 한무제의 기린각에 빗대어 토로해 놓았다.
조중국경을 말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셋 있다. 1712년 숙종대의 백두산정계비, 1909년 청일간도협약, 1962년 김일성 - 주은래의 조중변계조약(朝中邊界條約)이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차분히 논의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