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1일부터 운영을 재개했던 영암병원 야간응급실이 1년 만에 다시 문을 닫았다. 병원 측에서는 응급실 운영으로 인한 적자 누적이 지속되어 재정난 극복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행정당국에서는 군민들의 생명을 담보로 행정기관과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며 강한 유감을 표하고 있어 앞으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영암병원, 1년간 3억 적자 속에서도 응급의료 제공…
“군에서 무관심과 병원 압박으로 일관” 주장
지난달 말 영암병원에서 ‘사랑하는 군민여러분께 알려 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응급실 폐쇄 이유를 담은 대자보가 걸렸다. 영암병원 측은 대자보를 통해 “지난 1년간 약 3억 원이라는 적자의 아픔을 감수하면서도 야간 및 주말 응급실을 운영해 영암 지역사회와 영암군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향상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노력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지역여건상 응급실 당직 전문의를 구할 수 없었음에도 외래 전문의가 직접 야간 당직까지 겸하는 등 응급실 유지에 힘써왔다”며 “하지만 전임 이사장의 부당이득으로 인한 행정처분 및 각종 징수금이 부과되었다. 현재 영암병원이 경영에 어려움이 많은 상황임에도 군은 이러한 영암병원의 노력이 당연한 것처럼 좌시만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영암병원 측은 “영암병원이 특수한 지역의료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군청 내부 고위직 다수가 실질적으로 이 지역에 거주하는 분들이 아니어서 이렇게까지 무관심할까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이다”며 “가까운 타 지역의 병원들은 응급실 의료인력 부족 시 자치단체에서 인력 지원을 받아 운영하고 있지만 영암병원은 지원없이 자체적으로 운영해올 수밖에 없었고 결국 더 이상은 응급실 운영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돼 7월말부터 응급실을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대자보 말미에는 차후 병원 재정이 적자를 면하고 정상적으로 운영되면 응급실 개방에 신중하게 다시 검토할 것을 약속한다며 반전의 여지를 남겼고 실제로 당초 폐쇄일보다 일주일정도 더 정상운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대자보가 붙은지 일주일 만인 지난 7일 갑작스럽게 응급실이 폐쇄됐다. 표면적인 이유는 역시 재정적인 문제에 행정기관의 무관심이었다. 이로서 지난 2014년 1월 전임경영진의 비리사건 등으로 15개월여 동안 문을 닫았다가 지난해 8월 어렵사리 문을 연 응급실이 1년여 만에 또다시 문을 닫게 됐다.

부당이득환수금 26억원 놓고 행정과 줄다리기…
군, “법과 원칙의 틀 안에서 적극 대응해 나갈 것”
영암병원의 응급실 폐쇄결정에 군의 반응은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있다. 영암군은 영암병원 응급실 폐쇄 조치를 두고 “의료기관으로서의 도의를 져버린 무책임한 처사”라며 법과 원칙의 틀 안에서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을 천명했다.
특히 군은 지난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영암병원은 지난 2016년 2월 2일 보건복지부로부터 2014년 밝혀진 각종 비리로 인해 업무정지 246일, 부당이득금 26억여원을 환수처분을 받았다. 2010년 11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간호사 부풀리기 등의 수법으로 무려 38억여원에 달하는 부당이득을 챙긴데다가 그 전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어 가중처벌을 받은 것이다”고 행정처분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군은 “이처럼 정당한 행정처분에 대해 영암병원 측이 ‘응급실 폐쇄’를 결정했고, 이는 겉으로는 적자로 운영하던 응급실을 폐쇄해 부당이득금을 갚겠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군민의 생명을 담보로 다시금 행정기관과의 줄다리기를 하겠다는 속셈이다”며 “이는 의료기관으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그릇된 처사라며, 군민의 편에서 다시 한번 영암병원 측의 뼈를 깎는 반성과 혁신을 촉구하는 한편, 법과 원칙과 제도의 틀 안에서 영암군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의 해결책을 강구 하겠다”고 강경 대응의 뜻을 밝혔다.
특히 군은 “이번 응급실 폐쇄조치에 앞서 지난달 27일 병원 측에서 요구한 바와 같이 환수금의 84개월 분할 납부 문제도 법적인 틀 안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주거래은행 계좌의 압류조치 해제도 원만히 풀어나가기로 했다”며 “여기에 민선 6기 취임 직후부터 전동평 군수는 영암병원 응급실 문제 해결을 위해, 보건복지부와 전남도에 다양한 해결방안을 건의하는 등 백방으로 노력해 왔고, 2016년에도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건강검진기관지정 취소 통보를 받은 영암병원에 대해 지정취소 대신 3개월 업무정지로 경감해주었으며 최근에도 전국적으로 의과분야 공중보건의가 138명이나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영암병원에 1명 배치시키는 등 노력을 해왔지만 영암병원 측은 군의 부당이득금 환수조치로 어쩔 수 없이 응급실을 폐쇄할 수밖에 없었다며 본말을 전도시키고 있다”고 영암병원의 주장에 전면으로 반박하는 한편 환자들의 건강과 생명을 헌신적으로 돌보는 등 의료기관으로서의 본분을 다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의 몫… 향후 공보의 배정도 불리하게 작용할 듯
일단 지역에서 유일한 응급실이 폐쇄되면서 당장 피해를 입는 것은 주민들이다. 군과 병원측에 따르면 평일에는 평균 10여명, 주말에는 평균 50~60여명의 환자들이 영암병원 응급실을 이용했으나 영암병원 응급실이 폐쇄됨에 따라 이제 급한 상황이 되면 25~50㎞ 떨어진 강진, 나주, 목포 등의 병원까지 가야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여기에 이번 응급실 폐쇄 사태로 인해 어렵게 배정받은 공중보건의가 영암병원에서 철수하게 되면서 향후 지역 내 공중보건의 배정에서도 상당히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것이 의료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는 결국 주민들이 받을 수 있는 의료혜택서비스 축소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높은 인건비로 적잖은 부담을 안고 있는 영암병원에서도 손해라는 것이 일반적인 중론이다.
더군다나 영암병원 응급실 폐쇄에 대해 군이 강경한 대응방침에 나섬에 따라 현재 병원 내 재산과 채권, 계좌 등에 압류가 되어 있는 영암병원의 입장에서는 더욱 더 힘들어질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어 쉽지 않은 ‘마이웨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동평 군수는 “법적인 틀 안에서 적극 대응하되, 병원 측이 환자들의 건강과 생명을 헌신적으로 돌보는 등 의료기관으로서의 본분을 다한다면, 보건복지부와 전라남도에 영암병원의 회생의 길을 열어줄 것을 건의할 용의도 있다”고 밝혔다.
한편 군은 응급실이 다시 문을 열 때까지 각 읍면별로 인근 시군의 응급실 운영 현황판을 비치하고, 복지이장제도의 활성화를 통해 독거노인과 여름철 무더위로 고생하는 고령 주민들의 돌봄에 소홀함이 없도록 노력해 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