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공부도 잘하고 성공한 이를 두고 ‘엄친아’라고 한다. 직역하자면 ‘엄마 친구 아들’로 공부를 못하는 대개의 아들들에게는 ‘공공의 적’이다.
영암군청 총무과에서 공익요원으로 근무하는 신형중(27)씨는 대표적인 ‘엄친아’이다. 영암에서 태어나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수도권의 대학교에 입학했던 신 씨는 입학하자마자 새로운 도전을 시도한다. 바로 대학을 자퇴하고 미국 오리건주립대학에 입학한 것.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신 씨가 안정된 대학생활을 버리고 미국의 대학입시를 치러 입학하는 가시밭길을 택한 데에는 연세대 교수가 이메일로 보낸 “너의 꿈을 이루려면 미국으로 가라”는 한마디였다.
신 씨의 꿈은 정치인이다. 소위 말하는 금수저가 아닌 보통 사람들이 성공하기란 어려운 현실에서 신 씨가 꿈꾸는 정치인이 되기 위해서는 보통사람들보다 더 나은 무언가가 있어야 했고 그것이 바로 학력이었다.
그렇다고 신 씨가 학연과 지연, 혈연을 동경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끈끈한 학연과 지연, 혈연에 맞설 만한 힘을 갖기 위해서는 그 기준을 뛰어넘어야만 한다는 생각했고 그것이 신 씨를 미국으로 향하게 했다.
미국 생활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막대한 유학 비용이 문제였다. 그럴수록 신 씨를 학문에 빠지게 했다. 자신의 전공과목이었던 영어 영문학과 영어 교육학을 비롯해 부전공인 심리학까지 신 씨는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런 덕분에 학내 유학생 중 성적은 최상위권을 유지했다.
신 씨의 빼어난 영어실력과 풍부한 지식이 소문이 퍼지면서 석·박사 논문에 참여하는 기회도 잦았다. 이는 신 씨를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하는 계기 뿐만 아니라 막대한 유학 비용을 절감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그렇게 오리건주립대학을 졸업한 신 씨는 병역을 위해 국내로 들어왔다.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조교로 군 생활을 했으나 예기치 못한 사정으로 영암군청 총무과 공익요원으로 복문전환을 하면서 자신의 고향인 영암에서 인연이 시작됐다.
특히 자신이 미국에서 부전공 과목이었던 심리학과 관련해 틈틈이 공부하고 연구한 내용을 담은 ‘자살욕구’라는 책을 최근 발간했다. 자신이 어렵고 방황했던 사춘기 시절을 한 권의 책으로서 길을 안내해줬던 한비야 작가처럼 자신도 누군가의 ‘인생작가’가 되고 싶은 마음을 심리학과 접목해 책을 저술했다.
책은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360시간 동안 폐쇄된 모텔에 들어가 어느 누구와의 소통보다는 자신과의 소통을 통해 타인으로부터 받은 상처를 스스로 치료하는 법과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다양한 관점으로 서술했다.
그리고 자살에 대한 욕구를 부추기는 듯 한 책 제목과는 다르게 더 이상 마음을 아파하지 말고 참지도 말 것을 권유한다.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책으로서 치유되길 바라는 신 씨는 앞으로 남은 1년여의 공익생활동안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공익근무 이후 미국이나 영국의 몇 몇의 유명 대학교 중 한 곳에서 석·박사 과정을 준비하고 있는 신 씨는 자신이 있는 동안 누군가의 인생 멘토가 되어줄 생각이다. 실제로 자신이 과외를 하고 있는 30여명의 학생 중 몇 몇은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로 무료로 자신의 시간을 쪼개 과외를 해주고 있다. 어려운 집안 경제사정으로 배움에 대한 열정을 제대로 충족하지 못한 아이들을 위해 자신이 가진 지식을 아낌없이 나눠주고 있다.
또 자신의 후배들인 영암고와 영암여고 등 지역의 고등학교 후배들에게 자신의 경험과 자신의 지식들을 나눠 줄 수 있는 기회가 꾸준하게 주어줬으면 하는 것이 신씨의 바람이다.
신 씨는 “제가 과거와 미래에 배울 지식은 무궁무진하고 기회도 많지만 지금 현재 영암군청에서 배우고 있는 경험은 그 어떤 지식보다 소중하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며 “이미 김철호 과장님 이하 팀장님, 주무관님들이 주신 관심이 그 어떤 장학금보다 값지다고 생각하고 지역 후배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베풀고 싶은게 저의 솔직한 심정입니다”고 말했다.
이어 신 씨는 “나중의 일은 모르지만 저와 인연을 맺은 분들이 저로 인해 실망하는 일이 없이 저의 고향인 영암을 알리고 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