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아 쓰러졌던 백남기 농민이 병상에 누운지 317일 만인 지난 25일 사망했다.
근본적인 사망원인이 병사가 아닌 외상으로 생긴 외인사가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검찰과 경찰은 사인이 불분명하다며 부검을 주장해 고인을 두 번 죽이는 안타까운 상황을 만들고 있다.
칠순의 백남기 농민은 쌀값 21만 원을 보장하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을 지키라고 요구하기 위해 작년 11월 14일 서울에서 열린 제1차 민중총궐기에 참석했다.
선거 때만 되면 표를 얻기 위해 입에 발린 소리들을 늘어놓는 정치권에 대해서 오랜 세월 분노하고 실망한 한 국민의 지극히 상식적이고 정당한 의사의 표출이라고 볼 수 있다.
보성의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를 맞아 쓰러진 직후 가족들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미수’ 혐의로 강신명 전 경찰청장과 구은수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 등 7명을 검찰에 고발하였지만 이 수사는 1년이 다 가도록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이른바 ‘백남기 청문회’에서도 야권은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한 강 전 청장에게 과잉진압을 인정하고 백 씨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했으나 강 전 청장은 “(시위 진압 과정에서) 사람이 다쳤거나 사망했다고 무조건 사과하는 것은 적절치 않고 원인과 법률적 책임을 명확히 하고서 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이 답변이 백남기 농민의 죽음 이후 또 다른 비수가 되어 유가족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
직접사인 ‘심폐정지’, 사망종류 ‘병사’라고 기록된 백남기 농민에 대한 서울대학교병원의 사망진단서가 정부기관인 통계청이 작성한 지침은 물론이고 국제기구인 WHO(세계보건기구) 지침과도 맞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망원인에는 질병, 손상, 사망의 외인을 기록할 수는 있지만 심장마비, 심장정지, 호흡부전, 심부전과 같은 사망의 양식은 기록할 수 없게 돼있다. 또 사망의 종류는 선행사인을 기준으로 선택하고 외상의 합병증으로 질병이 발생해 사망했으면 사망의 종류는 외인사로 기록하라고 명시돼 있다는 것이다.
마이나 키아이 유엔 평화로운 집회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백남기 농민의 사망을 애도하며 유족의 뜻에 반하는 부검을 실시하지 말 것과 한국정부에게 치명적인 물대포 사용에 대해 독립적이고 철저한 조사를 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제네바에서 열린 제32차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한국의 집회결사 자유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하며 한국정부에게 물대포 사용, 차벽설치 등 집회관리 전술을 재검토하여 평화로운 집회에 대한 권리를 철저히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제발 상식이 통하는 나라에서 자유롭게 살고 싶다. 백남기 농민의 사망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들이 조속히 정리되어야 한다. 그래서 진상이 규명되고 책임자가 처벌되어 고인을 이 모든 고통이 없는 평화로운 곳으로 하루빨리 모실 수 있길 간절히 기대하고 또 기대한다.

<영암언론협동조합 발행인 박 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