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에서 남들에게 존경받는 직업인 교사. 그녀의 본업은 교사이다. 그런데 이제는 시 낭송가로 다시 태어나고 싶단다. 중년에 접어들고 생의 한 가운데서 숨이 턱 막혔던 한 여성은 시를 낭송하면서 자신의 존재의 의미를 찾기 시작했다.
삼호고등학교에서 영어 과목을 가르치고 있는 김숙희 교사의 이야기이다. 올해로 53세인 김숙희 교사는 학교에서 이미 유명인사다. 지난달 21일 서울 현충원에서 열린 김소월 백일장 대회에서 산문부문에서 준장원을 수상한 것도 모자라 시 낭송대회에서는 은상을 동시에 수상하면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사실, 한사람이 글짓기와 낭송을 동시에 수상하기는 드문 경우이다.
여기에 지난해 9월 상록문화제 주최 심훈 전국시낭송대회에서는 대상을 차지한데 이어 한국명시낭공가협회가 주최한 제 3회 시사랑 전국시 낭송경연대회에서마저 대상을 거머쥐면서 낭송계의 떠오르는 신성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김 교사가 시 낭송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은 불과 1여년에 지나지 않는다. 대학원 영문과를 졸업한 후 꾸준히 시를 접했지만 말 그대로 관심을 갖는 수준이었다. 그나마 중학교시절 학교 대표로 영어 스피치대회에 나갔던 것이 유일한 경력이었다.
그러던 중 인터넷에서 유명 낭송가의 동영상을 우연히 접한 후 큰 전율을 느끼면서부터 김 교사의 내면 깊숙이 잠재되어 있던 시낭송에 대한 욕구가 본격적으로 외부로 분출됐다.
이후 김 교사는 백편 정도의 인터넷의 동영상을 훑어보며 혼자 독학을 하기 시작했다. 약 일 년이라는 시간동안 김 교사의 생활 속엔 시(時)가 깊숙하게 자리하게 됐다. 물론 남을 가르치는 직업인 교사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 터라 오롯이 자신의 시간을 시에 투자하기는 어려웠다.
이에 김 교사는 늦게까지 퇴근을 미루고 잠잘 시간을 줄여가며 시를 외우고 자신만의 낭송법을 터득해가면서 하나씩 자신의 욕구를 채워나갔다. 대회 출전을 위해 60여개의 시를 암기하고 수천 번을 되뇌며 시에 생명을 불어넣고자 노력했다. 특히 지난해 개인사로 인해 힘든 순간 시를 통해 마음의 위안을 얻어내면서 김 교사의 시에 대한 사랑은 더욱 강해졌다.
이처럼 자신의 꿈을 위해 9개월 동안 피나는 노력 끝에 김 교사는 지난해 9월에 열린 상록문화제 주최 심훈 전국시낭송대회에 출전해 대상을 수상했고 또 올해 4월 예술의 전당에서 개최된 천상병 대회 금상 등 이번 대회까지 아홉번째 수상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오래 전부터 가슴속으로 간직해왔던 재능과 쉼 없는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1년 사이 국내에서 손꼽히는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김 교사이지만 아직도 그녀의 열정은 사그라지지 않는다. 특히 최근 대상을 받은 사단 시사랑 대회에서는 일반 낭송가들이 기피하는 장르인 ‘애국시’를 연습해 대회에 참가해 당당히 최고의 자리에 올라 주위의 찬사를 받았다. 또 매 대회마다 새로운 시 작품들을 공부하고 섭렵하면서 끓어오르는 열정을 무대에서 아낌없이 쏟아내고 있다.
김숙희 교사는 “음악은 악보를 보며 연주를 하지만 시낭송은 자신이 만들고 자신이 연주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며 “교사라는 본업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열심히 배우고 도전해가면서 재미난 오십대를 만들어 갈 계획입니다”고 밝혔다.
한편 김숙희 교사는 올 2월 월간문학세계 낭송문인으로 등단했고 음반발매, 강연·행사무대에서 서면서 낭송가로서 지속적인 활동을 해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