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산업의 근간이나 다름없었던 조선산업이 풍전등화에 놓여 있다. 지역 굴지의 대기업인 현대삼호중공업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등 지역경제마저도 하나 둘씩 제동이 걸리고 있지만 이렇다 할 탈출구는 요원할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지난 3일 조선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제대로 된 원인진단과 책임규명이 생략된 채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는 현실에서 실질적인 대책을 수립하기 위한 ‘서남권 조선산업 진단과 대책을 위한 간담회’가 영암군근로자종합복지관에서 열렸다.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난 후 사실상 정당 차원이 아닌 국회의원 개인이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는 처음이었다.
이날 자리에서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대부분인 대불국가산업단지의 노동자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조선산업 구조조정의 허와 실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대불공단에서 발생되고 있는 끊이지 않는 체불임금과 고용불안에 대한 이야기를 청취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먼저 금속노조 전남서남지역지회 윤영생 부지회장은 “현재 조선산업의 현실은 구조조정의 대상이 아니고 향후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오히려 지원해야 하는 산업분야이다”며 “이미 구조조정은 상시적으로 이뤄져 왔었던 상황으로 이번 구조조정은 열심히 일한 노동자들의 삶과 지역경제를 힘들게 만드는 구조조정이다”고 비판했다.
간담회에 참여한 노동자들은 대불산단의 고질적인 체불임금 방지 대책과 근로기준법도 무시한 대불국가산단의 노동 현실에 대한 시급한 대책을 한목소리로 요구했다.
이에 윤소하 의원은 체불임금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원하청연대 보증법의 필요성을 강조한 후 “향후 대불산단 경영자협의회, 현대삼호중공업 노동조합 등과 간담회를 통해 조선산업 구조조정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국회로 반드시 전달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실, 이번 간담회를 주도한 윤소하 의원은 정의당 소속으로 비례대표로 이번에 처음으로 국회에 입성한 초선의원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영암·무안·신안 지역구 국회의원도 아닐 뿐만 아니라 다수 정당도 소속도 아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소수정당 소속 초선의원의 의견이 어느 정도까지 관철될지는 미지수이다.
반면 지역의 대표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박준영 의원은 지난달 30일 20대 국회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지만 공직선거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라는 족쇄에 발목이 사로잡혀 이렇다 할 활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최근 열린 제 240회 영암군의회 임시회에서 현대삼호중공업과 대불산업단지 경영악화로 지역경제가 심각하게 우려된다며 조선업 경제살리기 결의안을 채택했다. 대한민국과 국회, 정부에 조선업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군의회의 입장을 전달한 것이다.
군의회가 결의안을 채택해야만 할 정도로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사실상 지역경제가 위기에 내몰리고 있고 대규모 인력감축으로 인한 대량 실직사태가 초읽기에 들어갔지만 정작 이를 국회에 알리고 정부의 대책을 촉구해야할 지역구 국회의원의 모습은 좀처럼 보기 힘든 실정이다.
지역주민들은 “박준영 국회의원의 주장처럼 혐의가 없다면 지역의 대표로서 더욱 활발하게 활동하고 최소한 조선불황과 관련해 국회활동을 보여야 하는 것 아니냐”며 “선거 때는 농업을 살리고 호남을 살리겠다고 약속해놓고 지금까지 어떠한 활동을 했는지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한편 박준영 국회의원의 공식 사이트인 블로그나 트위터, 페이스북은 당선 직후인 4월 14일에 멈춰있는 상태로 이렇다 할 활동사항이 공개되지 않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