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그라스 조사료에 대한 정산 시기가 코앞에 다가왔지만 여전히 작업비 인상 요구안에 대한 해결책은 그 출구를 찾지 못해 헤매고 있다. 조사료 연결체를 운영하는 법인들은 기계값 유류대 비닐랩 네트 등 기자재비용 상승을 이유로 파종시기부터 한 롤당 작업비를 만원은 인상해야 작업대행이 가능하다고 예고했었다. 라이그라스를 재배만 하는 경종농가들은 기존에 한 롤당 6만원 ~ 7만원을 받아왔기 때문에 수취가격에만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 연결체의 작업비 인상요구안에 대해서는 자기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큰 관심을 두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직접 연결체를 운영하지 않으면서 라이그라스를 재배해 연결체에 작업을 대행시키는 축산농가들이다.

왜냐하면, 라이그라스를 재배만 하는 경종농가들은 대부분 작업대행에서 유통 판매까지 조사료 연결체에 모든 작업과정을 일임하기 때문에 그나마 아쉬운 대로 해법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라이그라스를 재배하고 작업을 연결체에 대행시키는 축산농가들의 경우는 작업만 대행시킬 뿐 유통과 소비를 직접하기 때문에 조사료 연결체 입장에선 작업비 인상 요구안에 대한 그 어떤 해결책도 찾을 수 없는 것이다.

다른 지역의 경우는 어떨까?!

경기도 이천 장호원, 충남 서산 부여 공주 청양, 전북 김제 부안 정읍, 경남 거창 김해, 포항 등은 이미 작업비가 인상되었고 전라남도 22개 시군 중에서 작업비가 아직 인상되지 않은 곳은 진도와 영암이 거의 유일할 정도이다. 경상남도 <거창군 조사료법인협의회>가 2021년 내건 현수막 문구를 인용하면 ‘2022년부터 동계 하계 조사료 작업비 자부담 1롤당 만원, 볏짚 작업비 4만원으로 인상됩니다.’라고 되어 있고 전라남도 <장성군 조사료경영체연합회>가 홍보용으로 내건 현수막 문구도 ‘가을 볏짚 기계작업비 안내 : 롤당 랩핑작업 45,000원’이라고 되어 있다. 이들 모두의 공통점은 물가나 기자재가격 상승을 이유로 먼저 볏짚 작업비를 인상하고, 연동해서 라이그라스 작업비 인상도 불가피하다고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조례제정을 통해 만들어진 영암군 농정혁신위원회 민간부문 위원장으로서 이 사안의 중요성과 시급성을 인식하고 여러 차례 관련부서에 해결책 마련을 촉구한 바 있다. 현재 영암군의 정치적 여건상 관련 공무원들의 역할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되어 비서실장을 통해 우승희 군수에게 직접 의견을 전달한 바도 있다. 관련부서는 조사료 연결체가 여타의 부수적인 작업대행을 통해서 충분히 기자재가격 상승분을 감당할 수 있고, 예산 또한 녹록지 않아 작업비 인상 요구안을 들어줄 수 없다고 판에 박힌 말만 하고 있다. ‘혁신으로 도약하는 더 큰 영암’을 만들겠다던 우승희 군수로부터는 아직까지 이 사안에 대해 단 한마디 언급이 없다. 조사료 연결체를 직접 운영하고 있는 젊은 농사꾼은 “십여년째 거의 똑같은 작업비로 일하라고 하면 누가 작업을 한답니까?!”라며 “내년부터는 고생만하고 손해보는 라이그라스 작업대행을 안하면 그만이예요.”라고 눈물 섞인 하소연을 한다.

100% 수입 곡물에만 의존하는 농후사료로는 한우 사육의 이해타산이 맞지 않는다. 그래서 볏짚이나 라이그라스로 대표되는 조사료 자급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축산농가들에게는 사활이 걸린 문제나 마찬가지다. 현재 조사료 자급기반을 유지 관리하는 핵심 주체는 조사료 연결체이다. 조사료 연결체가 채산성(採算性)을 이유로 작업대행을 하지 않는다면 조사료 자급기반만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보리 밀 등에 대한 국가수매제가 폐지된 이후 농작업 비용이라도 마련한다고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라이그라스를 재배하고 있는 경종농가들의 부수입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경종농가들이 땅을 놀리고 라이그라스를 재배하지 않는다면 농촌에서 그나마 버티고 있는 축산농가들도 연달아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이런 문제가 아니더라도 농촌소멸 지역소멸이 국가적인 차원에서 국가의 존립기반을 흔들고 있는 판에 대책을 세워주지는 못할망정 강 건너 불구경하듯 손 놓고 있을 셈인가?!

생각만큼 큰 예산이 드는 문제도 아니다.

어렵다면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방법도 있다. 15억원 안팎이면 급한대로 디딤돌은 놓을 수 있을 것이다.

힘없는 경종농가에게 작업비 만원을 떠넘기거나 조사료 연결체가 작업대행을 포기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현장에 기반한 농업정책 수립과 농민 중심의 예산편성이 절실하다.

우승희 군수의 농정 현실 파악과 예산집행 결단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