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리모델링 공사가 마무리되고 있다. 연일 비가 와 걱정했지만 외부 공사는 끝났고 내부 공사 중이니 입주 일정에는 차질이 없다고 한다.

취재 현장에서 마주치는 신문사 관계자를 포함하여 영암에 아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 아직은 나만 알고 있는 사람이 더 많다.

장날에 나가서 화려한 꽃무늬 있는 일바지(냉장고 바지) 2개를 만원에 장만했다. 집에 와 입어보니 여간 편한 게 아니다. 고무줄로 마감된 허리는 과식해도 부담이 없고 덥고 습해도 다리에 붙지 않아 입지 않은 듯 시원하다. 서울에 있는 가족들과 소통하는 단체대화방에 신상 착장한 사진을 올렸다. 딸아이는 여름휴가 때 와서 입겠다며 자기 것도 미리 장만해 달란다. 나는 빨간 꽃이니 파란 바탕에 나비가 그려진 바지를 사야겠다.

낮에는 인턴기자로 종일 긴장되고 바쁜 일상을 보낸다. 현장 취재 다녀오고 기사 작성도 해보고, 찍어온 사진도 점검한다. 신문이 인쇄되는 목요일에는 특별히 더 많은 긴장감으로 예민해지는 날이다. 목요일 자정 전에 우체국에 신문 배송 접수를 마치면 종일 못 느끼던 허기와 피곤이 몰려온다. 한 주의 마감은 목요일 자정이 되고 새로운 한 주의 시작은 금요일부터다.

낮에는 인턴기자로 좌충우돌 서사를 쓰다가 퇴근 후 평범한 영암군민으로 모드가 바뀐다.

전입하기 전에 영암에 테니스장이 있어 평소에 관심 있던 테니스 레슨을 서울에서 시작했다. 전입신고하고 그날 영암종합운동장에 갔었다. 평일 낮이라 축구장, 테니스장, 야구장 모두 비어있었고 야간조명과 벤치까지 홈페이지 사진보다 시설이나 환경이 좋았다. 실내에 수영장과 탁구장도 둘러보고 나오면서 여유로운 주차장까지 나무랄 데 없이 좋았다. 5월1일 월요일 퇴근하고 테니스장에 가서 회원 가입을 하면서 회원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어디서 왔소? 구력은 얼마나 된다요?” “영암이 고향이요? 영암으로 귀농했능가?” 모두 관심을 보였다. 클럽에서는 입회 순으로 난 막내다. 테니스 레슨을 받기 위해 목포나 광주로 가야 하니 기존 회원의 탈퇴가 늘고 신규 회원 가입이 없어 새로운 얼굴이 귀하고 반갑다고 했다. 그렇게 퇴근하고 테니스를 친다. 퇴근 후 오후 7시경 하드코트에서 혼자 포핸드 연습을 하고 있다. 서울의 지인들은 매일 야외코트에서 언제나 연습이나 게임이 가능하다니 부러워한다. 최근에는 오후8시부터 9시까지 에어로빅을 한다. 거울 앞자리 고참 선배들은 선수급이다. 난 맨 뒷줄에 서서 맘따로 몸따로 손발 허우적대고 있지만 열심히 신나게 배우고 있다. 저녁에 가사든 업무든 퇴근하고 나와서 운동하는 회원들의 모습과 태도에서 열심인 기운이 느껴지고 높은 삶의 질을 보게 된다. 퇴근 후 개인 시간을 보내면서 인턴기자로서 아직 서툴고 미숙해서 갖는 부담을 내려놓고 잊어도 본다. 회원들과 격없이 나누는 인사와 소통으로 해소가 되기도 하고 또 낮에 잃은 자신감을 회복하기도 한다. 밤사이 자면서 자라는 아이처럼 나의 밤은 진통을 겪은 낮과는 다르고 더 다양하게 열심을 다 한다. 주민들과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살면서 영암군민이 되어 가는 시간으로 퇴근 후지만 사실은 업무의 연속이고 적극적인 귀촌 활동이기도 하다. 금주는 주말에 있을 신문사 이전 준비로 더 바쁘다. 신문사 이전 후에는 영암언론협동조합원분들도 뵙고 싶고, 구독자분들의 관심과 덕담도 모아볼 계획이다. 최근까지 열심은 기본이니 열심히만 말고 결과를 내라고 주문했던 내가 이제 결과를 내어야 하는 실무자가 다시 되어 보니 나의 밤은 낮보다 당분간 더 길고 고될 것 같다.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