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日紅)

권력은 잠시 주어진 권한일 뿐 절대로 영원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으뜸이 되고 싶은 사람은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야 한다. (Whoever wants to be first must be slave of all.)’

오늘로 우승희 군수가 혁신의 기치를 들고 민선8기 영암군정을 이끌어온 지 405일이 되었다.

우군수는 지난 6월 22일 프레시안과의 취임 1주년 인터뷰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만드는 희망’을 목표로 정체된 영암에 혁신의 DNA를 심은 1년이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나는 우승희 군수의 1년이 지지세력과 대화하기 편한 사람들만 골라서 청년정책과 영암읍 활성화를 볼모로 자기중심의 새로운 세력구축에 골몰해온 안타까운 시간이었다고 혹평하고 싶다.

우군수가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청년활력도시’정책은 ‘지역 청년이 떠나지 않게, 고향 청년이 돌아오게, 새로운 청년이 마음놓고 들어오게’를 모토로 추진하고 있지만, 이는 노인 교육 농업 등 다른 분야에서의 중요한 현안들을 놓치고 예산축소로 이어지고 있으며, 자신을 지지하고 따르는 몇몇 특정한 청년들 외에 평범한 일반 청년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부추기고 있다. 그리고 지역사회의 체질개선을 위해 혁신의 주체와 동력을 영암군민으로 세우고, 다양한 주민참여 채널을 마련해 군민과 소통하는 물꼬를 텄다고 자랑하는 목요대화와 군정혁신위원회는 그의 주장처럼 정말로 잘 돼가고 있는 것인가?! 목요대화로 현장에 찾아가 다양한 계층의 영암군민을 만나 지역 현안을 직접 듣는다고 하지만 이는 기존 면민과의 대화나 군민과의 대화방식을 좀 더 세분화해 찢어놓은 것에 불과하고, ‘군정의 주인은 군민’이라는 평소 소신을 확인하는 장이라고 말하는 군정혁신위원회는 자기 사람들로 채워진 또 다른 형태의 기득권 블록을 만들어 놓았다.

우승희 군수의 측근들이 가끔 자랑하듯 자신의 SNS에 올렸던 민주당 우원식 전 원내대표와의 밤 술자리 사진들이나 기찬묏길을 걷는 사람들 모습을 보고 평범한 일반 군민들은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그 자리에서 함께 웃고 즐기는(?) 우군수의 모습을 보고,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가끔은 침묵이 더 많은 말을 해주기도 한다는 채근담으로 나의 생각을 대신한다.

나는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이 우승희 군수의 고집으로 점철된 편향된 리더쉽과 사리사욕에 눈먼 측근정치의 병폐에 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마음에 맞는 사람들하고만 일을 할 수 있겠는가? 어떻게 욕을 먹지 않고 좋은 소리만 들으면서 정치를 할 수 있겠는가? 맘에 맞는 사람들과 욕을 먹지 않고 좋은 소리만 듣고 싶다면 정치가 아니라 사적인 개 모임을 해야 하고, 자신을 반대하는 군민들을 배척할 것이라면 군수가 아니라 동호회의 회장을 맡아야 옳지 않겠는가?!

영암의 잘못된 측근정치 문화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기획사 대표, 조경회사 대표, 석재 대표, 토목건축업 대표, 농업회사나 영농조합법인 대표, 부동산 대표 등이 측근정치의 뒷배경들이다.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열심히 일하는 것이 무슨 잘못이겠는가 마는 군수와 같은 정치인과 군정을 함께 이끌어가겠다고 결심했다면 최소한 정치의 본질은 무엇인지, 정치인과 그의 측근들이 갖추어야 할 소양과 철학은 어떠해야 하는지 사색과 성찰 정도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우승희 군수가 자신이 듣고 싶은 말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볼 줄 아는 사람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실체, 그 자체를 볼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8월 10일 내일이면 우승희 군수의 1심 선고공판이 있는 날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우승희 군수가 살아남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판단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취지의 글을 쓰는 이유는 똑같이 정치외교학을 전공했고, 그와의 각별한 인연이 있기 때문이다. 어디서 어떻게 꼬이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승희 군수의 건승을 바라면서 르네상스시대 피렌체 공화국의 외교관이자 탁월한 정치이론가였던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500여 년 전에 쓴 군주론의 한 구절을 인용한다.

“정치의 여러 문제에 관해 한 걸음 떨어져 통찰할 수 있다면 그 문제들이 야기할 모든 악이 곧 치유될 수 있을 것이나, 이는 오직 재능 있는 지도자에게만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통찰력이 부족해 문제를 키워서 모든 사람이 이 문제를 인식하기에 이른다면 이미 해결할 방법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