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말 윤석열 정부의 고용노동부는 코로나19 팬데믹에도 사회적기업의 고용인원과 취약계층 고용이 늘었다고 발표하며 “사회적 기업은 연간 6만 7천개의 일자리를 창출하여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을 가능케하는 대안”이라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자평이 무색하게 2023년 사회적 기업 전용 예산이 약 3,000억원에서 2,290억으로 줄더니 2024년에는 786억원으로 75% 삭감되었다. 급기야 윤석열 정부는 사회적기업 지원정책의 핵심인 취약계층 일자리 지원 사업과 장기 사업 전략 수립에 필요한 사업개발비 지원을 2024년부터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사회적 기업의 자생력 확보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집권 후 시민단체와 노동조합을 기득권 카르텔이라 지칭하며, 먼지털이식 보조금 수사를 벌여왔던 전적에 비추어 볼 때 편향적인 이념적 잣대를 협력과 연대를 지향하는 사회적 경제조직에 들이댄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사회적기업 육성법은 이명박 정부에서, 협동조합 기본법은 박근혜 정부에서 제정되었다.

그렇다면 과연 사회적기업 육성정책은 윤석열 정부의 주장처럼 ‘막대한 지원에 비해 별 효과 없는 일’인가? 사회적기업의 재정지원사업은 예비지정 2년 사회적 기업 인증 3년 도합 5년을 한도로 하며 지원비율을 연차별로 축소하여 자생력을 기르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러한 정부지원을 통한 수입금 조차 전체 3,568개 사회적 기업(2022년 기준) 총 수입의 2%에 불과하다. 즉, 사회적 기업의 수입금 중 98%는 다른 사기업과 마찬가지로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된 것이다. 다만, 신규 창업하여 사회적 기업으로 진입한 경우에는 인건비 등 지원이 사업운영과 생존율을 키우는데, 크게 기여할 것임은 미루어 짐작 할 수 있다. 실제 일반 기업의 5년 생존율은 32.1%에 불과한데 반해, 사회적 기업의 인증 후 5년 생존율은 86%에 달한다. 지원 효과도 한번 살펴보자. 2022년 기준 전국 3,568개 사회적 기업에는 취약계층 4만여명을 포함 총 66,000여명의 근로자가 일하고 있다. 이중 취약계층 4만명에게 지급되는 급여는 인건비 재정지원 약 1,000억을 포함해 총 1조원 가까이 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즉 재정지원 대비 10배의 사회적 효용을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사회적 기업 육성법이 제정된 이후 지난 15년간 대한민국의 사회적기업은 국가가 책임져야 할 취약계층에 대한 일자리 창출 등 고용에 관한 책무를 대신 수행하며, 그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충실히 수행하여 왔다고 평가할 만 하다. 고용정책 기본법 28조는 다음과 같이 국가의 책무를 규정하고 있다. “국가는 사회적으로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수익성 등으로 인하여 시장에서 충분히 제공되지 못하는 교육 보건 사회복지 환경 문화 등 사회서비스 부문에서 법인 단체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경우에는 이에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다”고 말이다.

이처럼 사회적 경제 조직들은 경쟁과 이윤이 아니라 협력과 연대라는 가치 지향 아래 심화되는 양극화를 극복하고 시장에서는 누구도 비용을 지불하지 않지만,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꼭 필요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평가는 비단 일부 좌파의 주장이 아니다. OECD, EU, ILO 등 여러 국제기구가 이미 사회적 경제 (사회연대경제라고도 하며 우리나라의 경우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 등을 통칭 함)의 가치에 주목하며 사회적 경제 활성화 전략을 수립하고 발표한 바 있다. 나아가 UN은 올해 4월 정기총회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핵심 전략으로 사회연대경제 활성화 결의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UN은 이 결의안을 통해 회원국이 사회연대경제 활성화를 중요한 정책목표로 삼고, 가용한 자원과 인력을 동원해 사회연대 경제 영역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이를 총회에 보고 하도록 하고 있다. 즉,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승자독식의 자본주의 폐해를 개선하고 양극화로 인한 사회문제를 극복해야 하며, 이를 위해 사회적 경제조직의 역할과 기능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에 국제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일에 좌우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의 경우 예산의 상당 부분을 정부예산에 의존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때문에 특정 사업에 대해 중앙정부 예산이 삭감되는 경우 해당 사업을 종료하는 것이 관행적으로 반복되어 왔다. 사회적 기업 지원 예산 또한 70%는 중앙정부의 교부금이다. 그러나 사회적 경제 활성화는 이전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였다. 문재인 정부 시절 고용노동부뿐만이 아니라 16개 중앙부처에 사회적 경제 활성화와 관련된 사업이 진행되었고, 대통령실에는 사회적 경제 비서관 직제가 신설되었다. 전임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비전을 공유하는 지자체장이라면 윤석열 정부의 퇴행에 굴복하기보다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할 것이다. 일례로 순세계잉여금이 존재한다. 세입보다 세출이 적어 발생하며 다음 회계연도 세입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예산을 말한다. 2022년 발생한 영암군의 순세계잉여금은 556억이며 2023년 영암군 사회적 기업 지원예산은 5억천만원이다. 굴복할 것인가? 계승할 것인가? 영암군정이 답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