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국장  우 용 희

영암군은 지난 25일 ‘제3회 낭산김준연선생 추모제 봉행’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김준연 추모제 소식을 전했다.
이 보도자료에는 “낭산 김준연 선생은 일제시대 동아일보 주필을 지내시고, 손기정 선수의 일장기 말소사건을 주도하신 독립 운동가 이며 초대 국회의원이자 5선 의원으로, 법무부 장관을 지내신 영암의 큰 인물 이다”라는 내용과 함께 “앞으로도 후손들에게 올바른 역사의식과 애국정신을 갖도록 매년 4월 넷째주 추모제를 봉행 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후손들에게 올바른 역사의식을 갖도록 만들겠다면서 잘못된 역사인식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우선 ‘일제강점기(日帝强占期)’를 ‘일제시대’로 표기한 점은 역사인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보여진다.
‘시대’라는 표기는 시간을 역사적으로 구분한 특정한 기간을 의미하는 동시에 그 사회의 전체를 표현하는 총체이다. 반 만 년 우리 역사의 ‘시대’ 표기는 대체적으로 ‘건국’이 그 기준이 된다. ‘조선시대’, ‘고려시대’ 등으로 말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된 ‘일제시대’ 표기는 ‘일본제국주의의 침략성을 드러내면서 국망(國亡)의 강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용어’로 ‘일제강점기’라 부르게 되었다.
기존의 우리 역사에서 ‘한일합방조약’이라 표기했던 1910년 8월 29일을 ‘경술국치일’로 부르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더불어 올해부터는 대다수의 지방자치단체에서 ‘경술국치일’에 조기를 게양하기로 했다. 반 만 년의 우리 역사에 대해 올바른 인식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일장기 말소사건’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당시 동아일보의 주필이었던 김준연이 ‘일장기 말소사건’을 주도했다는 표현은 과장된 사실이며 확대 해석했다고 본다.
1936년 8월 10일,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경기에서 손기정 선수와 남승룡 선수가 각각 금메달과 동메달을 차지하며 식민지 조선인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안겨줬다.
이를 보도하며 일장기를 말소한 손기정의 사진을 최초로 보도한 곳은 ‘여운형’이 운영하던 ‘조선중앙일보’다. 조선중앙일보의 유해붕 기자는 8월 13일자 신문에 손기정의 사진에 일장기를 말소하여 게재했다. 당시, 조선중앙일보의 체육부장인 유해붕은 장정고보 육상부 출신으로 손기정의 선배였다. 함께 땀을 흘리며 달리던 후배가 머나먼 타국에서 키도 크고 체격도 월등히 좋은 서양인들을 제치고 금메달을 땃다는 소식을 들은 선배는 차마 일장기를 가슴에 새긴 손기정의 사진을 신문에 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12일 후인 8월 25일에 동아일보도 손기정의 일장기를 지운 사진을 신문에 실었다. 당시 동아일보 체육부의 이길용 기자는 사회부장이었던 현진건과 의논하여 손기정의 옷에서 일장기를 지웠다.
이후 일제의 압력에 의해 조선중앙일보는 폐간됐고, 동아일보는 8월 29일자부터 무기정간 처분을 받게 된다. 부산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채백 교수의 ‘사라진 일장기의 진실’이라는 책에 의하면, ‘동아일보’의 경우 이길용, 백운선 기자의 일장기 말소로 압박을 받던 송진우 사장이 일제의 미나미 초옥 및 조선총독부 고관을 지낸 일본인들의 모임 ‘조선중앙협회’에 가서 조속한 정간 해제 요청을 구걸했다고 한다.
“사의 의사와 관계없이 일 기자의 독단으로 저질렀다는 것이 조사에 의해 분명해진 일이다. 금후부터는 더한층 근신하여 다시는 이와 같은 불상사를 일으키지 않도록 주의할 것은 물론이어니와, 지면을 쇄신하고 대일본제국의 언론기관으로서 공정한 사명을 다하여서 조선 통치의 익찬을 기할 것이다.”
이 얼마나 통탄할 짓을 했는가? 하지만, 이런 비굴함에도 불구하고 결국 동아일보의 송진우 사장, 김준연 주필, 설의식 편집국장 등이 책임을 지고 사임하게 됐고 8명의 사원이 구속됐다.

분명 김준연이 ‘일장기 말소 사건’으로 인해 동아일보를 권고퇴사한 것은 사실이나 ‘주도’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그의 오랜 친구이자 동아일보를 함께 운영했던 송진우 사장의 비열한 친일매국적 발언에 동참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김준연이 1919년 유학 중 2·8 독립선언에 참가와 제헌 국회의원 등의 활동으로 대통령표창, 건국공로훈장을 받아 ‘국가보훈처’의 공식 ‘독립유공자’임은 사실이다.
하지만, 김준연의 널뛰기 행적도 여전히 의구심이 많다.
김준연은 일제강점기 하에서 ‘조선공산당(ML당)’ 재건에 주도적으로 나서고 이로 인해 7년  여의 옥고를 치르는 등 공산주의 활동의 최선두에 나섰다. 하지만, 해방이후 미군정에 의해 신임을 받지 못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김구 주석과 김규식 등을 공산당원과 내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발언으로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김구의 정치적 입지를 훼손했으며, 곧바로 이승만을 도와 정부 수립에 힘썼다.

진보당의 조봉암 배척 등은 논외로 두더라도 김준연의 사상과 행적에 대한 평가가 다시 이뤄진다면 논란은 꽤나 뜨거울 것으로 생각된다.
경상북도 구미시는 ‘박정희’ 찬양 일색이다. 심지어는 구미시장이 나서서 ‘5·16 쿠데타’를 자유수호 행위라 평하고, 박정희를 ‘하늘이 내린 반신반인(半神半人)’이라 신격화했다. 구미시민들은 모르겠으나 절대 다수의 국민들은 혀를 끌끌 찼었다.
김준연에 대한 ‘큰 인물’이란 칭송이 어떻게 비춰질지 걱정이 된다. 영암군이 사려 깊은 모습을 갖추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