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을 앞두고 대불산단의 한 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황순진(목포·41)씨를 만나 노동자의 이야기들을 들어보았다. 
외지에서 직장생활과 장사를 했던 황씨는 평택에 있는 공장에서도 잠시 일했으며 이후 목포에서 살고 있는 지인의 권유로 7개월 전 이곳의 조선업체에 다니기로 결심했다.
그는 조선업을 배우는 데는 아직 늦지 않았다는 지인의 격려 말과 함께, 목포에서는 조선업체가 다른 직종에 비해 접하기 쉬워서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그는 조선업체에 뛰어들기 전 학원에서 용접이나 조선업 관련 일을 배울 수도 있었지만 현장에서 능숙한 조선기술을 가진 선배의 가르침이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해 바로 현장에 들어섰다.

조선업체 특성상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처음 일을 접했을 당시 용접을 하면서 위험하지 않을까라는 걱정스런 마음도 있었던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일을 배우면서 선배들의 엄격함 속에 숨어져 있는 따뜻한 보살핌을 느껴서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했다.
황씨는 “사실 경력이 부족해서 아직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선배들이 일할 때는 엄격하게 가르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며 “초보자들에게는 항상 안전사고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선배들의 엄격함은 조선소에 일하는 노동자를 만드는 한 과정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의 하루는 오전 7시부터 시작돼 이후 안전교육과 조회를 실시한 다음에 업장으로 들어가 맡고 있는 ‘의장’ 업무를 시작한다.
그는 조선소에서 일한 경력이 1년도 채 되지 않은 새내기지만 일에 대한 열정만큼은 누구보다 높고, 대불산단 노동자로 구성된 풍물패 동아리 ‘서남풍’에 가입하면서 동료들과의 소통과 화합에도 힘쓰고 있다. 

황씨는 “이번에 삼호읍에서 열린 작은 음악회에 출연해 첫 공연을 했는데 아주 재미가 있었다”며 “노동자들은 마땅한 취미활동이 거의 없는데 이같은 풍물패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삶의 즐거움도 느끼고 있다”고 활짝 웃었다.


5월 1일, 노동절은?
1800년대 중반 자본주의 발달과 함께 성장한 기업은 국가권력과 결탁해 노동자들을 착취했고,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환경과 적은 보수로부터 스스로 자신들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역량을 모으기 시작했다. 이후 1886년 미국노동조합총연맹이 설립되어 5월 1일 하루 8시간 노동제의 쟁취를 위해 총파업을 단행하였고 이 과정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사망하거나 부상당하고 체포됐다.
프랑스혁명 100주년을 기념하여 1889년 7월 열린 제2차 인터내셔널 대회에서 8시간 노동제의 쟁취와 유혈탄압에 대항해 투쟁한 미국노동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노동운동 지도자들에 의해 노동절이 결정되었다. 이를 계기로 1890년 5월 1일 전 세계적으로 첫 메이데이 대회가 개최되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23년 5월 1일 ‘조선노동총연맹’의 2000여 노동자가 모여 ‘노동시간단축, 임금인상, 실업방지’ 등을 주장하며 최초의 노동절 행사가 개최됐다는 기록이 있다. 해방 이후 세계의 관례에 따라 5월 1일을 노동절이라 하여 각 단체별로 행사를 해 오다가 1963년 노동조합법 등의 개정에 따라서 명칭을 ‘근로자의 날’로 바꾸고 3월 10일로 변경하여 유급휴일로 정했다. 법률제정 과정에서 ‘노동자’라는 개념 속에 내포되어 있는 계급의식을 희석시키기 위해 ‘근로자’라는 명칭을 사용했다는 견해도 있다.

이후 노동절의 의미를 되찾기 위한 노력이 계속됐고 1980년대 이후 노동운동이 조직화되면서 5월 1일 메이데이가 실질적으로 복원되었다. 정부는 노동계의 입장을 수용해 1994년부터 ‘근로자의 날’이라는 명칭은 유지하면서 날짜는 5월 1일로 변경했다.
그동안 노동운동에 많은 성과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나라의 수많은 노동자들은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저임금, 늘어나는 비정규직 신분으로 인한 직업의 불안정성, 긴 근로시간 등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노동절은 노동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위해 임금인상을 동반하는 8시간 노동제와 직업의 안정성을 촉구하며 연대와 단결된 힘을 과시함을 물론, 사회적으로 그들의 노고를 위로하며 사기를 높이고자 하는 취지로 제정되었고 기념되어 오고 있는 노동자들의 명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