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국장  우 용 희

신록이 푸르른 5월, 호남의 명산 월출산에도 봄을 즐기는 상춘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그 즐거운 모습들을 보다가 맥없이 저 월출산 자락에서 즐겼던 학창시절의 ‘소풍’이 떠오른다.

어린 시절의 ‘소풍’을 떠올리면 모두다 즐거웠던 기억들로 가득할 것이다.
가슴 설레며 기다리고, 먼 거리를 줄지어 걸어가 즐거운 놀이와 맛있는 도시락을 나눠먹었던 행복했던 기억들이다. 보물찾기, 장기자랑 등 여러 놀이 중에 ‘수건돌리기’는 더욱 즐거웠다. 빙 둘러앉은 사람들 뒤에 술래가 놓을 수건을 긴장하며 기다리고, 놓인 수건을 집어 잽싸게 쫓아가 술래를 잡는다. 물론 술래를 잡아본 기억은 거의 없다. 그리고, 잡힌 술래의 ‘엉덩이로 이름쓰기’를 보며 깔깔댔던 그 추억이 그립다.

하지만, ‘수건돌리기’가 아닌 ‘폭탄돌리기’였다면 즐거움보다 공포를 맛봤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2012년 대선에서 복지공약의 하나로 ‘0~5세 보육 및 교육’에 대해 ‘국가완전책임’을 약속했다. 하지만 시행한지 채 3년도 되지 않았음에도 벌써 ‘누리과정(3~5세 유치원·어린이집 공통 교육과정) 보육료 지원’ 예산을 시·도교육청에서 의무 부담하도록 바꾸려 한다.
말하자면, ‘폭탄’을 돌리는 것이다. 모두가 기피하는 문제라면 만든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한다. 더욱이 이들은 초·중등 의무교육의 무상급식에 대해 ‘공산주의적 보편적 복지’라 극구 반대하는 사람들이다.

굳이 ‘의무·비의무’를 떠나 판단하더라도, 이번 누리과정 보육료의 시·도교육청 의무 부담 결정은 ‘박근혜 정부의 무지’를 단면적으로 보여준다. 실제 ‘어린이집 누리과정 보육’은 교육이 아니라 복지의 영역이기에 ‘보건복지부’가 관할하는 정책이다.
정부의 복지 예산 편성에 대한 ‘실책’을 법령 개정까지 해가며 시·도교육청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손을 대려는 것이다. 법적으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교육감이 교육기관이나 교육행정기관에 대해 집행하는 것으로 유·초·중·고 교육을 위한 예산이다. 따라서 보육기관인 어린이집의 누리과정을 위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집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명확하다.
박근혜 정부는 결국 지난해와 올해 누리과정 예산을 국가가 확보하지 못하고, 이를 무책임하게도 관련 재정 부담을 시·도교육청에 전가해 지방교육재정을 악화시키는 것이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동안 부자감세로 쌓인 돈이 150조, ‘4대강·자원외교·방위산업’에 쏟아 부은 국민 혈세가 100조이며 부자에게 깎아준 법인세가 하루 212억이라고 한다. 뒤틀린 현실을 개선할 의지는 없이 가뜩이나 부족한 지방교육재정을 손보겠다고 나서니 탄식이 나올 지경이다.
설익고 위험한 정책들을 교육개혁으로 포장하여 강행할 것이 아니라 턱 없이 부족한 교육재정을 확충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현 시기에 정부가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