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문화원(원장 김한남)은 5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을 맞아, ‘제5회 향토작가 초대전’을 개최한다. 초대전의 작가는 현재 낭주고등학교에서 미술교사로 재직 중인 황보용(59)씨며, 작가의 신앙생활을 토대로 종교적 의미에 자연과 인간, 치유의 의미를 더한 ‘만선의 기도’ 시리즈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초대전은 영암 문화원 전시실에서 5월 29일 오후 2시 개회식을 시작으로 6월 29일까지 열릴 예정이며, 총 3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황보 작가의 ‘만선’ 시리즈는 기독교에 등장하는 인물인 베드로가 밤이 늦도록 그물을 던졌지만 물고기를 잡지 못하고 있을 때 “깊은 곳에 그물을 던져라”는 예수의 말에 따랐더니, 만선의 기쁨을 맛보았다는 내용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이다.
베드로의 이야기에서 신앙과 생활이 하나임을 깨달았다는 황보 작가는 이후 작품 속에 ‘오병이어(五餠二魚)의 기적’, ‘노아의 방주’ 등에 나오는 물고기와 바다, 배를 주요 소재로 등장시키고 단순히 종교적 의미를 넘어 많은 사람이 공감할 삶의 의미를 부여한 작품을 그리기 시작했다.

작품의 주요 소재는 곡선 모양의 물고기와 글자가 적힌 물고기인데, 종교적인 측면에서 상징하는 것은 ‘익투스’이다. 익투스(ⅠΧΘΥΣ)는 물고기를 뜻하며 초기 기독교 신자들이 로마제국의 박해를 피해 그들끼리 알아보도록 만든 암호로 두 개의 곡선을 겹쳐 만든 물고기를 형상화한 것이며, ‘예수(Ιησους), 그리스도(Χριστος), 하나님(Θεος), 아들(Υιος), 구세주(Σωτηρ)’라는 그리스어의 앞글자를 따온 것이다.
작품 속에서 곡선 모양의 물고기가 나란히 겹쳐 있는 모습은 ‘사람 인(人)’을 형상화했고, 예수님과 자신, 부모님, 형제와 자매, 부부를 상징하고 있다.
그리고 글자가 적힌 물고기는 익투스와 더불어 세월호를 추모하는 리본으로 표현했다.

특히 세월호의 리본은 기독교 신자의 관점에서 학생들과 수많은 이들은 희생되었지만 그들의 영혼은 존재해 낙원으로 갔을 것이라 믿는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배는 베드로의 만선을 의미하며, 노아의 방주를 상징하고 있다. 바다는 종교적 의미와 함께 자연 친화적 의미가 담겨 있는데, 황보 작가가 단양으로 가족여행을 갔을 때 보았던 단양의 산과 맑은 시냇물 소리가 들리는 곳에서 밤에 느꼈던 신선한 감각을 되새기며 그때 받았던 영감을 그림 속에 표현한 것이

다. 또한, 바다 뒤에 달과 월출산을 그려 넣어 향토작가의 긍지를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3원색인 빨강, 노랑, 파랑을 이용해 보색 대비와 채도 대비가 두드러진 채색을 함으로써 누구나 쉽게 눈에 들어오는 화풍을 보여주고 있으며, 몇몇 작품은 이해를 돕기 위해 파도 위에 ‘익투스’의 뜻을 한글로 적어놓았다.
이렇듯 황보 작가는 현대적이고 단순한 방법으로 작품 세계를 표현했으며, 그 속에 담긴 뜻은 다양한 관점에서 의미를 담고 있다.

황보 작가는 “90년대 이전에는 ‘닮게 그리기’ 위주로 타인의 작품세계를 따라 한 영혼 없는 그림을 그렸는데, 신앙생활과 연관해 나만의 작품을 만들며 행복을 느꼈다”며, “나의 작품을 통해 군민과 학생들이 밀폐된 공간과 전자기기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눈과 마음이 치유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황보 작가는 영암읍 춘양리 출신으로 초등학교 3학년 때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미술 활동을 시작하며 화가의 꿈을 키웠고, 이후 영암에서 초·중·고를 다니며 꾸준히 그림을 공부했다. 그리고 전남대학교 사범대학 미술교육과에 진학해 졸업 후부터 지금까지 미술교사로 근무하고 있으며, 교직 생활 중 신학대학에 진학해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 후 기존의 사실적인 양식과 반구상적인 양식을 추구한 ‘닮게 그리기’를 탈피해, 개인적인 신앙생활을 소재로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창출하며 현재까지 틈틈이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한편, 이번 초대전에는 황보 작가의 작품 외에 그의 학생 중 화가가 꿈인 장애우 학생의 작품도 찬조 전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