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토반’이 된 농업기반시설… 주민들, ‘사고 위험’에 상시노출

▲ 고속도로보다 반듯한 삼호·미암 간척지 도로(붉은색 표시)는 과속차량에 의한 사고 위험이 높다. 올 하반기 공사가 시작될 예정인 기업도시 진입도로(초록색 표시)의 위치.

농기계-과속 차량 충돌사고 이어져… ‘위험’ 호소
영암군·농어촌공사는 관리관청 따지며 ‘방치’
‘농업구역·관광자원·교통요지’로 성장 가능

‘전라남도 행정의 중심인 남악에서 해남읍과 완도방면을 가는 가장 빠른 길’
‘해남읍 인근에 거주하며 남악신도시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길’
대부분 고속도로·국도·지방도를 이용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전혀 아니다. 바로 ‘남악~영산강하구둑~세한대학교~삼호·미암간척지~해암교~해남군 마산면~해남읍’이라고 한다. 고속도로·국도·지방도를 이용했을 때 적게는 48㎞ 많게는 58㎞의 거리로 대략 4~50분 정도의 시간을 소요한다.
하지만, 삼호·미암 간척지의 중심을 통과하는 도로를 이용하게 된다면 약 38㎞의 거리에 시간 역시 1~20분 이상을 단축할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삼호와 미암의 간척지를 통과하는 코스를 선택하는 주된 이유가 시간적·경제적 이유일 것이다.
신호등이 설치된 곳이 없어 신호대기가 필요치 않으며, 쭉 뻗은 일직선의 코스이기에 실제 ‘아우토반’을 연상케 할 정도로 과속차량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런 과속차량들로 인해 주변에 거주하는 지역 주민들은 “아주 위험하다. 농작업을 위해 도로를 횡단할 때면 항시 수차례 과속 차량의 출현을 경계하고 건너게 된다”며 이곳을 항상 사고 위험이 도사리는 곳이라고 전했다.

‘도로’ 아닌 ‘농업기반시설’ 주장

이곳을 지나는 차량들과 지역주민들이 알지 못하는 ‘맹점’이 있다. 현재 이곳은 도로가 아니라는 점이다.
영암군청 안전건설과에 따르면 “이곳은 ‘한국농어촌공사’에서 책임·관리하는 ‘농업기반시설’이지 도로가 아니다”고 한다.
이곳은 지난 2001년 준공된 간척지의 설계당시, ‘방대한 구역의 자연부락과 인근도로망 등을 고려해, 기계화 영농 및 경제활동의 편의를 도모하고자 구역 내 도로와 지방도로 간 연결도로로 계획돼, 폭 8~8.5m의 군도(郡道)·면도(面道)로 계획되어 설계’되었다.
준공 이후 ‘한국농어촌공사 영산강사업단’에서 ‘한국농어촌공사 영암지사’로 이관됐으며, 2006년 경 ‘영암군’이 군도(郡道)로 지정해 관리했지만 2011년 돌연 ‘군도 지정 해지’와 함께 ‘한국농어촌공사 영암지사’로 관리 책임이 넘겨졌다.
이러한 과정에서 현재 이곳이 ‘도로법’ 상의 도로로 포함되지 않으며, 단순한 ‘농업기반시설에 불과하다’는 것이 영암군의 입장이다. 더군다나 “‘군도(郡道) 이상에 적용되는 도로 구조를 갖춘 농어촌도로’로 규정된 사도(私道)의 조건을 갖추었기에 도로에 준하는 ‘사도(私道)’로 해석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도 단호하게 사도로 허가를 내준 적이 없기에 ‘농업기반시설’임을 주장했다.
이렇게 ‘농업기반시설’에 불과하다며 주장하는 이유는 관리·유지·보수의 책임과 시설, 소요예산 등을 떠맡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책임·관리… 여건상 어렵다?

▲ 농어촌공사에서는 ‘50㎞/h의 제한속도 안내’와 함께 안전운전을 당부하는 내용의 안내판을 10여 곳에 설치했다.

농어촌공사 영암지사 역시 관리와 책임이 있지만, 군도(郡道)가 아닌 농로(農路)가 된 상태에서도 계속된 일반 차량의 통행과 과속 등의 위험에 마땅히 대처할 방법이 부족하다는 논리다. ‘도로’로 인정이 되지 않은 곳에서 사고라도 발생하면 고스란히 ‘농어촌공사’에 책임이 떠넘겨지지만, 통행제한이나 단속 등도 여건상 어렵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2013년는 해남과 남악을 출퇴근하는 한 은행 직원이 과속으로 사망한 적도 있었는데, 보험회사의 소송에 휘말려 어려움을 겪는 등 이미 교통사고 관련 소송도 여러 차례 발생되고 있다고 한다. 당시 사망사고도 ‘스키드 마크’만 100m가 넘을 정도로 과속이 확실했으며, 운전 부주의로 혼자 전복되는 사고였음에도 관리책임을 물어 소송을 걸어왔다는 것이다.

농어촌공사는 이런 상황에서 농로(農路) 이상의 기능을 차지하고 있고, 농로에서의 과속 단속 등은 사례가 전무함에 따라 ‘영암군’에 ‘군도의 재지정’과 도로의 ‘기관이전’을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지만 답변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영암군청 안전건설과에서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제안’이라는 입장이다.
개간된 간척지를 통해 ‘농어촌공사’가 수익을 가져가고 있고, 그러한 수익사업을 위해 설치한 농업기반시설은 ‘농어촌공사’가 책임·관리해야 한다는 의미인 것으로 풀이된다.

번번이 다른 입장만 되풀이

이러한 복잡한 사정을 참고해 ‘일반 차량의 출입통제에 대한 의견’을 묻자 이 또한 두 기관의 선택은 달랐다.
‘농어촌공사’에서는 “이미 차량속도 제한에 대한 안내표지판을 세우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으나 지켜지지 않는다. 잦은 사고와 과속차량에 의한 위험을 방지하고자 일반차량의 출입통제도 가능하다면 조치하고 싶을 정도”라며 답했다.
반면, ‘영암군 안전건설과’에서는 “이미 많은 차량들이 통행하는 곳인데 통제를 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펼쳤다.
몇 년 전에도 ‘철새도래지’인 이곳에 AI방역과 예방을 위해 ‘차량통제’를 검토했지만, 당시에도 두 기관의 입장이 상충해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교통사고 잇따라… 위험 노출

그렇지만 이렇게 ‘농어촌공사’와 ‘영암군’의 책임 회피성 방침에 정작 피해는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오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도 이곳을 횡단하는 ‘트랙터’가 과속하는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농사철에는 농기계의 통행도 많아져 더욱 사고의 위험이 높다.
이런 과속 차량을 방지하고자 도로개설 초기에는 ‘과속방지턱’을 여러 곳에 설치를 했었다.
하지만, 이렇게 설치된 ‘과속방지턱’에 오히려 농기계가 이동시 농기계 파손이 잦게 되었고, 결국 과속방지턱의 ‘철거’로 이어졌다. 또, 과속방지턱 철거는 다시 차량들의 과속을 부추기는 악순환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관리관청 따지지 말고
머리맞대 문제해결 나서야

또한, 철새도래지로도 유명한 이곳은 최근들어 여러 자전거 라이딩 동호회에서 추천코스로 소개되며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추천코스 소개와 함께 한결같이 ‘직선도로가 많아 이곳을 지나가는 차들의 속도는 가히 아우토반 수준’이라며 자전거 이용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들도 덧붙이고 있다.
더구나 J프로젝트의 기업도시 진입도로가 이 도로를 가로질러 설치될 예정으로 더 많은 차량의 통행이 예상되고 있는 실정이다.
‘도로’인지 ‘농업기반시설’인지 불분명한 이곳이 ‘농업구역, 관광자원, 교통요지’로의 역할이 지대할 것임이 분명해짐에 따라 지역적 관심은 클 수밖에 없다. 관리관청을 떠나서 ‘농어촌공사’와 ‘영암군청’의 책임 떠넘기기로는 문제해결에 접근할 수 없을 것이다.
위험에 노출된 주민 생활을 보호하고 지역의 발전을 목적으로 서로 머리를 맞대야할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