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아트(art)를 아시나요?

1년 중 농촌이 가장 바쁜 모내기철이 지나고 농부에게도 잠시나마 숨 돌릴 틈이 생겼다.
그러나 고령화와 젊은 층의 부재로 일손이 부족한 것이 농촌의 현실이다.
이에 따라 농업경제는 점점 쇠퇴하고 최근 ‘밥쌀용 쌀 수입 정책’으로 우리 농촌에서 땀 흘려 생산한 국산 쌀은 피해를 입고, 농촌은 더욱 불황을 맞을 위기에 처하고 있다.
이러한 때에 작은 농촌마을 사람들 전체가 힘을 합쳐 죽어가는 마을의 경제를 살리고 전 세계적인 관광문화로 발전시켜 칸느 광고상까지 수상한 사례가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된다.

가까운 나라 일본의 아오모리현 중앙에 위치한 이나카다테(田舎館村) 마을은 면적 22.31㎡, 인구 8천여 명이 살아가고 있으며, 원래부터 쌀을 생계수단으로 생산했던 곳이었다. 그런데 급속한 경제성장과 더불어 일본인의 식습관 서구화, 고령화, 농촌의 인구 감소로 쌀의 판매량이 저하되기 시작했고, 마을 사람들은 농사를 포기해야하는 갈림길에 서서 긴 고민을 한 끝에 자신들이 함께 살아온 땅을 포기하지 않고 그곳에서 답을 찾는 결론을 내렸다.
그것은 마을에서 이전부터 시행되었던 기계를 이용하지 않고 손으로 모를 심는 단순한 '모내기 체험'을 이색적인 행사로 발전시켜보자는 의견이었는데, 마을에서 생산되는 5가지 품종의 유색벼를 사용해 논과 밭에 그림을 그리는 'Rice-Code Promotion', 일명 친환경 '논아트(art)'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다.
논아트의 주재료가 되는 유색벼에는 자주, 노랑, 하양, 주황, 빨강, 초록색의 벼가 있는데, 특히 이 마을에서는 노란색과 보라색을 띠고 있는 '코다이마이'라는 고대의 벼품종을 가지고 일반적인 초록벼를 바탕색으로 두드러진 그림이 나올 수 있게 만들었다.

처음 시작은 마을을 홍보하는 간단한 문구로 시작했다. 그리고 순전히 마을 사람들의 힘으로만 제작하자는 취지에서 외부 전문가의 영입 없이 마을에서 미술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그림을 스케치하면, 측량회사에서 일했던 주민이 도면을 그려 논에 좌표를 옮기고 거기에 맞춰 1000여 명이 넘는 마을 사람들이 벼를 심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그 후 조금씩 발전시켜 2003년 마을의 최초 작품이라 할 수 있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를 논에 그리게 되는데, 완성된 모나리자의 모습은 이전부터 해오던 방식으로 도면처럼 똑바로 그렸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건물에서 촬영했을 때 가까운 곳은 크게 보이고, 먼 곳은 너무 작게 보이는 '뚱뚱한 모나리자'가 되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2004년부터 논아트에서 가장 중요한 '감상하기'에 초점을 맞춰 사진촬영을 고려한 원근법을 바탕으로 문제를 개선했으며, 이후 점점 노하우를 쌓아가고 이나카다테 마을 논아트는 단순한 그림수준을 넘어 예술적인 작품으로 거듭나면서 점차 입소문이 퍼지고 방문객이 늘어나 관광지로 급부상했다.
물론 여기에는 다소 어려움도 있었다. 손수 농사를 짓고 논아트를 실행하는 데는 적지 않은 예산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때 마을진흥기금과 국가기관에서 지원을 받는 것에 한계가 있어 잠시 주춤했지만, 다행히 방문객들의 자발적인 기부로 다시 논아트를 시행했고, 현재까지 꾸준히 진행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마을 사람들은 작품을 그리는 것에 멈추지 않고 시대의 트렌드에 맞춰 이와 연계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경제 수단으로 성장시키는 계기를 마련하는데, QR코드를 응용한 '라이스 코드'를 개발하는 것이었다.

라이스 코드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논에 그려진 그림을 코드로 인식해 그림의 재료가 된 벼 품종을 직접 구매해 집에서 받아볼 수 있는 유용한 온라인 시스템이다.
그리고 이나카다테 마을 주민들은 논아트 제작 과정부터 라이스 코드 개발까지의 모든 과정을 담아 광고 영상을 만들었는데, 이 광고는 전 세계적으로 논아트를 알리는 계기를 마련했으며, 칸느 광고제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았고, 마을의 가장 큰 고민이었던 경제 불황과 농촌의 일손부족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었다. 또한 마을 방문객은 마을 인구의 30배 가량으로 늘어났으며 쌀 판매량도 급증했다. 이에 따라 논아트를 감상하기 좋은 특별한 기차역을 만들고, 모내기 체험과 벼베기 체험, 마을 주민들이 직접 특산품을 판매하는 등 다른 농촌 지역에도 영향을 미쳐 서로 발전하고 상생하는 효과를 얻게 되었다.
또한 논아트가 유명해지면서 기업들이 이윤 추구를 위해 상업적인 제안을 받기도 했지만, 마을 주민들은 과유불급의 자세로 단순히 돈만 버는 목적보다 고대부터 인간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농업의 소중함과 중요성을 강조해 직접 벼를 심고 수확하며 여름에서 가을까지 기다림의 미학으로 논아트가 완성되는 기쁨을 느끼고 체험하면서 자연에서 얻는 것이 가장 아름답고 새로운 매체로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깨닫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논아트를 시도하고 싶은 마을이 있다면, 세계 어느 곳이라도 자신들의 노하우를 기꺼이 전수해주겠다는 따스한 마음과 열정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농촌발전의 좋은 사례를 본받아 우리나라에서도 시도했는데, 농촌진흥청에서 2007년 '광고 홍보용 벼논 식물재배 방법'을 개발해 특허 등록한 기술로 지역농업과 문화를 알리는 계기를 마련했었다. 여기에 참여한 지역으로는 충북 괴산, 전남 장흥, 전남 나주 등 35개 이상의 지자체가 있었다. 이중 충북 괴산은 현재 국내에서 논아트로 가장 유명해졌는데, 논아트를 하면서 유색벼의 일종인 황도벼가 부족해 2005년 일본 국외연수 중 황도벼 종자 300여톨을 구해 2년간의 종자 증식 끝에 8㎏의 황도벼 종자를 얻어 설계도면과 실제 밑그림 그리기, 유색벼 육묘의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농악놀이의 한 가지인 '상모놀이'를 논아트 예술작품으로 탄생시키면서 '유색벼를 이용한 논그림 형상방법'이란 이름으로 특허를 내고, ‘논그림과 친환경농업군’이라는 지역 이미지를 확고히 다지게 되었다.

그리고 현재, 지난 19일 영암에서도 유색벼를 이용한 논아트 행사가 개최됐다.
전라남도 농업박물관 주최로 이루어진 이 행사는 지역 주민들과 4-H 영암군 연합회 회원들을 중심으로 실시했으며, 농업테마공원 내 7,012㎡의 부지에서 이뤄졌으며, '신토흑미'라는 유색벼를 사용해 논아트의 이색적인 장관 연출로 관광객과 지역민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진행해 '생명의 땅 전남'이라는 전남의 슬로건을 제작했다. 하지만, 아직은 모내기를 한 상태이기 때문에 완성된 모습은 지금부터 올 10월까지 농업테마공원 입구와 한옥호텔 영산재에서 지켜보면 된다.
이렇게 논아트는 성공했던 사례를 토대로 적극적으로 시행한다면, 종합적인 예술로써 농업의 가치를 되새기고 발전시켜 농촌 지역의 관광, 경제 성장과 더불어 국내 쌀의 생산의 불황을 극복할 수 있는 하나의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