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연초 영암교육지원청에 학생들을 위해 써달라며 조용히 200만 원을 기부한 이가 있다.
그 주인공은 도포면에서 농업을 하는 조만성(53) 씨인데, 그는 현재 4명의 자녀를 둔 다자녀 부모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장학금을 기부하기 시작한 계기는 막내를 제외한 터울이 적은 세 자녀가 대학 입학했을 때 느꼈던 고충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농촌에서 자녀 1명 대학 보내는 것은 소 한 마리를 팔아도 모자랄 정도로 경제적 부담을 안겨준다. 그런데 첫째가 졸업하기도 전에 두 명이 연달아 입학하면 그 부담은 배가 될 터.

조만성 씨는 그때의 그 심정을 잘 알기 때문에 자신처럼 어려움을 겪을 부모나 학생들을 위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었다고 한다.
자신의 생업인 농사로 얻은 소득만큼 늘 베풀고 싶다는 그는 처음부터 농업인은 아니었지만, 30년 전 나고 자란 신안군 증도에서 오랜 지기에게 눈물로 배웅 받으며 아버지가 계셨던 영암으로 농업을 시작하러 왔을 때 그는 무일푼이었고, 가진 것은 고작 작업복 두 벌뿐이었다고 한다. 그래도 영암에 정착하며 아버지와 함께 농업인으로서 살아가기 위해 조합에 가입해 정식 농업인의 자격을 얻으려 했지만, 당시 공정한 절차에 따라 조합원이 되지 못했던 일은 내내 그에게 큰 설움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그때 일을 계기로 ‘장차 훌륭한 농업인으로 성장해 10만 평 이상의 땅을 소유하고 싶다’는 꿈을 품고 겸손한 마음으로 아버지를 포함한 다른 농민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가르침을 받으면서 꿈을 향해 나아갔다.
그사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그는 점차 꿈을 이룰 수 있었으며, 2010년 ‘전라남도 고소득 쌀 생산 분야’에서 농업인 대상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2013년과 2014년에 공공비축미 수매에서 최고 품질 등급인 ‘올 특’을 받는 영광을 얻었다.

조만성 씨는 “젊을 적 가졌던 꿈과 신앙의 힘이 발판이 되어 내가 농업인으로 성장하고, 어려움을 겪는 가정과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할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고 말하며 “평소 자녀들에게 강조하는 인생철학은 ‘약속을 잘 지켜라’이다. 결국, 그 말을 50평생 지켜온 결과가 가져다준 산물이지 않겠느냐”면서 그는 허허 웃었다.
한편 조만성 씨는 현재 최근 개점된 영암낭주농협 이사, 창조농업인 사무국장, 영암경찰서 청소년지도회부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2010년부터 꾸준히 영암군민장학회에 2천여만 원이 넘는 장학금을 기부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