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암로컬푸드사회적협동조합    전무이사  이 은 경

‘오늘은 영암군청앞에서 영암로컬푸드 특판하는 날!’
갓딴 옥수수와 수박, 토마토가 수북이 쌓여 있다, 평생 밭에서 일만 해 홈쇼핑에서 가져가고, 공판에 내는 것만 알았지 이렇듯 직거래를 통해 수익을 낼 줄 몰랐던 우리 영암 아짐들. 옥수수를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홈쇼핑에 낼 것 포장에 바쁜 미암면 신포리 김옥숙님(70세). 일이 많아 오지 못하지만 홈쇼핑보다 값을 더 쳐주는 로컬푸드 조합이 고맙다 하신다. 로컬푸드 조합에서 많이 팔기만 하면 농사를 절반으로 줄여 허리피고도 살겠다 하신다.

군청 앞에 나와서도 토마토박스 옆에서 부끄럽다고 고개를 외로 돌리고 있는 신북 유호정마을의 강옥화 아짐(58세), “옴마 언니~ 우리 군청 앞에서 이러고 조은일이 있는디… 왜 진즉 야글 안혀~~” 평상복 차림의 이쁜 아짐이 달려온다. 그 뒤로 계속 연락받은 군청 주변 이웃들이 찾아온다. “아이구 지역에서 방울토마토 나오는 구먼, 멀리 마트가서 사먹었네~”
평생 농사짓느라 굽은 허리로 달달한 수박을 키워내신 도포의 허연화(75세)님, 노모 옆을 지키려고 귀농한 아들이 잘나가던 도싯물 버리고 장삿꾼마냥 시식을 권한다. “그려 팔려야 수박이지 안팔리면 원슈당께~~”
군청 앞이니 민원인들, 인근 주민들, 그리고 퇴근하려는 군청 직원님들의 성원으로 2시간 만에 완판, 2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조합은 10%수수료만 받는지라 20만원-인건비도 안된다하지만, 우리 농가들은 아주 기분이 좋으셔서 물으신다. “언제 또 하는가?~~ 그럼 됐다~~”

지난 3월 19일, ‘신뢰·상생·나눔을 통한 행복한 영암지역 문화공동체’를 표방하고 나선 ‘영암 로컬푸드 사회적협동조합’은 현재 174명이 조합원으로 가입했고, 출자금 3200만원을 모은 비영리법인이다.
그간 농산물 유통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영세소농 및 고령농가, 장애 및 여성농가 등 취약계층의 농가들이 더 이상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모여서 힘을 발휘해보자고 모였다.
십시일반 10만원씩 모은 출자금을 어떻게 불려서 이익배당을 많이 받을까하는 마음도 없다. 오로지 우리들이 지은 작은 규모의 다양한 농산물들이 소비자들에게 제값에 팔리고, 무엇을 심어야 할지 막막하지 않도록 농장끼리 역할분담도 하고, 다른 지역처럼 로컬푸드 직매장이 있어 매월 안정적인 수입원을 확보하고 싶을 뿐이다. 아니, 공판장이나 대형마트에 내는 것보다 높은 가격으로 판매가 되니, 만일 조합이 수익이 난다면, 욕심 사납게 그것도 조합원끼리 이익배당하고 싶지 않고, 지역 내 어려운 분들에게도 우리처럼 희망을 갖고 살 수 있는 일에 쓰자고 한다.
 
요즘은 로컬푸드가 대세다. 심지어 대형마트들도 지역농산물 코너를 만들고 있다. 그러나 로컬푸드 코너에 지역 농산물 몇 개 놓고, 동시에 공판에서 가격경쟁이 있는 타지역, 외국의 농산물을 같이 놓는 다면… 그것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왜냐하면 우리 영암지역 농산물이 반드시 외국이나 타지역의 농산물보다 항상 싸지는 않기 때문이다. 정성껏 경작하여 농가가 생활을 안정적으로 하려면 매번 덤핑할 수는 없는 법이고, 결코 중국산 대량 수입농산물을 이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로컬푸드 사업은 단순히 유통구조 변화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즉 지역 내 마트에 로컬푸드 코너를 내주면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진정 로컬푸드의 성공은 각 개별 농가에서 가져온 것을 순번정해 팔도록 하는데 있지 않다. 이미 직매장에 나오기 전에 개별농가차원에서 마을농장, 작목반 협동작업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품목을 생산해낼 수 있게 계획생산이 선행되어야 한다. 지역 내 로컬푸드 생산자와 소비자들 간의 신뢰가 확보되어야 하며, 서로 상생할 수 있는 구조와 관계를 구축하여야 한다. 그렇게 되어야만 우리 지역 농산물을 제값 주고 우리 지역에서 소비하고, 인근 도시의 소비자들에게도 우리 영암 농산물을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먹거리로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적협동조합은 자본금도 적고, 조직력도 아직은 미약하다. 그러나 그간 누가 우리 영세농 및 고령농가, 취약농가들과 함께 하자고 나선 적이 있는가? 자본금도 많고 조직도 탄탄한 곳들! 그들은 지금껏 지역 내 어려운 농가의 문제에 얼마나 관심을 가져왔는가? 그리고 최근 대세가 된 로컬푸드. 그 로컬푸드 활성화를 위해 쏟아지는 aT농산물유통공사와 지자체의 지원금조차 다시 그들이 다 차지해왔고, 로컬푸드 사업을 단순히 유통의 문제인 것으로 왜곡하고 있다.
우리 조합은 비록 작은 규모이나 조합원들 중 160생산농가들이 현재 150~200여 가지 생산품목을 조율하고 있다. 직매장을 열어 온전히 영암 농산물들을 영암의 전 지역에서, 그리고 인근 도시에서 안전하게 밥상에 올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작목별, 지역별 다양한 생산체계를 점검하고 있다. 이를 누가 할 것인가? 돈도 안되면서, 돈도 없는 취약한 농가들의 농산물을 수집하고, 소포장해서 판매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어떻게 지역 내에서 조직할 것인가? 동시에 직매장 뿐 아니라 적절한 직거래 장터 및 제철 농산물 꾸러미 등을 만들어 우리 영암지역 농산물을 영암 및 인근 지역의 도시 소비자들의 밥상에 올리는 일을 누가 할 것인가?
완주 등 로컬푸드 성공의 바탕에는 10여 년 동안 수십억 원을 들여 지속적이고 꾸준히 생산을 기획하고 협동체계를 만들고, 직매장을 짓고, 가공센터를 만들어 관리해주는 일을 완주군수와 의원들, 지역지도자들이 서로 힘을 모아 해왔다.
경쟁력이 약해서 힘겨워하는 취약 농가들의 살 방도를 어찌 마련할 것이며, 어떻게 로컬푸드를 성공으로 이끌어갈 것인지에 대해서 우리 농민들과 로컬푸드 사회적협동조합이 꾸준히 노력하고 철저히 준비해왔다.
개개인의 이해득실을 떠나 지역의 상생경제를 고민하며 영암군과 지도자들이 적극 나서주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