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파도가 치고 먹이사슬이 얽혀있는 무서운 곳. 그곳에 나는 서있다.
바다의 소리기 들리는 듯하다. 경쟁에서 떨어져 없어졌을 물고기의 처참한 비명이 그 소리에 공감이 돼서 나도 모르게 울어버렸다.
철썩철썩 파도고 몰아치지만 모래로 인해 물속에 입자들이 돌아다니지만, 가장 비싼 신발과 유행하는 옷을 입고 있지만 나는 바다로 향했다.
모래가 사박사박 부서지는 소리는 철벅철벅 물이 섞인 소리로 변해갔다. 발목까지 차가워졌을 때 머릿속은 공허해지고 시야는 흐릿해졌다. 그리고 다리가 풀려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눈앞에 더 가까이 보이는 바다. 정말 아름다구나. 경쟁의 승자와 패배자가 섞여 있어도 바다는 그들을 끌어않으며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다. 세상은 역시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란 말인가. 덧없이 모래를 한 웅큼 움켜쥐지만 스르륵 하고 다시 빠져나간다. 눈앞은 계속 흐려지고 몸은 앞으로 쏠린다. 차가운 물이 얼굴에 닿으니 정신은 터무니없이 빠르게 돌아왔다.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 거지?’ 나도 모르게 허겁지겁 일어나버렸다.
기억하기 싫은 현실로 돌아오고 싶지 않는 현실로 돌아와 버렸다. 나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고 얄팍한 유리같은 마음이 누구라도 이야기를 들어주기를 바라는 것이 느껴졌다. 두서없이 바다에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는 선천적으로 말을 못해. 그래서 하고 싶은 말도 하지 못하고 그러다보니 점점 소극적인 성격으로 변해갔어. 그리고 나는 감정이 있어도 감정이 없는 것처럼 취급을 당했지. 그들에게 관심과 호감을 얻기 위해 유행하는 신발과 옷도 샀지만, 가까이 다가갔지만 돌아오는 것은 차가운 무관심뿐이었어. 부모님께서도 다른 일로 인해 힘들어하셔서 의지할 수도 없었어. 그래서 정말 벗어나고 싶었는데 정신 차리니 여기더라”
고민을 털어놓으니 긴장이 풀렸는지 다리가 풀려버렸고 모래사장에서 쓰려져 버렸다. 눈을 감으니 아름다운 색채들이 보였고 많은 형태의 생물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때 나의 귀로 들리는 소리가 있었다. 증오하고 세상의 모든 무거운 짐을 진 듯한 지혜를 깨달은 것 같은 목소리. 그 목소리는 물었다. 그들이 야속하냐고 자신이 한심하냐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다음 질문을 듣고 몸이 멋칫했다. “죽고 싶은 것이냐? 이렇게 살고 싶지 않을 뿐이느냐?”. 나는 망설임 없이 이렇게 살고 싶지 않을 뿐이라고 대답했다.
바다는 넓디 넓으니 나 하나의 걱정을 받아줄 수 있다고 하였다. 나는 생각했다. 한 번만 더 믿어어보겠다고. 난 지쳤지만 네가 파도를 내 등을 떠밀어준다면 해보겠다고.
일어나보니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부모님. 그리고 눈에 담겨진 걱정과 불안, 사람 굳게 결의한 내 모습이었다.
5년  후, 나는 다시 이 바다를 찾았다. 이번에는 바다 저 멀리 서서 ‘바다야 너는 참으로 넓고 아름답구나 했다’. 그리고 눈을 감고 모래사장에 들어갔다. 한발 한발 내딛으며 생각했다. 멀리서 보면 내 인생은 비극이야. 말을 하지 못하니까. 그러나 가까이서 보면 내 인생은 희극이었어. 나를 사랑해주고 지지하는 부모님이 계셨으니까.
바다야 미안해. 이번에는 내가 좋아하지 않는 샌들로 너에게 다가갈게. 찰박찰박 소리가 났고 내가 좋아하지 않은 샌들이, 낡은 옷이 젖어갔다.
바다야 미안, 나는 이제 나를 사랑할 줄 알게 돼서 좋아하는 것을 포기할 수 없어. 너를 위해서라면 이쯤은 포기해도 되지만 다만 내 의지를 보여주고 싶었어.
바닷물 속에서 경쾌하게 180도 정도를 돈 나는 돌아갔다. 내가 사랑하는 세계로.
‘바다야 다음에도 이런 모습 보여줄게. 그 때는 친구와 함께 있을거야. 나를 살려준 것은 너니까 이 즐거움과 깨달음 너에게 맡길게. 나중에 불행한 사람이 오면 이 이야기 전해줘야해. 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