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처럼 아침에 눈을 떠 창밖을 바라보면 한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있다. 영암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라면 결코 낯설지 않은 그 이름, 웅장한 바위들로 가득한 호남의 소금강, 바로 월출산의 모습이다.
나는 영암에서 나고 자란 영암 토박이다. 형제가 없는 나에게 월출산은 나와 함께 성장해온 형제 같은 산이다. 계절에 따라 다양한 모습과 형태로 변화하는 월출산의 자태는 나에게 위로와  치유의 대상이 되어준다.
월출산의 위풍당당한 바위 하나하나에 나만의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리고 그보다 더 값진 의미를 새겨본다. 나에게 있어서 월출산이 무엇보다 마음이 더 가는 이유는 우리가족과 인연이 깊기 때문이다. 우리 외할아버지께서는 월출산에서 근무하시다 정년을 하셨으며 우리 어머니 또한 월출산에서 십년도 넘게 근무하신 경력이 있다. 하지만 월출산이 애정만이 아닌 가슴 찡한 대상으로 남는 이유는 월출산과 함께 한 우리 어머니의 노력과 수고가 있기 때문이다. 일반 사람들에게 월출산은 휴식과 기분전환을 위해 다녀가는 곳이지만 우리 어머니에게는 삶의 터전이자 직업이었다. 지금은 입장료가 폐지되었지만 월출산을 포함한 국립공원에 입장료가 있었던 시절, 우리 어머니는 매표원으로부터 월출산과의 인연을 맺으셨다. 눈속임을 하며 표를 사지 않거나 갖가지 핑계를 대며 입장료를 내지 않으려는 사람들 때문에 어머니는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시곤 했다. 주말 이후에는 쓰레기와의 전쟁을 벌이셨다. 한손에는 쓰레기봉투, 또 한손에는 집게를 들고 묵은 쓰레기들을 정리해나갔다. 그날 밤이면 어머니의 푸념 섞인 농담이 들리곤 했다. 남들은 산 구경하기 바쁜데 어머니는 구석에 박혀있는 쓰레기를 정리하기 위해 앞사람 뒤꿈치와 엉덩이만을 봐 왔다고 하셨다. 나는 그 이야기 속 힘겨움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어머니의 수고를 조금이라도 알았다면 적어도 난 어머니의 팔다리를 주물러 드려야만 했다. 때는 늦어버렸다.
매표원으로 시작한 인연은 자연환경 해설사라는 자리로 옮겨지며 더욱 깊은 뿌리를 내렸다. 나는 어머니가 그 직업으로 옮기신 후 견뎌낸 고통과 고민을 잘 알고 있다. 이왕 할 것 잘 해내자라고 말하시는 우리 어머니는 중요한 발표가 있을 때마나 거울을 보시거나 나를 곁에 두곤 했다. 그 노력으로 직업에 대한 재미와 보람 그리고 행복을 느끼셨다. 그리고 그 결실로 어머니는 우수사원으로 뽑히기도 하셨다. 그땐 나도 기분이 좋았다.
어머니는 월출산을 나오셨지만, 그곳에 계셨을 때 추억을 이야기해주곤 하신다. 우리가족이 영암에 사는 한 월출산과의 추억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어머니의 사랑, 노력, 수고가 담긴 월출산과의 인연을 평생 가슴에 담고 살아갈 것이다. 월출산에서 우리 어머니의 희생이 있었기에 편한 유년기를 보낼 수 있지 않았을까?
다음 주말에는 가족과 월출산에 기를 받으러 가야겠다. 중학시절 추억을 하나 더 쌓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