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읍 지역 중·고등학교 통합추진에 앞서 지역사회의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영암 교육경쟁력 강화를 위한 학교통합 주민설명회’가 열렸다.

지난 10일 영암교육경쟁력강화군민추진위원회가 주관해 영암교육지원청 시청각실에서 열린 이번 설명회는 우승희 도의원, 유나종 군의회 부의장, 김성애 교육장 등 지역 기관단체장과 지역주민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학교통합과 관련해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이날 설명회는 영암교육경쟁력강화추진위원회의 경과보고 및 학교통합 방향 제안설명, 통합 영암고 비전과 계획, 학교통합에 따른 지원사항, 질문답변의 시간으로 진행됐다. 

추진위 측, “명문고 육성위해 통합 필수”

이날 자리에서 추진위 측 안영웅 위원은 2010년 대비 올해 학생수가 44% 감소함에 따라 각급 학교의 학생 수가 크게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영암고는 정원대비 33명, 영암여고는 25명이 미달됐다고 밝혔다. 

이 같은 이유로 5년 사이 중학교 졸업생의 관내 학교 고교진학률은 78%에서 69%로 하락한데 이어 관외 졸업생의 영암소재 고교 유치는 132명에서 69명으로 줄어드는 등 총체적인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생수 감소에 따라 내신등급 숫자 또한 감소하고 2025년 고교학점제 시행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주장을 펴며 통합은 불가피한 문제라고 역설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추진위 측은 올해 7월 통합 확정시 8월 학생모집에 나서게 됨에 따라, 현재 학년별 2개 학급으로 운영되는 영암중과 영암여중이 합쳐지면서 총 12개 학급 266명이 재학하게 되고, 지역 고교도 23학급에 459명의 학생이 재학하게 되어 적정규모의 학교로 운영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다양한 교과에 우수교사 학보 및 학생들 교과 선택권이 확대됨에 따라 등급별 학생수가 증가하면서 내신관리에 이점을 가질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이어 정부 교육정책 변화에 적극적 대응이 가능하며 2025 고교학점제 시행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으며 교육환경 현대화 및 다양한 프로그램 등 재정지원 효율성을 확대해 나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통합 방안으로 사립고등학교와 공립중학교, 공립고등학교와 사립중학교, 4개 학교 동시 남녀공학, 공립 또는 사립만 남녀공학으로 추진 등의 방안이 있다고 설명하며 이에 따르는 장단점을 참석자들에게 설명하기도 했다.

참석자들, “여론전 아닌 폭넓은 공론화 필요” 

추진위의 제안 설명이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이 시작되자 지역민들의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주민 이경자 씨는 “학부모도 주체 중 하나이긴 하지만 공신력이 없이 통합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공신력 있는 기구 설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고 2004년과 2012년 거점고 논의 때도 학부모들이 추진하다 흐지부지 됐는데, 결국은 공부를 잘하는 몇몇 학생들의 내신관리에 필요한 통합이 아닌 지역 모두의 고민을 담아내서 통합을 논의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삼호읍 신양심 씨는 “현대 교육 가치는 경쟁이 아닌 상생인데 통합의 문제를 경쟁력 강화로 몰고 가는 것에 우려스럽다”며 “특히 영암여고의 학교 내부 문제 등으로 인해 부정적 시각이 존재하는데 통합을 논하는데 있어 이러한 해결책은 없으며 추진위에서 여고로 통합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나오고 있다”고 질의했다.

이어 노영미 군의원은 “군의회 조차도 학교 통합문제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데 일반 주민분들이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을지 의문이다”며 “가장 중요한 대상은 학생들인데 통합을 논하는 자리에 당연히 학생들도 참석하는 등 공신력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양동철 초등교사는 “비단 학교 통합문제는 영암읍의 문제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저희 학교 교직원들은 들은바가 없다”며 “정보가 부족한 것은 둘째 치더라도 만약 공립고등학교로 통합이 추진된다고 가정했을 때 영암여고에서 반대를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없는데 이에 대한 추진위의 대책은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황용주 전 영암여고 교장은 “20여년간 해묵은 문제를 또 다시 학부모들이 나서는 것은 문제이다. 교육장은 피동적으로 지켜볼 것이 아니라 임기동안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명확한 입장과 선출직 정치인들도 어떻게 할 것인지 명확한 입장을 밝혀주길 바란다”고 제언했다.

정진이 중등교사는 “추진위에서 보여준 자료를 보면 지역 학생 10명 중 3명이 타지로 나간다고 나와있는데 이 수치가 특성화 학교 진학률까지 나온 것인지 궁금하고, 통합을 하게 되면 우수교사들을 확보할 수 있다고 하는데 지금의 교사들은 우수교사가 아니라고 하는 것인지 교사로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며 “다음 주민설명회가 됐든 공청회가 됐든 이러한 자료들을 보다 명확하고 자세하게 정보를 제공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학교 측, 통합에 대해 신중하게 고민 입장

이날 설명회에서는 학교 측의 입장도 어느 정도 제시됐다. 

먼저 영암고 김영식 교장은 신중론을 나타냈다. 김 교장은 “교육은 공공재이며 공적 서비스로 현재 200명 이상의 학생들이 재학하고 있는 영암고, 영암여고가 각자 선의의 경쟁 속에서 지역사회의 교육기관으로서 상생 발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다만, 김 교장은 통합한다면 공립학교가 바람직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 교장은 “사립학교는 경영의 난제에 부딪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반해 행·재정적 부담을 국가예산으로 충당할 수 있는 공립학교로 통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장은 “사학으로 통합이 불가피할 경우에는 통합고등학교를 경영할 새로운 법인을 구상하는게 좋을 것 같다”며 “예를 들어 나주에 특별법으로 세워지는 한전공대 운영 법인에게 ‘영암한전고등학교’를 설립 경영토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고 제시했다.

영암여고의 입장도 통합에 신중한 입장이다. 특히 여론몰이식 통폐합 추진보다는 명문 고등학교 육성에 합당한 통폐합 방향을 심도 있게 검토할 수 있는 추진단을 구성해 운영하는 등의 전제조건이 선결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영경 교장은 “일각에서는 최근 영암여고에서 벌어졌던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해 말씀하시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하지만 지난 3월 기숙사가 완공됐고 급식문제 등도 개선되어 학생들의 만족도도 높다고 자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장은 “다들 아시다시피 영암여고는 전남 최초 공영형 사립고로 지정을 받았다”며 “이는 투명한 학교 운영을 하겠다는 의지라고 보시면 좋겠다. 또 설사 통합이 사립으로 되더라도 남녀공학이 되기 때문에 영암여고는 실질적으로 해체되는 것이기 때문에 영암여고로서는 감내하기 어려운 결정이라는 점을 알아주시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마지막으로 김 교장은 “창평고나 능주고 등 전남도내 명문고교는 사립형 학교가 대다수로 영암의 고교가 통합시에는 사립고로 통합하는 것이 지역명문고 육성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며 “지역민들께서 뜻을 모아서 고등학교를 사립으로 통합해 준다면 수년 이내에 전남 최고, 영암의 대표 중심고로 육성할 자신이 있다는 점을 거듭 말씀드린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