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정치·사회적으로 우울한 일들이 너무 많았던 탓에 연말 사회분위기가 많이 침체되어 있다. 또한 추운 날씨만큼 경제도 움츠러들고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그 여파가 기부문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한다. 더욱이 박근혜 정부는 ‘기부금 소득공제 상한제도’를 시행하며 기부문화에 찬물을 끼얹기도 했다.
이런 척박한 분위기 속에서도 가끔이나마 들려오는 기부 소식이 얼린 마음을 녹여내고 있다. 특히나 연말 주요 언론매체를 통해 익명의 선행 소식이 알려지면 더 큰 화제를 불러모은다.
예수님이나 부처님은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베풀라’고 했다. 현대 사회에서 이에 대한 의미부여도 중요하겠지만 사회구성원의 십시일반 참여와 선행들을 독려하기위해 일부러라도 알려내기도 한다. 물론 정말 아무도 모르게 다른 이들을 돕는 사람도 여전히 많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성탄절을 며칠 앞두고 지역 내에 있었던 익명의 기부천사 이야기가 무척 반갑다.
지난 23일, 40대로 보이는 남루한 차림의 한 여성이 영암문화원을 찾았다. 이 여성은 “성탄절을 맞아 부모 없는 어린이에게 선물을 주었으면 한다”며 영암사랑상품권 20만원어치를 전달했다. ‘어린시절 어려웠던 본인의 사연’과 함께 기부 의미를 밝힌 이 여성은 이름만이라도 알려달라는 문화원 직원의 부탁을 정중히 사양했다고 한다.
영암문화원에서는 이름없는 기부천사의 뜻을 전달하고자, 24일 오후 지역의 어린이 6명을 초대해 크리스마스 선물을 나누어줬다. 작지만 마음이 따뜻한 이 행사에 어린이 보호자인 할머니 두 분도 참여하여 고마움을 표현했다.
영암읍에 사는 김 할머니(68)는 “연말이면 여러 단체에서 이웃돕기 행사가 있지만, 오늘처럼 의미 있는 자리에는 일부러라도 걸음을 해야 할 것 같았다”면서 “이름 없는 아주머니께 감사하며, 손녀들이 크리스마스 선물을 좋아해서 나도 행복하다”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김한남 영암문화원장은 “비록 크지 않은 액수이지만 우리 사회에 귀감이 되는 행사였다”며 “이름을 숨긴 아주머니의 선행에 깊이 감사한다”고 전했다.
아무 조건 없이 사랑을 나눠 주는 이야기는 항상 감동적이다. 익명의 기부천사는 매년 연말이나 연초가 되면 복지시설이나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이름을 밝히지 않고 물품이나 현금 등을 기부하면서 우리 주변을 따뜻하게 하고 있다. 영암 사회에 이처럼 따뜻한 이야기로 넘치는 연말연시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