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장 어떤 자리인가

조합장 선거에 출마해 조합장 자리에 오르게 되면 하루아침에 기관장 대접을 받는 등 신분상승은 물론 많은 연봉과 함께 조합사업과 예산·인사 등 조합운영 전반에 대한 권한을 손에 쥐게 된다.
농협법상 조합장의 권한을 보면 크게 6가지로 볼 수 있다. 대표권 및 업무 집행권, 회의체 기관에 관한 권한, 간부직원·직원의 임면권, 등기신청권, 조합의 파산신청권, 조합 해산시 청산인 권한 등이다.
대표권 및 업무 집행권으로 조합장은 대내외적으로 조합을 대표해 업무를 집행한다. 또 총회(대의원회)·이사회 구성원으로 이들 회의의 소집권한, 안건의 상정권한 등을 갖는다. 정관의 규정에 따라 간부직원·직원 임면권의 권한을 행사한다. 이런 권한 이외에도 조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1억원 안팎의 고액 연봉(전국 평균 8천9백만원)을 받기도 한다.
더구나 농협·축협과 산림조합, 수협 등이 대부분 중앙회장을 조합장 직선이나 대의원 조합장들이 선출하면서 지역조합장은 자신이 대표로 있는 지역 농협뿐만 아니라 농협중앙회에 미치는 입김도 막강하다. 이런 까닭에 중앙회 이사를 맡을 경우 중앙회 고위직들이 줄을 서는 기현상까지 빚어질 정도다.
특히 농협 중앙회 이사를 맡은 지역농협 조합장들은 중앙회의 각종 사업 결정과정에 참여하면서 지역농협에 대한 중앙회 자금지원을 이끌어내고 중앙회 인사에까지 막강한 파워를 과시한다. 지역농협을 관리·감독해야할 권한을 갖고 있는 지역본부가 오히려 조합장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것이 농협의 현실이다.

▣‘현직 프리미엄’극대화

“깨끗한 선거도 좋지만, 잘 알지도 못하고 후보를 뽑으라는 게 말이 됩니까.”
내년에 사상 처음으로 열리는 ‘전국 동시 조합장선거’가 후보자에 대해 잘 알지 못한 채 투표하는 ‘깜깜이 선거’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국 동시 조합장선거는 그동안 각양각색의 불미스런 일로 얼룩져 왔던 조합장 선거를 선거관리위원회의 관리 하에 일시선거로 치름으로써 좀 더 공정한 선거로 변화시키겠다는 것이 근본 취지였다.
하지만 이번 조합장 동시 선거는 시작도 하기 전에 현직 조합장들만 유리한 불공정한 선거라는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동시 선거를 위해 현직 조합장 임기를 최대 2년 연장시키는 ‘특혜’에 이어 이번 선거부터 적용되는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이 현직 조합장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돼 있다.
합동연설회와 후보자 초청토론회 등 당초 법안에서 허용했던 선거운동 방식도 없어졌다. 그리고 이 법에는 공직선거에 일반화 되어 있는 예비후보 등록 제도 또한 없다. 더군다나 선거운동 기간에도 후보자를 제외한 배우자조차 선거운동을 할 수 없어 나홀로 선거운동에 나서야 한다. 결국 후보자들은 공식선거 운동기간인 13일 동안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선거법 자체가 현직 조합장과 기존 임직원을 제외한 신인들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 밖에 없다.

▣‘농협개혁’의 출발점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가 농협개혁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농업 환경이 최악인 상황에서 농민들의 삶과 가장 밀접한 농협의 책임과 역할만이 기댈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농협은 농민들의 생산을 적극 지원하고 유통을 책임져야 한다. 뿐만아니라 농협은 정부의 시녀가 아니라 농민들 편에서 적극적인 농정활동을 펴야한다. 이를 위한 농협 개혁은 필수이다. 지금까지 수십년 간의 농협개혁 요구가 성공하지 못한 것은 농민들이 개혁의 주체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합원이 주인이다’는 인식을 확고히하여 이번 선거에서 농민을 대변하는 올바른 일꾼을 뽑아야 한다. 지연 학연 등 감정적 선택이 아니라 지역농협을 올바로 이끌 능력과 역량을 갖춘 ‘조합원 편’의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
지역농업의 4년을 좌우하는 중요한 결정이고 나아가 농협중앙회 개혁의 출발점임을 엄중히 받아 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