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산면 용소마을에는 아흔일곱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정한 모습의 나공례(97세) 할머니가 살고 있다.
“여지껏 힘든 일 없이 잘 살았은께 그렇게만 살면 되지. 뭐”
할머니는 그렇게 말했지만 큰 딸 김춘자(74세) 씨는 할머니가 지금은 편히 지내지만 젊은 시절 많은 고생을 했다고 말했다. “정부 논에서 일하고, 상환쌀을 내야 하는데 그걸 못 내서 경찰에 잡혀가기까지 했어. 경찰이 안타깝게 여겨 집에 돌려 보내주긴 했지만 우리 남매들은 집에서 덜덜 떨었지. 새벽에야 집에 돌아온 엄마를 보고 큰오빠는 맨발로 뛰쳐 나갔다니까. 그리고 그 땐 쌀이 부족해 무를 섞어 밥을 해먹기도 하고… 여간 힘들게 살았지.”
큰 딸의 이런 이야기에도 나공례 할머니는 모진 시절 이겨내고 7남매를 훌륭히 키워내 지금은 자식들과 즐겁게 살고 있어 아무 걱정 없이 좋다고 했다.
영암에서 같이 살고 있는 자식뿐 아니라 서울에 살고 있는 아들, 딸도 손자, 손녀들과 함께 자주 영암으로 할머니를 보러 온다고 했다. 할머니를 찾아 뵌 날에도 서울에서 작은 딸이 할머니를 보겠다고 와있는 터였다.
“어딜 가던지 손자들이 할머니랑 같이 가고, 나를 챙기고, 즈그 엄마가 나한테 뭐라고 하면 할머니한테 왜 그러냐고 엄마를 시집살이 시켜. 우리할머니가 이 연세에도 건강하시니까 그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할머니를 얼마나 챙기는지 몰라~”하고 할머니는 연신 자랑을 하셨다.
할머니는 요즘엔 날이 추워 집에 있지만 날씨가 따뜻할 때면 마을회관에 나가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며 한 때를 보낸다고 했다. 당일에는 오랜만에 풀린 날씨에 딸들을 거느리고 독천 미용실에 다녀왔다고 했다. 할머니의 건강한 모습이 보기 좋고, 놀랍기도 했는데 작은 딸 김현자(65세) 씨가 “엄마가 평소에 새 모이만큼 밥을 먹어~ 간식도 안 잡수고~ 그런데 그게 장수비결인거 같아~ 여즉 엄마 감기 한 번 걸린 걸 못 봤어~”라고 말 하셨다.
할머니도 “응~ 감기는 안 걸려~”라며 맞장구 쳤다.
할머니께 오래오래 건강하시라는 새 해 인사를 전하자 할머니는 “나보다도 어쩌든지 손자들 자식들… 지그들이 건강하고 그래야 돼. 나는 그것 밖에 없어. 건강이 복인께.”라며 새해에도 자신보다 가족들을 먼저 챙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