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꾸러미에 담을 곡식을 계량하는 모습

지난 10월부터 유천마을 마을회관에서 부녀회원들은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버들샘 꾸러미’ 사업을 새롭게 시작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꾸러미 사업이란 생산자 측에서 물품생산가능 농가를 모아 단체를 결성하고, 이 단체에 소비자들이 회원으로 가입한다. 회원이 된 소비자들은 사업단으로 일정한 금액을 납부하고 매월 정해진 날짜에 생산자 단체에서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받아 볼 수 있

▲ 계량 후 바로 포장작업을 한다.

다.
생산자 단체에서는 적정한 상품 값을 소비자들로부터 미리 받고 판매처를 확보 한 후 안정적인 생산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생산자가 누구인지 확실히 알 수 있는 안전한 먹거리를 받아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중간유통단계를 없애 보다 효율적인 금액으로 먹거리를 장만 할 수 있게 된다.

▲ '버들샘 꾸러미'로 배달되는 물품들

유천마을 ‘버들샘 꾸러미’는 유천마을 부녀회를 중심으로 한 10명의 생산자와 전국각지에서 모집된 60여명의 회원이 있다.
유천마을 버들샘 꾸러미에는 남다른 점이 있다.
귀농을 한 사람들과 본래 마을 주민들이 함께 어울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유천마을은 귀농한 사람들과 본마을 주민들이 허물없이 지내며 다양한 일을 함께 하고 있다.
버들샘 꾸러미도 그 두 그룹이 함께하고 있는 일 중 하나이다.
이제 귀농 4년차에 접어드는 신현숙 씨는 “귀농한 6가구 중 1가구가 본래 영암이 고향이었어요. 고향으로 돌아와 버려진 동네 터를 살리고자 해서 6가구 모두 이곳에 함께 자리 잡게 됐죠. 귀농하는 것이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은 했어요. 마을사람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물론 했고요. 그런데 유천마을 어르신들은 마음이 열려 있었어요. 그래서 귀농하려는 저희들에게 굉장히 호의적이었고, 집을 짓고 길을 내는 것에도 많은 도움을 주시고 저희가 자리 잡는데 힘이 됐죠.”라며 “저희는 어떻게 하면 마을 분들과 더욱 융화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마을기업 사업’을 계획했고, 마을 분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셨어요. 마을기업 사업이 ‘버들샘 꾸러미’까지 하게 된 계기가 됐고요.”라고 말했다.
현재 신현숙 씨는 버들샘 꾸러미의 사무장을 맡고 있다.
버들샘 꾸러미는 사업이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은 만큼 소규모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참여 농가도 소비자 회원도 많은 것은 아니지만 출발이 나쁘지만은 않다.
버들샘 꾸리미의 신조는 ‘꾸러미 품목이 냉장고 야채 칸에 들어가지 않게, 꾸러미 품목을 버려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이유는 요리해서 먹기도 바쁜 사람들이 대부분인 요즘에 꾸러미를 신청해 받고나서 냉장고 야채 칸에 식료품을 넣어두고 방치해 야채를 고스란히 버리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으로 식료품 그대로 꾸러미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바로 식음할 수 있도록 가공하여 꾸러미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매월 그 달에 맞는 주제를 정해 꾸러미 품목을 결정한다. 보름에는 찰밥을 보내고, 동지에는 팥죽을, 1월에는 2월에 있을 설을 맞기에 앞서 떡국을 보낼 예정이라고 했다.
소비자 또한 그러한 꾸러미 품목에 만족하고, 품목 중에 마음에 들었던 제품은 별도 구매하기도 한다. 그리고 식료품을 가공하는 경우에는 고향의 맛을 내기 위해 마을 어르신들이 모두 함께 참여하여 김치며, 반찬을 만드는데 이것이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소비자회원은 “버들샘 꾸러미의 김치와 밑반찬에선 예전에 할머니가 해주던 맛이 난다.”며 “어떻게 만드는지 알려 주면 좋겠다. 매월 주제가 있는 꾸러미를 받아보는 재미가 있다. 이번달은 뭐가 올까 기대된다.”라고 직접 문자를 보내오기도 했다.
또 다른 소비자 회원은 지인들을 위한 선물로 꾸러미를 보내는데, 버들샘 꾸러미가 선물용으로 받는 사람이나 보내는 사람에게 부담스럽지 않고, 믿을 수 있는 우리 농산물을 받아본 지인들이 하나같이 호평을 해 좋은 선물이 됐다고 했다.
신현숙 씨는 버들샘 꾸러미가 흐지부지되지 않고 오래도록 유지됐으면 한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작업장이 필요하다. 현재는 별도의 작업장 없이 마을회관에서 포장작업을 하고, 포장기계도 워낙 고가이다 보니 구입하지 못해 삼호읍에서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고 당장 작업장을 만들기에는 꾸러미 사업의 성공여부를 장담할 수 없어 투자하기가 쉽지도 않아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버들샘 꾸러미가 작업장을 마련하고, 오래 유지될 수 있는 방법은 소비자회원이 많아지는 것인데 소비자회원을 모집하는 일도 쉽지 않다. 생산자들이 꾸러미 작업도 하며, 워낙 바쁘다보니 회원모집 홍보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신현숙 씨는 지자체에서 버들샘 꾸러미를 홍보하는데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원금을 받아 진행하다보면 이권 다툼으로 분열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에 지원금 보다는 홍보활동에 있어서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고 했다.
“유천마을의 특색을 살린 버들샘 꾸러미를 만들어 내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처음엔 우리가 먹을 쌀이라도 직접 재배하자는 마음에서 농산물 재배를 시작했다. 내 가족이 먹는 음식인 만큼 화학비료나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우렁이농법이라던가 EM농업, 토착 미생물 발효 법 등 안전한 먹거리를 재배하기 위해 그동안 많은 공부도 했다. 이런 안전한 먹거리를 많은 사람이 접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농법들은 사람뿐 아니라 땅을 살리는 농법이기도 하다.”고 말하는 신현숙 씨의 모습에서 귀농살이와 버들샘 꾸러미에 대한 애정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