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전세계로 나아가는 영암농·특산물 <11 서호면 ‘산골정’>
지난 11월, 영암군의 우수한 농특산물을 알리기 위한 ‘2020 기찬들 영암 농·특산물 품평·박람회’가 열렸다. 42개의 업체와 농가가 지역 특산물 제품을 선보였고, 유통업체의 상품기획자 20여명이 방문해 제품의 양산화와 판로개척에 대해 상담했다. 다수의 업체와 농가가 온·오프라인 쇼핑몰들과 납품 협의가 이뤄질 만큼 관심이 뜨거웠다. 이제는 전국을 누비게 될 우리 지역의 농·특산품을 살펴본다.
 

서호면 쌍풍리 신풍마을의 고즈넉한 골목길에 구수한 메주냄새를 그득하게 채우는 ‘산골정’, 작은 발효업체인 산골정은 갑작스레 떠맡겨진 두 손자들의 기침소리가 안타까워 만들기 시작한 ‘홍도라지청’과 어렸을 적 어머니 어깨너머로 보고 배운 노하우에 수년간의 연구를 덧씌운 ‘어육간장’을 품평박람회에 출품했다.

모든 제품의 제조를 혼자서 손수 해야 하는 까닭에 대량생산과 납품을 요구하는 유통업체와의 계약을 진행하지 않았지만 자연발효 비법이 담긴 산골정의 제품들은 수많은 상품기획자들의 호평을 끌어냈다.

홍도라지청에 어육간장, 청국장 응용식품 등 약 스무 가지에 달하는 제품들을 전통방식을 고집하며 홀로 생산하는 배재희 대표는 전국 유명대학의 교수진들로부터 극찬을 받는 발효음식의 대가로 정평이 자자하다.

그 야무지고 섬세한 손끝에서 탄생한 홍도라지청, 기침을 달고 사는 어린 두 손자를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탄생한 제품인 만큼 그 맛의 깊이와 효능은 상상 그 이상을 선물한다.

홍도라지청은 기관지 천식의 특효식품으로 알려진 도라지를 호흡기 질환에 취약한 어린 아이들도 쉽게 음용할 수 있도록 옛 전통식혜방식을 적용한 것으로 12년 연구결과의 집약체다.

직접 재배한 3년근 백도라지를 홍삼 제조법처럼 25일간 찌고 말려 만들어낸 홍도라지와 직접 기른 엿기름 등을 가마솥에 고아 만드는 홍도라지청은 시중에 판매되는 설탕이 가미된 제품들과는 그 결을 달리한다.

짙고 깊은 풍미에 17~18brix 정도의 은은한 단 맛을 내뿜는 홍도라지청은 산골정만의 숙성과정을 거치며 특유의 쓰고 떫은맛은 사라지고 도라지의 은은한 향이 온전히 남아 섭취가 쉬우며 흡수 또한 빠르다.

꿀을 대신할 수 있는 제품으로 공복에 한 숟가락씩 먹거나 따듯한 물에 섞어 차로 마셔도 좋으며 각종 요리에 설탕 대신 넣어 건강식으로 활용해도 좋다.

어릴 적 어머니의 손맛을 재현한 어육간장도 화학제품이 전혀 첨가되지 않은 순수한 자연발효의 깊은 맛으로 높은 인기를 자랑한다.

배재희 대표의 고향인 진도에서 직접 공수한 도미, 대구, 가자미, 조기, 병어 등 수산물에 소고기와 닭고기 등 육류를 배합하고 5년 된 천일염과 직접 빚은 메주를 섞어 만드는데 여기에 배재희 대표만의 비밀스러운 약초물이 더해지며 세상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자연발효 어육간장이 탄생한다.

그 이름도 아련한 ‘아버지의 바다이야기’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는 어육간장은 그 안에 남아 있는 생선의 비릿한 향이 사라지는 최상의 숙성기간인 5년이 지나야만 상품으로 판매되는데 이 숙성기간을 거치며 수율이 60%가량으로 줄어드는 탓에 1년에 약 50리터 가량만 소량 생산된다.

이러한 이유로 온라인 판매나 로컬푸드 등 공식 판매는 엄두도 못내는 상품이지만 그 깊이 있는 향과 고급스러운 맛에 한 번 맛을 본 손님들은 사업장을 직접 방문해 보자기에 싸갈 만큼 말 그대로 ‘줄서서 사먹는 간장’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여름 한정판매 상품도 있다. 집 나간 여름 입맛을 겨냥한 ‘밤호박우무’다.

진도산 우뭇가사리에 영암에서 자란 단호박을 섞어 만드는 것인데 현대인의 키워드인 다이어트에 효과가 좋아 여성들에게 아주 인기가 높은 제품이다.

다른 우무와는 달리 아주 소량의 소금을 첨가하는 것이 비법인데 그 덕에 단호박의 달짝지근한 맛이 배가되고 쫄깃한 식감을 내 쌀과 면의 대체식으로 아주 좋다.

아직 발효식품 연구에 목이 마르다는 배재희 대표는 “연고 없는 영암에 내려와 영암 사람이 되기까지 긴 세월동안 지역민들의 많은 도움과 관심에 항상 감사함을 느끼고 살아가고 있다”며 “전국 최고의 자연발효 명인으로 성장해 영암의 이름을 알리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