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을 끝낸 지역 고3 학생들에게 특별한 역사 수업이 열렸다.

지난 8일 영암여고 3학년 교실에서는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이 ‘일제강점기 여자근로정신대 바로알기’ 역사 특강을 진행했다. 특강은 전라남도교육청이 지원해 지난달부터 전남 24개 중고등학교에서 진행되고 있다. 영암에서는 지난 6일 영암고등학교 특강에 이어 이날 영암여고 특강이 열렸다.

강의에는 금정면 출신으로 ‘시민모임’ 대표를 맡고 있는 이국언 대표를 비롯해 4명의 강사진이 초청돼 영암여고 3학년 4개반에서 각각 2시간씩 진행됐다. 강사들은 일제에 강제 동원돼 노동을 착취당하고 인권유린을 경험한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의 증언을 통해 일제강점기 당시의 처절하고 잔혹했던 상황을 학생들에게 전했다. 또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 야욕을 경계해야 함도 빠뜨리지 않았다.

이국언 대표는 특강 전날이었던 12월 7일은 일제에 강제 동원돼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항공기제작소에서 근무하다 동남해 대지진으로 사망했던 금정면 출신 이정숙 씨의 77주기였던 사실을 상기하며 특강을 시작했다. 이어 근로정신대에 동원됐던 당시 12세, 15세 어린 소녀들이 군수공장 등에 강제 동원돼 노동착취를 당했던 생생한 경험담을 담은 영상을 통해 학생들에게 당시의 시대상황을 알려줬다.

특히 이 대표는 광복 이후에도 근로정신대를 ‘위안부’로 오해한 주변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으로 인한 고통 속에 보내야만 했던 피해 할머니들의 사례들을 전하며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의 외로운 싸움에 학생들이 관심을 갖고 힘을 보내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강의는 중간중간 퀴즈를 풀고 선물을 나눠주기도 하며 학생들과 소통하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더구나 수능을 끝내고 지쳐 무기력할 줄만 알았던 영암여고 학생들은 주의 깊게 특강에 참여하며 관심을 보였고 또렷한 답변과 소감을 발표해, 강사진들을 흐뭇하게 했다. 

이국언 대표는 “오늘 교육은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조명받지 못했던 근로정신대 문제를 학생들에게 제대로 알리기 위한 자리였다”며 “역사 정의를 위해 함께 나선 ‘시민들’과 ‘학생들’에 의해 많은 부분에서 바뀌어 가고 있다. 영암여고 학생들의 응원 덕분에 힘이 난다. 앞으로도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