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인박사를 널리 알리고 끊임없는 조사와 연구에 힘써왔던 (사)왕인박사현창협회가 2021년 왕인박사 학술대회를 개최하며, 왕인박사 출생설의 배경에 대해 학술적 연구 보고를 진행했다. 

지방자치 시대에 맞춰 자치단체마다 콘텐츠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위인과 관련된 콘텐츠가 많은데 비해 논증이 부족한 것들이 대다수이다. 사실 근거가 부족한 단순한 가설만으로, 또는 역사를 왜곡하면서까지 만들어지는 콘텐츠는 매우 위험한 일이다. 지금도 수없이 생산되고 있는 이러한 콘텐츠들로 인해 소요되는 자원과 시간 낭비는 미래동력을 저해하는 요소이다. 

역사는 가설이 아니며 소설도 아니다. 이러한 차원에서 왕인박사에 대한 고증 연구와 조사에 꾸준히 노력하고 있는 (사)왕인박사현창협회와 학자들의 연구는 존경을 받아 마땅하다. 설령 영암이 아닌 충남 공주, 부여로 확인이 될지라도 굳건히 연구에 힘을 쏟아주길 바란다. 

영암우리신문은 이러한 연구에 대해 지역민들이 함께 알아갈 수 있도록, (사)왕인박사현창협회와 함께 2021 왕인박사 학술대회를 통해 밝힌 영암 출생설의 배경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1920~30년대 전남지역 일본불교 정토진종 대곡파의 동향 (2)

- 차례 -
Ⅰ. 머리말
Ⅱ. 오타니파의 조선포교
Ⅲ. 오타니파의 전남지역 포교와 내선융화 사업의 배경 
Ⅳ. 맺음말

<지난호에 이어>

그러나 1920년대 후반에는 신도수가 크게 감소하였다. 오타니파의 경우 조선인 신도수가 1922년 1669명에서 1925년 7,722명으로 급증하였으나, 1927년 1,178명, 1931년 162명으로 급감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일본불교와 조선불교단의 사업이 조선인 본위로 하는 것이 아니었고, 불황에 의한 자금부족으로 인해 사업이 축소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1925년 9월에 오타니 코엔(大谷光演)이 해외투자사업 실패에 따라 법주를 사퇴하였는데, 교단의 재정 문제로 인해 조선포교에 대한 교단의 지출 예산도 감액되었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오타니파의 활동은 정체하게 되었다. 다만, 1927년에 오타니파는 조선개교 50주년을 맞이하여 朝鮮眞宗婦人會를 결성하고, 향상회관 종교부가 조선인 대상의 일요 강연인 壽光會를 개설하고, 조선어 성전의 편찬 사업에 착수하였다. 하지만 이 무렵 조선인 신자조직인 同朋敎會에 대한 보조금이 정지되었다.
이러한 오타니파의 조선 포교가 정체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계기가 1929년에 8월에 오타니파 법주 오타니 코쵸(大谷光暢) 부부 일행이 조선 방문이었다. 코쵸는 부산, 경성, 신의주, 평양, 용산, 인천, 원산, 군산, 전주, 논산 등 오타니파의 주요한 별원, 포교소가 있는 지역을 3주간 방문하였다. 그는 귀국 후에 말한 방문 소감 가운데 경성 서대문형무소에 사상범 800명이 수용되어 있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강조하였다. 

“조선 내에 있는 식자는 누구라도 눈을 뜨게 하는 조선인의 사상에 대단히 위험을 느끼고 內鮮融和의 방도는 불교밖에 없다고 말하는 것을 異口同音으로 말하고 있다. (중략) 본산 당국과 개교사 모두가 이러한 커다란 기대에 대해 충분하게 종문의 입장에서 진지한 노력으로 전도에 힘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와 같이 코쵸는 내선융화의 방향과 조선인을 대상으로 한 포교를 강조하였다. 이에 따라 오타니파는 재조일본인만이 아니라 조선인을 대상으로 한 포교로 확대하였다. 그런데 오타니파에서는 포교시설을 본산 직할의 것으로 생각하는 의식이 강하고, 포교소 책임자도 본산의 임명에 따라 단기간에 교대하는 것이 많았다. 이 때문에 전임 주지의 임명을 요구하는 총독부로부터 정식으로 사원으로서 인가를 얻지 못하고 있었다. 

따라서 조선 포교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면서 새로운 변화가 나타났다. 1929년 11월에 향상회관 교무주임이며, 성전의 조선어 번역에 종사하던 李智光과 논산 同朋敎會 主事인 金正默이 東本願寺에서 득도식을 하였다. 두 사람은 이미 오타니파에서 득도를 희망했지만, 코쵸 법주의 조선 방문을 계기로 득도를 하게 되었고, 법주가 이들을 접견하여 격려하였다.    

1930년에 오타니파는 조선에서의 교세 만회를 위해 새로운 시책에 착수하였다. 조선개교감독부는 1930년도 사업계획으로서 별원에서의 朝起講演會 개최, 여자청년회의 조직, 소학교 교원의 신앙좌담회 개최 등과 함께 사회사업을 확대할 것을 내세웠다. 같은 해 7월에 마산, 예천, 新都內 포교소 신설에 착수하였다. 이 가운데 신도내 포교소는 김정묵이 主幹을 맡은 論山同朋敎會가 있던 곳이었다. 논산동붕교회는 일찍이 조선인 신자 약 3천명을 헤아렸다. 김정묵은 1927년에 신도내보통학교를 설립하여 교장을 맡았고, 지방농촌아동의 교육에 힘썼다. 감독부는 김정묵을 개교사에 임명하고, 오타니대학을 졸업한 黃滋淵도 신도내에 파견하여 포교자와 신자가 모두 조선인으로 구성된 포교소를 개설하였다.    

1932년에 개최된 개교단 총회에서는 다양하게 조선인 대상의 사업 계획이 입안되었지만, 중심 과제는 조선인 주체의 포교소를 각지에 설치하는 것이었다. 이어 1934년 7월 7일부터 3일간 조선개교감독부가 全朝鮮人僧俗大會를 신도내포교소와 부속 新成學校에서 개최하였다. 조선승려와 신도가 주체가 된 오타니파 최초의 대회이며, 이러한 대회는 다른 종파에서 유례가 없는 것이었다. 이 무렵 조선어 󰡔眞宗寶典󰡕이 편찬, 간행되었고, 1934년 7월 20일에 조선인 포교자의 증원을 위해 조선승려양성소규정을 제정하였다. 다만, 이러한 포교에도 불구하고 오타니파에서 조선인 신자의 증가는 비약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한편, 이러한 오타니파의 동향은 1930년대 초반의 시대 상황과 총독부의 정책 변화에 따라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였다. 1931년 6월에 우가키 가즈시게(宇垣一成)가 조선총독에 취임하였다. 그는 세계공황에 의해 심각한 타격을 받은 농촌의 진흥을 중심과제로 내걸었고, 또한 같은 해 9월에 만주사변이 일어나자 조선을 대륙전진병참기지로 삼아 유사시에 대륙에서의 경제적 자립을 지탱하는 거점으로서 각종 산업의 진흥을 추구하였다. 또한 1932년에 농산어촌진흥운동(농촌진흥운동)이 관제운동으로 추진되었다.   

농촌진흥운동에서는 무엇보다도 ‘자력갱생’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농가경제는 파탄에 빠졌지만, 총독부의 농정 탓이 아니라 조선 농민의 생활 태도가 문제라고 하는 것이 운동의 전제조건이었다. 거기에는 ‘물질생활’의 안정화를 과제로 하면서 사실은 ‘정신생활’의 안정화야말로 가장 중시되었다. 즉 색복 착용, 단발 실행, 미신 타파 등의 합리적 생활관습이 장려되었고, 근면, 절약, 저축, 금주금연, 부업 장려 등 청빈주의적 생활 태도가 장려되었다. 농민 문제의 본질이 토지 문제에 연원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정신주의로 일관한 관제운동인 농촌진흥운동이 실패로 귀결될 수밖에 없었다. 나아가 그것은 황민화운동으로서의 일면을 강하게 갖게 되었다. 

우가키 총독은 1932년에 國民精神作興詔書가 나온 11월 10일을 기점으로 수일간에 걸쳐 ‘國民精神作興運動’을 전개하였다. 이 운동은 1929년 8월에 ‘사상국난, 경제국난’의 극복을 목표로 내세우고, 문부성이 제창한 ‘교화총동원운동’을 참고한 것이다. 산업의 진흥, 경제적 부흥을 정신면에서 뒷받침하는 것에 주안이 두어졌고, 관서, 학교, 회사와 함께 신사, 사원, 교회, 교화단체 등을 동원하는 것이 계획되었다.  

이후 1930년대 후반에 이르면 총독부는 모든 종교에 의한 일치협력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心田開發運動을 추진하였다. 1936년 1월 15일에 京城府民會에서 총독부 주최의 심전개발위원회가 열려 심전개발운동의 기본요강이 결정되었다. 심전개발운동은 농촌진흥운동과 연동하는 것이며, 동시에 조선인의 종교세계에 깊이 들어가 황민화를 강하게 도모한 것이었다. 심전개발운동의 목표는 첫째, 국체관념의 명징, 둘째, 경신숭조사상의 함양, 셋째, 보은, 감사, 자립정신의 양성을 내걸었다. 거기에는 유교와 함께 신도, 불교, 기독교 등 공인종교의 부흥을 호소하면서 실은 국가신도 체제에 그것을 넣어 국체관념을 내면화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1930년대에 국민총동원체제가 형성되었고, 오타니파도 이러한 동향에 적극적으로 호응하였다. 1935년에 오타니파 개교감독부는 조선 북부에서 만주에 이르는 포교 거점을 쌓아 갔다. 35년 6월부터 나가타니 간유(豅含雄)가 조선 각지를 巡講했다. 이러한 흐름은 심전개발운동이 총독부가 직접 개입, 지도한 교화활동이기 때문에 모든 종교에 강요한 것과 관련된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