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인박사를 널리 알리고 끊임없는 조사와 연구에 힘써왔던 (사)왕인박사현창협회가 2021년 왕인박사 학술대회를 개최하며, 왕인박사 출생설의 배경에 대해 학술적 연구 보고를 진행했다. 

지방자치 시대에 맞춰 자치단체마다 콘텐츠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위인과 관련된 콘텐츠가 많은데 비해 논증이 부족한 것들이 대다수이다. 사실 근거가 부족한 단순한 가설만으로, 또는 역사를 왜곡하면서까지 만들어지는 콘텐츠는 매우 위험한 일이다. 지금도 수없이 생산되고 있는 이러한 콘텐츠들로 인해 소요되는 자원과 시간 낭비는 미래동력을 저해하는 요소이다. 

역사는 가설이 아니며 소설도 아니다. 이러한 차원에서 왕인박사에 대한 고증 연구와 조사에 꾸준히 노력하고 있는 (사)왕인박사현창협회와 학자들의 연구는 존경을 받아 마땅하다. 설령 영암이 아닌 충남 공주, 부여로 확인이 될지라도 굳건히 연구에 힘을 쏟아주길 바란다. 

영암우리신문은 이러한 연구에 대해 지역민들이 함께 알아갈 수 있도록, (사)왕인박사현창협회와 함께 2021 왕인박사 학술대회를 통해 밝힌 영암 출생설의 배경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1920~30년대 전남지역 일본불교 정토진종 대곡파의 동향 (3)

- 차례 -
Ⅰ. 머리말
Ⅱ. 오타니파의 조선포교
Ⅲ. 오타니파의 전남지역 포교와 내선융화 사업의 배경 
Ⅳ. 맺음말

<지난호에 이어>

Ⅲ. 오타니파의 전남지역 포교와 내선융화 사업의 배경

오타니파가 개교 이후 1920년대까지의 포교 활동에 대해서는 󰡔朝鮮開敎五十年志󰡕 자료를 중심으로 한 정성일의 연구가 있다. 다만, 지역사회에서 일본불교의 동향이 어떠한가에 대해서는 관련 자료가 적은데다가 관련 연구가 거의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오른쪽의 <표1>에 드러나듯이 전남 지역에 일본불교는 다양한 종파가 진출하였으며, 나주, 목포, 광주 지역에 주로 사원, 포교소를 설치한 사실을 알 수 있다. 특히 정토진종의 본원사파와 오타니파, 조동종, 니찌렌슈 등이 포교를 활발하게 추진하였다. 나아가 1910년대 이후에 眞宗大谷派婦人會 榮山浦支部, 전라남도 영산포 日蓮宗 三寶婦人會, 全羅南道羅州佛敎婦人會 등 다양한 불교단체가 설립되었다. 

그러나 일본불교의 포교가 주로 재조일본인을 대상으로 하였기 때문에 조선인 신도의 증가로 이어지지 못하였다. 그것은 식민주의가 민족별로 공간을 분절하며, 또한 공간을 차별적으로 배치하는 성격과 무관하지 않다. 사회공간은 일본인 시가지와 조선인 시가로 분절되며, 주민들의 복리를 위해 필요한 공공시설과 공공장소는 일본인 시가나 근접지에 설치하고, 형무소, 화장장 등 기피공간과 혐오시설은 조선인 시가지나 그 인접지에 배치하는 방식이다. 식민지조선에서 재조일본인의 약 80%는 도시생활자이며, 자신들만의 일본인 마을을 만들고 거의 조선인과 접촉하지 않는 형태로 일상생활을 하였다.   

1897년에 목포가 개항장이 된 후에 목포, 나주 등에 재조일본인이 늘어나면서 일본불교의 포교가 확산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일본불교의 각 종파는 조선 포교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경쟁하는 관계에 있었고, 지역사회에서의 활동도 마찬가지였다. 지역의 재조일본인 사회에서 각 종파는 자파의 성격을 최대한 구현하여 포교에 나섰던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조동종의 나주 지역 사례가 참고 된다. 조동종 영산포 주임포교사인 이리에 이쯔오(入江五雄)가 설립한 曉天參禪會가 1주년을 맞아 모임의 운영에 대한 소개와 함께 참선회에 참가하였던 4인의 소감을 잡지에 실었다. 글의 내용은 참선회에 참가하게 된 경위, 참선의 효과, 정신수양법으로서의 의미 등이 간략하게 서술되어 있다. 이러한 선에 대한 특집 기사를 통해 선에 대한 이론과 실천 방법이 재조일본인 신도에게 제공되었다. 이러한 경향은 薰風會와 같은 참선회, 禪學提唱 등의 모임이 전국 각지에 설립되고 운용되었으며, 선종의 특징을 반영한 것이다.

이러한 참선 모임은 조동종의 별원, 포교소에서 다양하게 전개되었지만, 조동종의 기관지에 소개될 정도로 지역의 성공 사례로 인정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나주 지역의 규모, 일본불교의 포교 상황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하겠지만, 각 종파가 지역의 재조일본인 사회에서 신도 확보를 둘러싸고 경쟁하고 노력해야 하는 양상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오타니파는 본원사파와 경쟁 관계에 있는데다가 조동종을 비롯한 다른 종파와도 경쟁하던 현실에서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한 방안 가운데 자파의 종교적 성격과 특징을 구현하는 방식과 함께 지역사회에서 일본인 커뮤니티의 구심점으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제시하는 방식도 구현하였던 것으로 추측된다.            

이러한 이해 방향은 오타니파의 아오키 케이쇼(青木恵昇)가 1932년 5월 7일에 왕인 동상의 건립을 추진한 이유와 배경을 밝히는 실마리가 되지 않을까. 기존 연구에서는 아오키가 내선일체론으로부터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고, 왕인 유적지를 추적하여 염암을 적격지로 선정하고 왕인 동상을 건립할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은 승려 또는 일본불교가 왜 불교와 무관한 사업을 추진하였는가에 대한 해명이 충분하지 않다. 더욱이 아오키의 사업 계획이 그의 개인적 관심에서 비롯된 것인지, 오타니파 교단의 관심이나 지원은 있었던 것인지, 나아가 당시 내선일체론의 동향으로부터 어떠한 영향을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아오키의 생애와 행적에 대한 자료가 거의 없고, 오타니파와 관련된 자료도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총독부 관보에 1926년 10월 1일에 아오키는 영산포 포교소 담당자로서 포고계를 제출하였다. 이후의 행적은 알 수 없고, 1944년 10월 31일에 나주 영산포읍 心光寺 주지로 신고하였다. 관보 자료에 포교 책임자의 인사가 많으므로 아오키가 나주 지역에서 계속 머물렀다고 보기 어렵지만, 그의 행적이 주로 나주에서 나타난 것은 흥미롭다. 

자료의 한계가 있지만, 왕인 동상의 건립 계획은 아오키 개인의 차원에서만 제기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오타니파에서 조선 포교에 대한 방향 전환과 당시 총독부의 정책에서 비롯된 것이 기본적인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곧 1929년에 8월에 오타니파 법주 오타니 코쵸(大谷光暢) 부부 일행이 조선을 방문한 후에 조선인을 대상으로 한 적극적인 포교가 추진되면서 내선융화를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내선융화를 내세우면서도 일본인이 조선인에 대한 우월감을 갖고 있는 풍토에 대해 비판하였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