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인박사를 널리 알리고 끊임없는 조사와 연구에 힘써왔던 (사)왕인박사현창협회가 2021년 왕인박사 학술대회를 개최하며, 왕인박사 출생설의 배경에 대해 학술적 연구 보고를 진행했다. 

지방자치 시대에 맞춰 자치단체마다 콘텐츠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위인과 관련된 콘텐츠가 많은데 비해 논증이 부족한 것들이 대다수이다. 사실 근거가 부족한 단순한 가설만으로, 또는 역사를 왜곡하면서까지 만들어지는 콘텐츠는 매우 위험한 일이다. 지금도 수없이 생산되고 있는 이러한 콘텐츠들로 인해 소요되는 자원과 시간 낭비는 미래동력을 저해하는 요소이다. 

역사는 가설이 아니며 소설도 아니다. 이러한 차원에서 왕인박사에 대한 고증 연구와 조사에 꾸준히 노력하고 있는 (사)왕인박사현창협회와 학자들의 연구는 존경을 받아 마땅하다. 설령 영암이 아닌 충남 공주, 부여로 확인이 될지라도 굳건히 연구에 힘을 쏟아주길 바란다. 

영암우리신문은 이러한 연구에 대해 지역민들이 함께 알아갈 수 있도록, (사)왕인박사현창협회와 함께 2021 왕인박사 학술대회를 통해 밝힌 영암 출생설의 배경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1920~30년대 전남지역 일본불교 정토진종 대곡파의 동향 (4)

- 차례 -
Ⅰ. 머리말
Ⅱ. 오타니파의 조선포교
Ⅲ. 오타니파의 전남지역 포교와 내선융화 사업의 배경 
Ⅳ. 맺음말

<지난호에 이어>

이러한 경향은 오타니파의 입장이 반영된 ｢조선불교시찰기｣가 기관지에 게재된 글에서 잘 드러난다. 후지나미는 식민지조선에서 기독교가 확장되는 것에 비해 일본불교는 재조일본인을 대상으로만 하기 때문에 조선인에 대한 포교가 저조한 현상을 비판하였다. 그는 이러한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조선인을 대상으로 한 포교에서는 독경과 좌담과 같이 일본인 대상의 포교방식이 아니라 생활개선으로 나아갈 것을 주장하였다. 나아가 일본 승려들이 조선 승려들과 접촉을 늘리고, 그들을 계발할 것을 촉구하였다.  

한편,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1931년 6월에 우가키 총독이 부임하면서 문부성이 제창한 ‘교화총동원운동’을 참고한 ‘국민정신작흥운동’을 전개하고, 이어 황민화정책에 따른 내선일체론이 표방되던 현실과 관련된다. 다만 내선일체론이 시기와 현실적인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제기되었다는 사실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1920~30년대에는 고대 한일관계의 친연성을 강조하는 용어로 同源이 더 사용되었다. 1930년에도 동원, 동근, 동종 등 양국 관계를 설명하는 다양한 용어가 사용되었다. 심지어 재조선 일본인에게 영향력이 있던 잡지 󰡔朝鮮公論󰡕은 1937년 1월호 권두언에서 “일부에서 내선동화설을 부르짖으면서 同祖同文의 고증을 역설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痴人夢을 말하는 것 같은 이상론”을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였다. 

1936년 8월 미나미 지로 총독이 부임한 이후에 강조된 내선일체 정책으로 일선동조론이 조선사회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1937년 12월에 시오바라 도키사부로가 학무국장에 발탁되었고, 황국신민화 정책을 강제해 나갔다. 시오바라는 극단적인 동화정책을 추진하면서 오랫동안 잊혀졌던 일선동조론을 다시 불러내었다. 그에게 동화란 조선인에게서 중국의 영향을 깎아내어 순전한 일본인으로 회복시키는 것이었다. 미나미의 뒤를 이은 고이소 구니아키 총독은 일선동조론의 변종인 스사노오노미코토(素戔鳴尊)=단군설에 근거해 일본인과 조선인이 한 조상에서 나왔다고 주장하였다. 1937년 이후 조선총독부는 황국신민화정책을 추진하였고, 그 중에 핵심은 내선일체였다. 전쟁 동원을 위해 조선인과 일본인의 다름보다 같음이 중요하게 되었다. 

이와 같이 내선일체론은 1930년대 이후 총독부가 내선일체 정책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과 맞물려 전개되었지만, 식민지사회에서 복잡한 양상을 갖고 있었다. 메이지 시기 이후에 일선동조론은 양날의 검이 되어 일본사의 고유성을 파괴시킬 수도 있는 민감한 문제였다. 그리하여 조선총독부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는 일선동조론에 대해 일관된 입장을 취하지 않았다. 

이러한 논란은 근세일본에서도 존재하였다. 예를 들어 도 데이칸(藤貞幹)은 일본이라는 나라가 열린 이후 존재했던 대부분의 문화가 한반도에서 건너왔다고 주장하였다. 특히 백제에서 아직기, 왕인 등이 건너와 문자를 알려주었고, 처음으로 중국과 연결되었다고 언급하였다. 모토오리 노리나가는 데이칸에 대항하여 일본의 문물과 제도는 모두 스스로 태어난 것이라 줄기차게 주장하면서, 이것들이 오히려 일본에서 한반도로 건너갔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황통의 순결성을 지키면서도 조선과의 관련성 그 자체는 부정하지 않는 오늘날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일선동조론의 기원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다음으로 일본불교가 내선일체론을 제기하거나 식민지 지배정책에 적극적으로 호응한 양상을 어떻게 이해하는 것이 좋을까. 기존 연구는 이러한 양상에 대해 진종, 나아가 일본불교가 국가주의에 영합한 현상만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지적은 기본적으로 타당하지만, 지나치게 단선적인 결론이 강조되는 것이 아닐까.    

이 글에서 이러한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할 수 여유가 없고, 그럴 만한 연구 수준이 아니지만 간략하게 문제 제기의 수준에서 지적해두고자 한다. 여기서는 일본불교 가운데 내선일체를 가장 적극적으로 제기한 綠旗聯盟를 주목해보고자 한다. 녹기연맹은 쓰다 사카에(津田榮)가 창립한 니찌렌주의 불교단체이다. 

쓰다는 도쿄대학 이학부 출신으로 1924년에 경성제대 예과 교수로 부임하였다. 그는 1925년 1월에 경성제대예과 立正會를 조직하고, 이를 1925년 2월에 京城天業靑年團으로, 다시 1930년 5월에 綠旗同人會로 개편하였다가 1933년 2월 11일에 녹기연맹으로 재조직하였다. 주요 구성원은 회장 쓰다 사카에, 主幹 쓰다 가타시(津田剛), 여성 사회교화단체인 세이와여숙(淸和女塾) 숙장 쓰다 요시에, 쓰다 세츠코, 쓰다 미요코 등과 경성제대 사학과 출신의 모리타 요시오(三田芳夫), 현영섭, 이영근 등이다. 

이외에 이항녕, 김용제, 박인덕 등 이른바 친일 조선인의 참여가 적지 않았다. 또한 녹기연맹은 기관지 󰡔綠旗󰡕를 1936년 1월에 창간하여 1944년 12월까지 간행하였다. 녹기연맹은 식민지 조선인을 동화시키기 위한 사회 교화를 위해 ‘황국신민화’와 ‘내선일체’의 실현에 앞장섰다. 그런데 녹기연맹의 사상적 기반은 다나카 찌가쿠(田中智學)의 니찌렌주의였다. 

다나카 찌가쿠는 1880년에 법화계 재가불교교단 蓮華會(후에 立正安國會, 다시 國柱會로 변화)를 창설하고, 정교일치에 의한 니찌렌불교의 국교화를 주장하였다. 1900년대에 그는 니찌렌주의와 일본국체학을 표방하고, 國立戒壇의 건립을 주장하였는데, 그것은 천황의 개종으로 니찌렌종이 일본의 국교가 되기를 바란 것이다. 

찌가쿠는 日蓮遺文을 메이지 시대 상황에 맞추어 재해석하여 국교화 실현의 과정을 첫째, 국민의 국체관념의 자각과 니찌렌불교의 사회적인 보급에 의한 일본통합, 둘째, 천황에 의한 계단 건립의 大詔渙發, 제국의회에 있어서 니찌렌주의, 국교제도의 제정과 계단 건립의 의결, 국립계단 건립에 의한 니찌렌불교의 국교화 실현, 셋째, 일본에 적대하는 국가와의 세계대전쟁, 일본에 의한 세계의 통일 등으로 제시하였다. 찌가쿠는 니찌렌주의의 국교화에 의해 국민과 국가의 통합, 세계 인류의 통일이 달성되어 이상세계가 실현한다는 비전을 제시하였다.

찌가쿠의 니찌렌주의는 국체신화의 교화를 스스로의 언설과 실천에 적극적으로 수용한 특징을 갖고 있다. 그는 니찌렌주의에 의해 의미를 갖는 국체를 호소함으로써 사람들이 국체관념을 자각하고 국민적 일체성을 가진 국민공동체가 만들어져, 그 결과 니찌렌주의 신앙이 이끄는 정교일치가 실현된다고 생각하였다. 이러한 찌가쿠의 니찌렌주의 운동은 아래로부터의 민중적 내셔널리즘이며, 종교적 내셔널리즘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국주회 운동은 보편적인 구제를 표방하는 종교운동과 국가신도를 결합하여 인류의 종교적 구제와 천황제 국가에 기반을 둔 국가 구제를 결합시킨 종교운동이다. 

그러면 왜 불교와 일본국체가 결합되었을까. 국체 언설은 근대일본에서 일본 내이션의 연원적인 유래를 설명하고 근대일본의 내셔널 아이덴티티와 내셔널리즘에 근거를 제시하는 신화로서 기능하였다. 국체신화는 근대일본에서 만들어진 전통이며, 천황 권위의 정통성을 구축하여 근대일본의 국가체제를 정당화하는 지식체계이자 근대일본의 정치문화이다. 따라서 국체신화는 국가에 의한 정치적인 경계와 국민이라고 하는 공동체의 단위를 일치시키기 위한 매개였다. 

찌가쿠의 니찌렌주의는 인간세계의 일체에 이르는 지도 원리이며, 국민사상의 커다란 표준이었다. 세속생활에 대한 관여에서 찌가쿠가 가장 중시했던 것이 국민국가와의 관계이다. 이러한 니찌렌주의 불교는 국가신도가 가진 한계, 즉 보편적 성격의 결여를 보완하는 성격을 갖고 있다. 곧 제국주의 내지 초국가주의 방향에 부적합한 한계 문제를 극복하는 데에 적합한 이론체계를 제공하였던 것이다. 다만, 니찌렌주의 불교는 일본불교라는 특수성을 벗어나기 어려운 한계를 갖고 있다.     

한편, 니찌렌의 사상이나 니찌렌주의에 심취한 이들은 불교계만이 아니라 지식인, 문인 등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되었다. 특히 쇼와 전기(1926~1945)에 천황 숭배를 표방하는 초국가주의적인 변혁운동을 주도하였던 지도자의 대다수가 니찌렌주의의 영향을 받았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국가사회주의로 유명한 키타 잇키(北一輝), 立正護國黨을 세워 니찌렌불교에 기초한 국가개조운동을 육성하였던 이노우에 닛쇼(井上日召), 일본 육군의 엘리트이며, 만주사변을 계획하였던 이시와라 간지(石原莞爾) 등을 들 수 있다.  

Ⅳ. 맺음말

모두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식민지 포교에 나선 일본불교에 대한 편견과 부정적 시각으로 인해 연구 대상으로 취급하지 않거나 식민지 침략의 앞잡이라는 선험적(?) 결론이 앞선 연구가 여전히 적지 않은 실정이다. 근래에 재조일본인사회에 대한 연구가 확산되면서 새로운 시각과 방법론이 이루어지는 것에 비해 재조 일본불교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관심 밖에 놓여 있다. 더욱이 교단 전체의 동향에 비해 지역사회에서의 활동은 자료가 빈곤한데다가 일부 주제를 제외하고는 연구 대상으로 다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과 여건을 감안하여 이 글에서는 오타니파의 동향, 총독부의 정책, 내선일체론 담론의 성격과 변화 등을 함께 검토하여 접근해보았다.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문제는 앞으로 자료 수집과 관련 연구 성과를 검토하여 보완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국가주의와 불교라는 문제와 관련하여 부정적 시각에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는 문제를 제기한 것이 식민지주의를 부정하자는 주장이 아니라는 것을 지적해둔다. 

일본불교가 국가주의의 길로 나아간 것도 사실이지만, 니찌렌계 사상운동은 국가주의와 초국가주의, 우파와 좌파, 민중지향적 것 등 다양한 흐름이 존재하였다. 정토진종의 사회사상에도 내셔널리즘과 사회주의 양극이 존재하였다. 모두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근대불교사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확인하고, 검토하는 작업이 선결 과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