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인박사를 널리 알리고 끊임없는 조사와 연구에 힘써왔던 (사)왕인박사현창협회가 2021년 왕인박사 학술대회를 개최하며, 왕인박사 출생설의 배경에 대해 학술적 연구 보고를 진행했다. 

지방자치 시대에 맞춰 자치단체마다 콘텐츠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위인과 관련된 콘텐츠가 많은데 비해 논증이 부족한 것들이 대다수이다. 사실 근거가 부족한 단순한 가설만으로, 또는 역사를 왜곡하면서까지 만들어지는 콘텐츠는 매우 위험한 일이다. 지금도 수없이 생산되고 있는 이러한 콘텐츠들로 인해 소요되는 자원과 시간 낭비는 미래동력을 저해하는 요소이다. 

역사는 가설이 아니며 소설도 아니다. 이러한 차원에서 왕인박사에 대한 고증 연구와 조사에 꾸준히 노력하고 있는 (사)왕인박사현창협회와 학자들의 연구는 존경을 받아 마땅하다. 설령 영암이 아닌 충남 공주, 부여로 확인이 될지라도 굳건히 연구에 힘을 쏟아주길 바란다. 

영암우리신문은 이러한 연구에 대해 지역민들이 함께 알아갈 수 있도록, (사)왕인박사현창협회와 함께 2021 왕인박사 학술대회를 통해 밝힌 영암 출생설의 배경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1930~40년대 왕인박사 상징물 건립 추진 - 식민지 조선을 중심으로 - (2)

- 차례 -
Ⅰ. 머리말
Ⅱ. 1910~20년대 영암 지역과 국내 사정
Ⅲ. 1930년대 왕인박사 상징물 건립 구상
Ⅳ. 1940년대 왕인박사 상징물 건립 추진
Ⅴ. 맺음말

<지난호에 이어>

예를 들면 『조선총독부 관보』(1922.8.2.)에 포교자(布敎者) 거주지(居住地) 이전(移轉)에 관한 내용이 보인다. 1922년 2월 10일 총독부에 제출된 내용에 따르면, 신슈 오타니파[眞宗大谷派] 소속 일본인 승려 마에다 데쓰신[前田鐵心]이 경기도 개성군 송도면 서본정(西本町) 29번지에서 거주지를 옮겼는데, 새 거주지 주소가 ‘전라남도 영암군 영암읍 서남리 69-8’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조선총독부 관보』(1922.9.20.)에 포교 담임자(擔任者) 변경에 관한 사항이 기재되어 있다. 즉 1922년 2월 21일부터 포교 담당자가 변경되었다고 총독부에 신고된 내용에 따르면, 신슈 오타니파 본원사(本願寺) 영암 포교소의 신임 담임자인 마에다 데쓰신[前田鐵心]의 주소가 ‘전라남도 영암군 영암군 서남리 69번지’, 그리고 그의 전임자가 다카키 히토시[高木等]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위의 관보(1922.8.2.)에 등장하는 ‘서남리 69-8’은 1년 전인 1921년(大正 10) 1월 15일 ‘서남리 69번지’에서 분할(分割)되었음이 아래에서 소개할 다른 자료를 통해 확인된다. 『구(舊) 폐쇄 토지대장』에 따르면, 이듬해인 1922년(大正 11) 9월 16일 ‘서남리 69-8’의 소유권이 국가에서 오에 데쓰신[大江鐵心]에게 이전되었다고 한다. 즉 그 땅이 당초에는 국유지였는데, 1922년부터 본원사 영암 포교소 부지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토지대장의 오에 데쓰신[大江鐵心]과 관보에 나오는 마에다 데쓰신[前田鐵心]이 동명이인(同名異人)일까, 아니면 동일인(同一人)일까?

『조선총독부 관보』(1923.3.24.)에 제시된 주직 씨명(住職氏名) 변경계(變更屆)를 기준으로 말한다면, 동일인으로 봄이 마땅하다. 1923년 1월 20일 제출된 신청서 내용에 따르면, 충청남도 공주군 공주면 금정(錦町)에 주소를 둔 마에다[前田] 주지[주직]의 성(姓)이 새롭게 오에[大江]로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이로써 관보의 마에다 데쓰신[前田鐵心]과 토지대장의 오에 데쓰신[大江鐵心]이 같은 사람인 것이 분명해졌다고 생각한다.

3. 충남지사 석진형(石鎭衡)의 왕인신사(王仁神社) 창건 구상(1925년 6월 5일)

석진형(石鎭衡, 1877~1946)은 전라남도 참여관(1921~5년)과 도지사(1927~8년)를 지낸 인물이다. 그런데 1925년까지만 하더라도 석진형은 ‘부여(扶餘)’를 왕인박사와 관련지어 생각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충청남도 지사(1925~6년) 재임 때 그가 ‘부여’에 왕인신사(王仁神社)를 세우자고 제안한 것이 그 근거이다.

그런데 1928년에는 석진형이 ‘영암을 왕인박사의 출신지(출생지)로 언급한 적도 있었다. 그보다 3년 전인 1925년 6월 현재 석진형의 구상을 잘 보여 주는 자료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충남지사 석진형 씨가 포부를 밝힘(大田) 

“(전략) 앞으로 왕인신사를 창건하고 싶다. 왕인박사는 1,600여 년 전 백제 수도 부여를 出帆하여 금강으로 내려가 일본으로 건너갔으며, 논어 10권과 천자문 1권을 바치고, 응신 천황의 황자 稚郞子 등에게 학문을 가르쳐, 일본 文敎의 시조로 칭하니, 內鮮融和의 神으로 받들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하므로, 총독부 당국에 말했더니 총독도 크게 찬성하였으니, 지금은 神社 자격에 대하여 내무성에 문의 중이다. 창건을 하는 것은 대부분 기부에 의하고, 궁전은 백제식으로 건립하고, 부여에도 여러 가지로 손을 써서 학생들의 참배 유람을 위해서는 간이 숙소를 지어서 더욱 명소의 고장으로 세간에도 선전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위에 소개한 「왕인신사(王仁神祠)를 창건(創建)―일본 文敎의 祖이자 內鮮融和의 神, 백제 옛 수도 부여에 모시다」라는 제목의 조선신문(朝鮮新聞) 대전발(大田發) 기사를 보면, 1925년 6월 시점에서 석진형은 “왕인박사가 부여에서 배를 띄워 금강으로 내려가 일본으로 건너갔다”고 보았다. ‘(일본) 문교(文敎)의 시조(始祖)’로 추앙받고 있는 왕인박사를 ‘내선융화(內鮮融和)의 신(神)’으로 받들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 그는 이미 총독부에 왕인신사를 짓자고 제안을 했고, 총독도 그의 제안에 찬성하였다고 그는 말했다. “(일본) 내무성(內務省)에 신사(神社)의 자격을 문의 중”이라고도 했다. 아무튼 “(부여에) 왕인신사를 창건하자”는 석진형의 제안(또는 구상)이 실제로 조선총독부와 일본 내무성에도 전달되었을 것으로 보이며, 당국도 이에 대하여 정책 검토를 하였으리라 추측해 볼 수 있다. 

위에서 1919년 영암 지역의 상황(4.10. 독립 만세 운동; 9.30. 일본 불교 사찰 本願寺의 영암 포교소 설립 허가)과 1925년 충남지사 석진형의 부여 왕인신사 창건 구상을 살펴보았다. 일제(日帝)의 식민지 지배 정책은 1919년 3월 1일 이후 ‘내선융화’의 길로 가고 있었고, 이 정책 방향에 가장 적합한 대상으로 고대(古代) 인물인 왕인박사가 근대(近代) 시기에 다시 소환(召喚)되었다고 판단된다.

그에 맞추어서 각지에서 왕인박사를 상징하는 형상이나 시설을 만들려고 구상을 하였거나, 그것을 실제 추진하였을 터인데, 장(章)을 달리하여 이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하자.

Ⅲ. 1930년대 왕인박사 상징물 건립 구상

1. 공주군의 왕인(王仁) 사당과 박물관 건립 구상(1931년)

1930년대에 가장 먼저 왕인박사(王仁博士)의 상징(象徵)을 정책적으로 이용하려 시도했던 곳은 충청남도 공주군이었다. 1931~2년 공주군수를 지낸 바 있는 아이바 에이지로[饗場英二郞]는 왕인박사를 상징하는 시설을 만들어서 공주 지역의 발전을 꾀하려는 정책 구상을 한 바 있다. ‘공주 번영책’의 하나로 접근하여, ‘왕인 사당’과 ‘왕인 박물관’을 공주에 건립할 계획(구상)을 관민 연합으로 추진하고자 했던 공주군의 정책 방향이 아래에 소개하는 『매일신보』(1931.11.12.) 기사에 잘 나타나 있다. 

“공주는 백제의 王都로 왕릉, 각 고적, 勝地, 불교의 유물 등 考古 자료가 풍부하다 함은 일반이 주지하는 바이나, 모두 腐朽하고 疲廢 또는 埋沒되어 현재 관람물이 迷遠한 것을 유감으로, 최근에 이르러 박물관, 왕인사당을 건설한다는 여론이 비등한 바, 공주군 당국에서는 공주번영책 수립 하에 饗場 군수는 村上 지방과장 외 內鮮人 유지 20여 명과 지난 7일(11월 7일?-인용자주) 公州高普 輕部 敎諭의 안내로 州外面  龍唐里 뒷산 왕릉, 山城 공원의 궁전, 花園(雄心閣 남단) 庭石, 瀑布, 蓮池 靈泉, 臨流閣趾 등을 역사적 기본의 조사적으로 시찰을 하였다는데, 머지않아 각 고적을 修築하여 일반 관람자의 考古를 便宜케 할 계획이라 한다.”(밑줄은 인용자)

위에서 말하는 가루베[軽部]라는 사람은 1927~37년 공주고등보통학교(1930년은 충청남도 사범학교), 1938~9년 공주중학교, 1940~2년 대동고등여학교, 1943년 강경고등여학교 등에서 ‘교유(敎諭)’를 지낸 가루베 지온[輕部慈恩, 1897~1970]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공주 지역 백제 고분을 파헤쳐 악명 높은 고고학자로 평가를 받는 그가 당시 공주군 관계자들을 안내하여 왕릉과 산정 등을 둘러보았다고 한다.

그런데 “각 고적을 수축(修築)하여 일반 관람자에게 공개할 계획”이라고 한 것으로 보아서는, 1931년 당시에는 백제 유적지가 훼손되는 등 보존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것으로 짐작된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