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의병장’ 양달사(梁達四) 장군에 대한 기록이 담긴 문헌들이 발견됐다. ‘양달사 현장사업회’는 양달사의 업적을 재평가하고자 노력한 끝에 출범 3년여 만에 양달사 문헌집을 발굴하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양달사란 인물은 누구이며 그의 업적을 재평가하는 것은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 

양달사는 1518년 영암 도포 태생으로 무과에 급제해 1553년 남해 현감에 부임했다. 도중에 모친상을 당해 시묘살이를 하던 중 1555년 을묘왜변이 일어나자 의병을 모집해 5월 영암성(지금의 영암읍성)을 침공한 왜구를 격퇴했다. 전쟁 후 시묘살이를 계속하다 1557년 세상을 떠났다. 본관은 제주, 호는 남암(南岩)이다. 

을묘왜변은 1555년 왜구가 전라도를 침공한 사건으로 임진왜란 이전 조선이 겪은 최대 규모의 외침이었다. 양달사는 외침 격퇴에 공훈을 세우고도 전쟁 후 조용히 잊혔다.

그렇다면 그의 명성은 과대평가된 것일까? 기록이 모든 사람의 이름을 담을 순 없지만 그럼에도 그의 활약상이 지나치게 과소평가 됐음을 아쉬워하는 여론은 이미 조선시대에서도 형성됐던 모양이다. 그의 숨겨진 공훈을 기리고 알리는 ‘명예회복’ 운동이 현대에 갑자기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증거이다.

양달사 현장사업회는 제주양씨 후손인 양금호 씨가 보관해오던 ‘주부공휘승조파 문헌’을 통해 1765년에 발간된 《여지도서》와 1797년 《호남절의록》에 실린 양달사의 행적을 뒷받침하는 자료들을 찾을 수 있었다. 《호남절의록》에는 “참판 이기경이 전(傳, 전하는 기록)을 지었고 유선 윤득부가 묘지명을 지었으며 목사 임육이 행장(行狀, 인물의 행적을 적은 사료)을 지었다”고 돼 있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한꺼번에 세상에 나온 것이다.

이번에 어렵게 자료를 발굴한 양달사 현창사업회 이영현 사무국장에 따르면 문헌집에는 이밖에도 1779년 황해도 관찰사를 역임한 이기경이 쓴 《양해남남암공전》, 도승지를 지낸 오연상의 묘갈명, 임연이 쓴 사장(事狀), 1777년 신사준이 쓴 유사(遺事), 홍문관 교리 기학경이 쓴 행록후서(行錄後序) 등도 함께 실려 있다.

무엇보다 이번 문헌집 발굴의 가장 큰 성과는 양달사 장군이 도원수와 방어사 등이 의병이라는 이유로 일절 보고를 하지 않아 조정에서 아무런 포상을 받지 못했다면서, 호남 유생들이 300여 년 동안이나 줄기차게 탄원서를 제출했음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는 점이다. 

탄원서의 종류로는 1777년 2월 도내, 즉 전라도 유생들이 합심해 관찰사에 올린 《도내유생상순상서》, 나주 유생들이 관찰사에 올린 《나주진사오시유등상순상서》가 있다. 영암 유생들 또한 군수에 2건과 암행어사에 올린 《본읍유생신창성등수의상서》, 관찰사에게 올린 《본읍유생 임소등상순상서》 등을 통해 힘을 보탰다. 

주요 내용은 영암읍성에서 벌어진 1555년 5월25일 영암성 대첩을 이뤄낸 양달사의 공적을 기술하며, 그럼에도 모든 공을 도원수 등이 가져가고 본인은 정작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했다는 점을 소상히 기술하고 있다.

창우대를 등장시켜 경계가 허술한 틈을 노려 왜구를 섬멸했고, 을묘대첩 이후 영암향교를 동쪽에서 서쪽으로 옮겼다는 것, 향교 앞 군더리 방죽(현 공설운동장)을 보면서 행인들이 양달사가 왜구를 유인해 죽인 곳이라고 늘 얘기한다는 대목, 청강 이제신의 시에도 기록되었다는 점 등을 증거로 제시하면서, 아무런 포상도 받지 못한 양달사 의병장이 너무 억울하다고 탄원하고 있다.

이처럼 전라도 선비들의 탄원은 대를 이어 줄기차게 이어지다가 1842년 전주향교에서 도내 각 향교에 보낸 통문(2021년 나주의병역사박물관에 기증)을 끝으로, 양달사 장군은 1847년에 좌승지로 추증될 수 있었다.

이번 문헌집이 원본이 아니라 1958년도 필사본이라는 점은 다소 아쉽다. 그러나 전라도민들이 역사에 소생시킨 양달사 장군이 조선 최초 의병장이자 호국 영웅이라는 점을 전 국민에게 분명히 각인시킬 필요성과 당위성을 확보하게 됐다며, 이영현 사무국장은 홍문관 교리 기학경이 행록후서의 한 구절을 소개했다.

“광명의 구슬은 물에 잠겨도 변하지 않고, 천지의 이치는 오래 막혔더라도 반드시 터질 것이니, 공(양달사)처럼 이전에 굴욕을 당했던 분이 결국 오늘날에 크게 알려질지 어찌 알았으리오?(光明之珠沉水不渝天下之理久鬱必伸安知若公者雖屈於前世而終必大伸於今日乎)”

장만채 회장은 “이번 문헌 발굴을 계기로 양달사 의병장에 대한 조정의 무관심에 전라도민들이 300여 년 동안 얼마나 억울하고 답답해했는지를 재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면서, “앞으로 조선 최초 의병장 양달사 장군이 전라도의 위대한 의병장이자 호국 인물로 추앙받을 수 있도록 영암군과 전라남도, 정부의 특별한 관심과 지원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영암군에서는 이미 2019년 8월 양달사 시묘유적과 영암읍 장독샘을 영암군 향토문화유산 제8호로 지정한 바 있다. 이번 양달사 문헌 발굴은 이미 지정된 유적지와 함께 양달사의 업적을 재조명하고 나아가 임진왜란 이전 호남 최대 위기였던 을묘왜변의 연구를 확장하는데도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