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가로등 불빛도 주위의 어둠에 가려 잘 보이지도 않은 밤 10시. 영암읍 중심으로 거의 일대의 모든 상가들이 문을 닫고 여름의 더운 열대야가 한창 기승을 부리는 시간. 

이 시간에 유일하게 영암읍내파출소 건너편의 도로가에는 주위의 어둠과는 상관없이 환하게 불을 밝히고 약국을 찾는 손님 누군가를 기다리는 한 약사가 있다.
영암읍 낭주로 173(역리 149-3) 제일마트 옆에 위치하고 있는 ‘으뜸약국’ 김경배 약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약사 경력만 25년으로 현재의 위치에서 12년째 묵묵히 약국을 운영하고 있다. 

전남 최초 공공심야약국에 지정돼 지난 1일부터 야간 운영을 시작하면서 이제는 영암의 든든한 건강수호자 지킴이가 되고 있다.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곳이기도 하지만, 공공심야약국에 지정된지 얼마되지 않아 영암 주민들에게 홍보가 덜 된 탓에 아직은 밤 10시 이후 약을 찾는 손님들이 거의 없다. 

그래도 새벽 1시까지는 꿋꿋이 문을 열고 있다. 설사약이나 복통, 두통, 가슴 두근거림 등의 다양한 환자가 언제나 약국 문을 긴급히 두들길 수 있기 때문이다. 
김경배 약사는 “영암은 어르신들이 많아서 늦은 밤에도 아픈 분들이 많다”며 “이러한 어르신들을 위해 제 위치에서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늘 고민하다가 이같은 공공심야약국을 영암에서 운영하게 됐다”고 참여한 이유를 말했다.  
그도 어느덧 나이가 들어 선배 소리를 들을 나이에 접어들어, 편안한 삶을 살아가도 되지만 이같은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사실 그는 영암이 광주나 목포, 여수, 순천, 광양 등의 전남지역 도시보다 의료 인프라가 매우 부족하다는 고민을 늘 가지고 있었고, 따라서 영암주민들의 건강을 늘 걱정했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는 이들의 건강을 본격적으로 책임지려고, 약간의 불편함과 피곤함을 감수하더라도 공공심야약국을 신청해 운영하고 있다. 
김경배 약사는 “지금도 늦은 밤이면 집에서 갑작스럽게 통증이나 고통을 호소하는 분들이 분명 계실 것이다”며 “상비약을 구비해 놓으면 괜찮지만, 갑작스럽게 필요한 약이 없다면, 또 약국 문이 닫아서 갈 곳이 없다면 힘들 것이다. 이제 쉽게 찾아올 수 있는 약국을 통해 미력하나마 건강지킴이 역할을 할 수 있어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특별한 일이 없다면 주 7회 약국에 나와서 환자를 늘 반갑게 맞이할 생각이다. 환자들도 익숙한 약사의 얼굴을 보고, 따뜻한 말 위로 말 건네야 안심하고 돌아갈 수 있지 않겠느냐”며 “피곤하겠지만, 그 피곤함을 떨쳐버릴 더 큰 보람이 있기 때문에 걱정없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매우 늦은 밤 갑작스럽게 방문에도 약사의 전문성 있는 약 처방과 환자에 맞는 약을 구매할 수 있는 공공심야약국 제도가 널리 확산됐으면 하는 필요성을 역설하며, 새벽 1시까지는 피곤하더라도 언제든지 환자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겠다는 굳은 다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