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보바구미로 인해 피해가 점점 더 심각해지면 친환경 농법과 더불어 무화과 농사 자체를 포기할 수도 있어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지난 2017년 귀농해 미암면 채지리에서 친환경으로 무화과를 재배하고 있는 이건수씨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숭숭 뚫려 까맣게 죽어가고 있는 무화과나무 밑퉁을 애처롭게 어루만지고 있던 이씨는 “곰보바구미가 얼마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일일이 나무 밑퉁을 손으로 파보고 있지만 그 수를 아직까지 헤아릴 수 없다. 무화과나무를 그동안 자식처럼 애지중지 키웠는데 매우 속상하다”라며 애끓는 속을 내비쳤다.   
지난 2019년 영암에서 일부 발생한 곰보바구미 해충이 올해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영암지역 무화과 농가를 중심으로 창궐하면서 무화과나무가 죽는 등의 피해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곰보바구미는 무화과나무의 새싹이나 과일을 갉아 먹고, 특히 나무 밑둥과 뿌리에 구멍을 뚫어 성장 자체를 해쳐 나무를 죽인다.  
870평에 이르는 노지(지붕 따위로 덮거나 가리지 않은 땅)에서 600그루 상당의 무화과나무를 재배하고 있는 이 씨의 농가도 곰보바구미 피해를 입어 약 30% 이르는 무화과나무가 죽었다.
이씨는 피해를 입기 전 하루에 200kg(12만개)의 열매를 수확했던 것이 지금은 20kg(1만개)에  밖에 얻지 못하며, 이같이 수확량도 급속도로 급감했다. 
이씨는 “최근 3개월 동안 밤마다 손전등을 켜고 어림잡아 1500마리를 잡았다”면서 “지금 이 상태로 가다 보면 인건비도 안 나올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씨가 직접 손으로 밤마다 곰보바구미를 잡고 있는 것은, 낮에는 나무 밑둥 근처에서 살다가 밤에는 줄기를 타고 올라가 어린싹이나 열매를 갉아 먹는 습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 즉 낮에는 숨어있다가 밤에만 활동하다 보니 이런 수고스러움을 어쩔 수 없이 감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곰보바구미는 몸통이 딱딱하고, 유충은 나무속에서 생활하고 있어 농약이 잘 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영암군농업기술센터는 이러한 습성을 가진 곰보바구미 표본을 채집해 특성 등을 연구 중에 있으나 그 결과가 구체적으로 언제 나올 수 있을 지는 아직까지도 미지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씨 말고도 영암의 무화과 농가들은 속만 터져라 결과를 애처롭게 기다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삼호읍에 위치하고 있는 무화과 농가들은 기다리다 지쳐 농사를 아예 포기하기도 했다.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피해를 입은 농가를 중심으로 실태 파악에 나섰고, 피해 농가를 중심으로 일반 농약보다 더 효과가 강력한 좋은 약을 선별해 약제비 8000만원 상당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영암군에 따르면 이씨처럼 친환경으로 무화과를 재배하고 있는 농가는 27곳 14ha다. 현재 영암에서는 노지와 비닐하우스를 합쳐 985곳의 무화가 농가가 있으며, 총 재배면적은 친환경 농가를 포함해 458ha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