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면에 위치하고 있는 성재리 포구는 영산강 하굿둑이 들어서기 전까지는 목포로 나가는 주요 뱃길 길목이었다. 민물과 바닷물이 교차하는 곳이어서 영암과 목포·나주·함평·무안에서 민물고기와 바닷고기를 잡으러 오는 어부들도 상당했다. 수십 척의 배들이 끊임없이 들고 나던 꽤 번창한 포구였던 까닭에, 횟집도 여러 곳 있었으며 심지어 사진관도 있던 마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불법 어로행위를 할 때에는 내수면 어업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라는 영암군의 경고문 표지판이 가장 먼저 눈에 띄며, 포구 쇠퇴의 쓸쓸함을 낳고 있다.
지난 19일 서호면 성재리 무송동 마을 동쪽의 성재리 포구에서 오랜 기간 어부로 살아왔던 2명의 마을 주민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2톤가량의 쪽배인 제일호와 백운호를 운영했었다. 지금은 녹슬어 오랜 세월을 견딘 채로 선창에 놓여 있는 배들의 곁에서 차분히 옛일을 회상했다.

한용택 씨와 하귀봉 씨는 오래전부터 이 포구를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 토박이로 성재리 포구의 흥망성쇠를 지켜본 장본인들이다.
이들은 포구가 한창일 때는 고기를 잡아 생활했던 어부였지만, 지금은 대부분 마을 주민들이 그렇듯이 영산강 하굿둑을 막아 생긴 간척지에서 벼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여전히 성재리 무송동마을에서 고기잡이 허가(내수면 어업허가)를 받은 사람은 33가구 가운데 8가구이다. 이 가운데 포구에 기대어 그물질을 전업으로 하는 주민은 거의 없다. 

한 씨와 하 씨가 소유하고 있는 배들은 20여년 전까지만 해도 넓은 길이의 그물을 내린 뒤 걷어 올려 그물에 걸린 고기를 잡는 자망방식으로 조업을 했다. 폭이 150m에 길이가 50m인 그물을 내려 다양한 어종의 고기들을 잡았었다. 자망(걸그물)은 옆으로 기다란 사각형의 그물을 물고기가 다니는 통로에 수직으로 펼쳐 고기가 그물코에 걸리게 해 잡는 어구다.
당시 한 씨와 하 씨가 걷어 올린 그물에는 붕어와 잉어·메기·새우·장어·재첩 등이 풍성하게 따라와, 일할 기운이 절로 돋워지는 흥겨운 시절이었다며 쉼없이 과거를 늘어놓았다.

이들은 “우리 마을 주민들은 20년 전만 해도 메기, 새우, 장어 등 각종 어종들을 잡아 하루에만 200㎏ 정도 잡아 2000만원 정도의 꽤 괜찮은 수입을 올렸다”며 “잡은 고기들은 포구에 가두리를 쳐서 넣어놓고 기다리다 보면 중간 상인들이 웃돈을 주고 사가곤 했다. 그 당시에는 풍족한 삶을 살았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농협에서도 돈이 많다는 것을 알았는지 적금도 가입하라며 우리한테 영업도 했다”며 웃었다.

그러나 지금은 내수면으로 바뀐 성산리 포구의 어족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3중 자망이 아니라 홑자망만 사용할 수 있다 보니 고기들이 그물 사이로 많이 빠져나갈 뿐만 아니라, 생태계 변화로 인해 어종들 수도 많이 감소한 실정이다. 
한 씨와 하 씨는 “아무래도 물길을 막다 보니 다양한 고기들이 많이 사라져버린 것은 사실이다”며 “지구 온난화로 인해 수온 등의 영향도 있을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치어 등이 사라졌고 황소개구리나 블루길과 배스 등의 외래종이 많이 번식해 토종 어종은 지금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전했다. 

또 이들은 “지금도 그물질을 해서 고기를 잡을 수야 있지만, 고기를 잡다가 물길을 따라 내수면 경계(무안 비로촌과 영암 동호리~몽탄대교 일원)를 넘어가면 내수면 어업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고기잡이가 쉽지 않다”고 푸념했다.  
특히 “이런 점을 감수하고서라도 고기를 잡아 팔았을 때에는 기껏 하루 20만원 벌이밖에 되지 않아 기름값이나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며 “이렇게 배들이 선창에만 정박해 있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