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군청 홈페이지의 칭찬게시판에 누군가에 대한 칭찬 글이 올라왔다. “덕분에 영암이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영암을 다시 찾고 싶다” “친절하셔서 또 뵙고 싶다”와 같은 훈훈한 말 등이 올해에만 세 건이 게재됐다.  

이 훈훈한 칭찬의 주인공은 바로 누구일까. 영암터미널에 가 소장과 기사들에게 이 주인공에 대해 여쭤보니 손가락으로 으뜸 표시를 한다. 
“우리 영암터미널의 마스코트여”
기사님들이 가리키는 곳을 따라가니 최명숙 씨가 환한 웃음으로 매표소를 지키고 있었다. 영암읍 역리 토박이인 최 씨는 결혼 후 주부로 지내다 버스기사였던 남편의 소개로 99년도부터 영암터미널에서 일하게 됐다. 최씨는 “아이들만 돌보다 여러 사람을 마주하고 얘기하게 되니 너무 즐거웠어요”라고 말한다. 

매표원인 최 씨의 일과는 8시 반부터 시작된다. 손님들에게 표를 발권하고, 매표내역과 요금을 정산하고, 터미널 내외 CCTV관리, 대기실, 화장실 등 터미널 환경정리를 하고 있다. 23년간 매표원으로 일하며 최 씨는 본인만의 일하는 노하우를 익혔다. “간도 쓸개도 없단 말이 있잖아요. 저는 출근할 때 집에 간을 빼놓고 나와요. 손님을 상대할 때는 제 자존심, 아집을 내려놔야 돼요. 손님을 오롯이 이해하면 나만 힘든 억지 친절이 아닌 나도 함께 기쁜 친절이 나온 답니다”라고 말한다. 
지난 추석에는 시댁을 방문하려고 울산에서 내려온 한 아이엄마가 짐을 한가득 들고 매표소를 찾았다. 시골인지라 버스운행시간, 노선 등 교통정보를 알기 힘들어 하는 모습에 최 씨가 나서 시댁까지 가는 길을 5분가량 친절히 안내했다. “영암의 버스 노선을 다 꿰고 있다. 제가 알고 있는 것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지 않겠냐” 고 언급한다.

이렇듯 손님들에게 친절한 인사와 설명은 물론 무거운 짐을 든 어르신들을 위해 매표창구에서 나와 버스 화물칸까지 직접 짐을 옮겨드리는 일도 빈번하다.  
사람을 상대하다 보니 고충도 있기 마련이다. 거스름돈을 잘못 거슬러줬다고 화내는 손님도 있었다. CCTV가 없던 시절이라 사실을 증명하기가 더욱 힘들었다. 흥분한 손님에게 최 씨는 평정심을 잃지 않고 이전에 어디에 들러서 어떤 물건을 구매했는지, 남은 돈이 얼마여야 하는지 차근차근 손님이 기억을 되짚어 볼 수 있게 했다. 
다행히 손님은 본인의 실수를 인지하고 음료수를 사들고 와 최 씨에게 사과했다고. “그때만 생각하면 눈앞이 깜깜한데 그래도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해요”라고 긍정적으로 회상했다.

영암을 찾는 외지인들에게도 따뜻함을 안겨준 최 씨처럼, 어쩌면 거창한 홍보보단 영암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 한사람, 한사람이 영암의 자랑스러운 얼굴이 아닐까 싶다.  김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