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흥리 새실 마을엔 월출산 자생식물이 사는 푸름 가득한 정원이 있다. 오색잉어가 헤엄치는 연못 옆에는 하얀 주택 한 채가 우뚝 서 있다. 이곳은 바로 새실 마을에서 3대째 이어지는 농업회사가 마련한 정원카페이다. 

정서진(35·용흥리)대표는 “30년 동안 준비한 작품이에요”라며 첫마디를 뗐다. 새실오브앰비언스(이하 카페 새실)는 정대표의 조부님이 운영하던 회사가 있던 자리로서 예부터 꽃과 식물이 가득했다고 한다. 새실 마을에 살며 어릴 적부터 보고 자란 게 식물이라 그런지 정 대표는 자연스레 전남대 조경학과에 입학했다. 조경기술사 자격증을 따고 세종시에서 8년간 조경사로 일하던 중 영암에 강진과 광주를 잇는 고속도로가 생긴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정대표는 꿈을 이룰 기회라 생각하고 그길로 영암에 내려왔다. 영암초에 다닐 때부터 “이 곳에 우리 마을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가게 하나는 차려야 겠다”고 마음먹었다고.

카페 새실은 앞쪽으로는 월출산의 사자바위가 뒤쪽으로는 유채경관단지가 둘러싸고 있어, 동서남북으로 새실 마을이 한 폭에 펼쳐진다. 새실 마을의 절경과 어우러지는 4000여평의 카페 정원은 땅을 다지고 연못을 파고 나무를 심고 다듬는 것까지 모두 정대표가 했다. 정대표는 “저희 정원은 월출산의 축소판이죠”라고 자부했다. 정원 이곳저곳엔 마삭줄, 매발톱, 한련화, 상록수가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정대표는 월출산국립공원 사무소와 업무 협약을 맺어 매력적인 관상 가치가 있고 번식력이 우수한 식물을 중점으로 적정 수종을 탐색해 카페 정원에서 월출산 자생식물들을 길러낸다. 자생식물들로 분화, 씨앗 카드, 미니 식물 재배 키트와 같은 홈 가드닝 상품을 개발해 손님들에게 선보이고 있다고.

카페 안으로 들어가면 마감재를 붙이지 않은 노출콘크리트의 벽과 천정을 볼 수 있는데 월출산의 사자바위의 질감을 고스란히 표현했다. 카페 1층은 한 면이 전부 통유리로 돼있어 연못을 보며 쉴 수 있다. 2층은 모두 창밖으로 향해있는 테이블로 이뤄졌는데 유채 밭과 월출산. 앉은 방향에 따라 달라지는 풍경이 묘미다. 2층엔 야외 테라스도 있어 시원한 바람을 맞을 수도 있다.
이렇게 카페 새실은 변하는 자연 경관과 분위기를 고스란히 전하는 공간인 만큼, 새실 마을의 자연을 음료 한잔에도 가득 담았다. 새실 정원의 자목련의 색을 표현한 분홍빛 에이드 ‘사요나라’, 유채의 환한 노란빛을 표현한 유자에이드 ‘씨엘그린’, 직접 수확한 홍매실과 청매실로 만든 매실 에이드 ‘히메’ 등 계절별로 색색의 음료를 맛볼 수 있다. 또 월출산의 깃대종인 천연기념물 남생이를 표현한 ‘카모플라주’와 ‘모리’는 말차를 넣어 만든 커피와 라떼이다. 새실의 라떼는 락토프리 우유를 사용해 우유 소화가 어려운 사람들도 마실 수 있다. 

독특한 이름의 음료들에 익숙지 않을 수 있지만 직접 연구하고 개발한 레시피인 만큼 음료 안에 담긴 의미와 진정성을 맛보는 재미가 있다. 전 직원이 바리스타 자격증도 보유하고 있다고.
카페 새실은 앞으로도 공공기관들과 협업해 카페 안팎에 치유농업, 원예체험을 하며 영암군의 관광, 문화에 기여하는 사업을 구상하고 실현할 계획이다. 정대표는 “음료만을 파는 카페가 아닌 다양한 마케팅과 농촌의 멋을 알리는 6차 산업의 역할을 해 나갈 것이다”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