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에 큰 배낭을 메고 땀을 주륵 흘리며 들썩하게 들어오는 한 이들이 어느 식당으로 들어간다. 이내 “여기 토종닭 하나요” 라고 호탕하게 외친다. 한 땀 식히는 시간에 어느 새 나온 백숙을 후후 불어 들이키는데, “시원하다”라는 감탄사만 연신 들린다.

월출산을 등반하고 난 이후에 먹으면 더욱 맛있다는 토종닭 요리를 30년간 만들어온 요리사가 있다. 바로 군서면에 위치한 ‘월출산이야기’를 운영하고 있는 조윤 대표. 이뿐 아니라 지난 7일에 여수엑스포에서 열린 ‘남도음식 경연대회’에 영암대표로 나가 ‘더덕 한방 토종닭 코스요리’로 최우수상을 받았다.
“다 엄마 손맛이죠” 
조윤대표(군서면·53)는 군서면 도갑리에서 나고 자랐다. 1976년도부터 도갑사 입구에서 닭 요리 식당을 하셨던 어머니에게 어깨너머로 배우며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요리를 시작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서울에서 반도체회사를 다니며 직장생활을 해보기도 했지만, 어릴 적부터 손에 익은 요리가 마음을 떠나지 않아 92년도에 다시 도갑사로 내려왔다. 어머니의 식당에서 일하다가 97년도에 도갑사에 ‘월출산이야기’란 식당을 개업해 닭 코스 요리를 판매했다. 그렇게 월출산을 오르내리던 등산객들의 보신을 책임지다 도갑사지구 개발로 인해 2011년도에 현재 군서면 구림리로 자리를 옮겼다. 

조윤 대표의 토종닭코스는 닭가슴살 육회, 주물럭, 한방백숙, 흑임자죽, 더덕무침, 파전, 도토리묵으로 구성됐다. 이 코스요리는 닭 한마디로 뚝딱 만드는 요리다. 영암 덕진에 있는 농장에서 싱싱한 토종닭을 매일 공수해와 주문과 동시에 직접 닭가슴살로 육회를 발라낸다. 또 효소가 듬뿍 있는 영암 무화과 청으로 닭 주물럭을 만든다. 살을 바르고 남은 뼈로는 백숙을 끓이는데 황칠, 홍삼, 대추 등 한방재료가 잔뜩 들어간 뜨겁고 개운한 국물이 일품이다. 마지막엔 친환경 흑임자로 만든 고소한 죽이 나오는데 호호 불어 잘 익은 남도 묵은지를 위에 올려 한술에 뜨면 두둑하게 나온 배를 통통 두드릴 수 있다. 
조윤 대표는 세상에 닭을 재료로 한 요리는 많지만 이런 코스 구성과 특히나 닭가슴살 육회는 전국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든, 도갑사에서 시작돼 영암에만 있는 향토 음식이라고 자부했다. 토종닭코스의 매력은 이뿐만 아니다. 조윤 대표는 “제 요리는 슬로우푸드에요. 뚝딱 해치울 수 있는 음식이 아니죠. 세상이 워낙 바쁘다지만 요리가 만들어지는 동안 도란도란 얘기도 나누고 여러 가지 음식들이 순서대로 천천히 나오니 충분히 음미했으면 해요”라고 말한다.

조윤 대표는 담양의 떡갈비, 벌교 꼬막처럼 더덕토종닭요리를 향토음식의 주축으로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향토음식 마스터 양성과정, 외식경영, 외식 CEO 심화과정 아카데미를 수료하고, 향토음식전문지도사 2급 자격을 취득했다. 2016년에는 남도음식경연대회에 ‘닭불고기’로 도전했으나 낙선했다. 그때를 발판 삼아 재도전한 22년 경연대회에서는 최우수상을 받아냈다. 음식 맛은 항상 자신 있다는 조윤 대표. 이번에는 상차림 모양새에 신경을 썼다. 영암 모정리의 월출산 도예공방 정수미 작가의 도기그릇으로 맛깔나게 차려냈다고. 조윤 대표는 “심사위원들이 닭 육회를 보고 굉장히 신기해하고 정신없이 먹더라고요”라며 웃으며 말한다.

영암이 푸짐하고 맛스러운 우리 남도음식을 대표하는 관광지가 됐으면 좋겠다는 조윤 대표. 월출산과 벚꽃, 기찬랜드, 매력한우, 낙지와 더불어 ‘영암식 토종닭’도 영암을 상징하는 데에 함께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