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흐르다 보니 고향의 맛이 그리워 어머니가 했던 전통의 바탕 위에서 저만의 방식으로 자연 발효식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서호면 산골정 마을에서 자연 발효식품을 만들고 있는 배재희 대표의 중요한 계기다.

배 대표는 진도 조도에서 태어나 11년 전 연고도 없는 산정골 마을에 정착해 오랜 시행 착오 끝에 이제는 각종 자연 발효식품을 고급스럽게 만드는 최고의 발효전문가가 됐다. 배 대표는 어머니의 전통 음식을 한번 해보자 마음먹고, 진도 조도를 떠나 목포에서 1년 여간 거주한 뒤, 자연 발효식품을 만들 수 있는 터를 찾다가, 우연히 산골정 마을 이장을 만나 ‘빈집이 혹시 있느냐’ 물어본 것이 본격적인 시발점이 됐다.  

배 대표는 “처음에는 삼호읍이 발효식품을 만드는 장소로 좋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공단이 많아 발효식품을 만드는데 적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마을이장을 만나 서호 은적산을 알아난 뒤, 이후 은적산 정상을 올라가서 살펴보니 우선 마음이 편해지고 마을이 한 눈에 들어왔다”며 “이처럼 천혜의 자연환경이 마음에 들어서 최종 이 마을을 선택했다”라고 덧붙였다.

그가 대표를 맡고 있는 ‘배재희 산골정’은 그가 현재 거주하고 있는 마을 이름을 가져온 것이다. 이곳은 자연 발효장이면서 또 각종 발효 교육기관, 귀농 귀촌자를 위한 발효전문 교육 세미나장도 겸하고 있다. 배 대표는 “이곳에서 전통발효 교육을 받은 이수생이 많고, 이 가운데 서로 지인의 연락을 통해 전통 발효식품들을 사가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의 발효장을 지난 29일 찾아갔다. 우선 눈에 보이는 것이 수많은 발효식품 인증서와 수상실적, 그리고 가지런히 진열해 놓은 자연 발효식품들이 보였다. 배 대표는 “최근에는 순천에서 열린 전국 발효 소스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며 “이틀에 걸쳐 심사를 했는데 전문가와 소비자 평가에서 최고로 맛과 품질을 인정받았다”고 웃으면서 답했다.

배 대표가 만드는 대표적인 자연 발효식품들은 어육간장과, 홍도라지청, 청국장 양갱이, 전통주인 단양주와 삼양주 등이다. 또 어육간장에서 천연 된장과 고추장을, 청국장 양갱이에서 청국장, 청국환, 청국장 분말을, 이어 무화과청, 보리막장 등의 20여 가지를 생산해 내고 있다.  
특히나, 어육간장과 홍도라지청은 배 대표의 인생 이야기가 스며 들어가 있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어육간장의 시작은 배 대표의 어릴 적 어머니 기억으로부터 시작된다. 배 대표는 “저의 고향인 진도 조도는 농어와 우럭, 장어 등이 흔했다. 이를 잡아서 어머니는 간장에 든 항아리에 넣었다”고 우선 말했다. 이어 그는 “항아리 속에 있는 간장 떠오라는 어머니의 심부름에 우연히 항아리 밑을 보니 생선가시가 있는 걸 봤다”고 덧붙였다. 

이후 오랜 시간이 흘러 배 대표는 “항아리 속에 생선을 넣으면 바닷물이 그대로 묻어 있어 부패가 되지 않았다는 것을 발효 공부를 하면서야 알았다”며 “단백질 성분들이 분해 되면서 발효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저만의 방식으로 부패되지 않고 자연히 발효가 되는 소금물의 비율을 고심 끝에 찾아내 최종 나만의 어육간장을 만들어 냈다”고 밝혔다.

배 대표의 어육간장은 육질이 단단한 생선과 소고기, 닭, 여기에 각종 잡내를 제거하기 위한 배 대표만의 비밀스러운 약초물을 섞어, 적당한 소금물을 맞추고 항아리 속에서 5년 동안의 숙성 끝에 최종 탄생된다. 
이같이 적당한 소금물을 맞추지 못하면 생선이 부패하기 때문에, 이를 맞추는 것이 최종 관건. 이 기술을 배 대표가 오랜 시간의 연구와 실패 끝에 찾아낸 것이다. 

홍도라지청도 기관지 천식을 앓고 있는 손자가 건강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 만들어졌다. 홍도라지청의 주 원료인 손수 재배하고 키운 백도라지를 건조하고 발효시켜 직접 기른 엿기름 등을 가마솥에 고아 만들어진 정성어린 자연발효식품이다. 도라지의 특유의 쓰고 떫은 맛은 사라지고 은은한 향만이 남아, 최고의 고급스러움을 자랑한다. 

최근에는 모싯잎 송편과 밀키드 제품들이 6차 산업으로 인정받아 전남도에 있는 각종 기관단체에도 제공되고 있다.
배 대표는 “각종 자연 발효음식들이 사라지지 말고 오랫동안 이어져 가서 후대에도 기억하고 남길 바란다”며 “발효음식들이 전 세계에 널리 알려졌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