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위기에 대한 징후가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특히 지역의 대기업 중 하나로 손꼽히던 현대 미포조선이 대불산단 내에 위치한 블록공장을 연내 철수할 것으로 보이면서 불황에 따른 여파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이다.
지역내 조선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안에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의 모회사인 현대중공업그룹이 대불산단 내 블록공장을 접고 울산 본사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된 이유는 사상 최악의 ‘수주 절벽’에 따른 운영비 절감과 울산과 영암을 오가야 하는 물류비 부담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직 정확한 계획은 발표되지 않았으나 현대미포조선이 올해 수주량이 3척에 불과해 앞으로 신규 수주가 없는 한 공장 철수는 시간문제라는 것이 업계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현대미포의 경우 정규직이 25명에 불가할 정도로 정규직 비중이 낮아 회사입장에서는 공장을 철수하는데 부담이 적다는 점도 공장철수에 대한 가능성이 더욱 높이고 있다.
정규직으로 근무하는 직원이 적지만 현대미포조선 블록공장이 철수할 경우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상당하다는 것이 노동계의 목소리이다.
우선, 현대미포조선에서 근무하는 하청업체 직원 900여명은 당장 실직상태에 놓이게 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여기에 현대미포조선으로부터 물량을 받은 회사를 비롯해 재하청 업체, 일당직 이른바 물량팀으로 불리는 15~30명씩 팀을 이뤄 투입되는 일용직 근로자 등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는 대불산단의 산업구조의 근간마저도 흔들릴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이러한 문제들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서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사실이다. 조선업계의 구조조정의 가장 큰 피해자가 물량팀 등 하청노동자이지만 정부대책은 컨트롤 타워없이 자산매각과 인력감축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정부에서 발표한 조선업 고용지원대책인 ‘특별고용지원업종’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다양한 대책이 나오고 있으나 노동계의 반응은 여전히 차갑다.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제도는 고용사정이 급격히 악화할 우려가 있는 업종을 지정해 고용유지지원금, 특별 연장급여, 전직·재취업 및 창업 등을 지원하는 제도이다.
하지만 정부의 대책이 기업체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다 조선업 뿐만 아니라 건설업 까지도 불황인 상황에서 재취업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노동관계자는 “2013년 통영 중소조선사 위기로 고용촉진특별구역 지정됐을 때도 대량실업 뒤로 사후약방문격이었고 혜택도 대부분 기업에게 돌아가 물량팀에겐 도움이 안됐다”며 “현대미포조선 공장철수가 현실화 되면 타 기업들도 공장철수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심각한 아노미현상도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