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말

이 혼돈(混沌)의 시대에 영암향교(전교 강동하)가 ‘2023 유교아카데미’와 ‘인문학 특강’을 열었다. 이 두 강좌가 내 마음을 위무(慰撫)해주었다. 유학(儒學)이 온고지신(溫故知新)으로 시대의 길잡이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4박5일(10월 30일~11월 03일) 간의 ‘상해-항주 유적지 답사’를 영암향교 어르신들과 함께 다녀왔다. 과연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는 고사성어를 실감했다. 총 27명이 함께 했던 이번 답사는 무이서원(武夷書院)과 자양서원(紫陽書院), 그리고 만송서원(萬松書院) 방문으로 요약된다. 그 가운데 백미(白眉)는 바로 공맹(孔孟) 시대 이후 성리학을 집대성한 주희(朱熹)와의 만남이었다. 또한 만송서원과의 자매결연 체결도 빼놓을 수 없다. 이를 계기로 유학을 통한 양국 간 우호증진과 학술교류의 지평을 활짝 열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리하여 이번 기회에 유학에 대한 우리들의 관심과 인식을 제고(提高)시키고자 졸고(拙稿) ‘나의 중국답사기’를 5회에 걸쳐 연재하고자 한다.

월출산(月出山)에서 무이산(武夷山)까지

10월 30일(월) 새벽 1시 영암향교를 출발한 버스가 인천공항에 도착한 시각은 대략 5시 30분, 최근 양국 간 불편한 관계를 대변하듯 탑승수속은 생각보다 훨씬 까다로웠다. 그래도 새로운 여정에 대한 설렘으로 반쯤 지친 몸을 달래며 우리는 ‘MU5052’기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2시간 후, 상해 푸동공항에 내리니 후덕한 인상의 가이드가 우리를 맞아주었다. 점심 장소로 가는 버스 안에서 그는 자신이 조선족 3세이며 연변 훈춘시가 고향이라고 첫인사를 한다. 그의 구수한 말투를 경청하는 동안 버스는 어느새 식당에 도착했다. 국내 중국식당과는 사뭇 분위기에서 처음으로 중국 현지식을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버스는 다시 무이산행 고속열차 터미널을 향해 1시간 이상을 신나게 내달린다. 상해라는 도시가 생각보다 크게 느껴졌다. 서울역보다 혼잡한 열차역에서 얼마나 보냈을까, 오후 3시 30분이 지나서야 우리는 무이산행 고속열차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평균 시속 300km로 3시간 40분 걸리는 거리라고 하니 쉽게 가늠이 되지 않는다. 가이드가 목포에서 신의주 정도의

거리라고 귀띔해 준다. 대륙에 왔음을 비로소 실감하며 차창 밖 붉은색 건물들과 키 큰 나무들이 어우러진, 조금은 을씨년스러운 풍경들과 마주한다. 그러다 지치면 잠을 청하기도 하고 일행들과 담소(談笑)하며 지루함을 달랬다. 얼마나 달렸을까? 목적지 ‘무이산북역’은 이미 어둠이 드리워있었다. 한적하고 정겨운 무이산 시내 풍경이 상해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이틀 밤을 보낼 ‘무이산 원덤호텔’이 우리를 맞아준다. 우리는 곧장 저녁을 먹고 여장을 풀었다. 내일은 신유학(新儒學)의 거장 주희(朱熹) 선생님을 만난다는 기대감으로 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