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영암 우리신문의 조합원도 아니고 부끄럽지만 유료 구독자도 아니다. 그러나 영암 우리신문이 협동조합으로 조직된 몇 안되는 지방언론사라는 사실과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독립언론의 길을 지향한다는 점은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사실 만으로 넘치는 격려와 응원을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개의 협동조합과 지방언론이 그러하듯 부딪치는 현실의 벽은 단단하다. 협동조합은 확장된 형태의 동업이다. 조합원 모두가 사업과 사업체에 대해 동일한 권한을 행사하고 책임을 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업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절대 동업하지 말라는 것이다. 여럿이 하는 동업인 조합은 더더욱 하지 말아야 할 일이 되고 만다. 공통의 목적을 위해 모였더라도 서로 다른 사람들 사이 의견과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무척이나 지난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만 모여도 힘이 드는데, 무려 십여명 또는 수십명이 모여있는 조직이라면 말해 무엇하랴? 그래도 안에서 무성한 논쟁이 있는 조합의 사정은 나은편이다. 최소한 구성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적지 않은 조합들이 책임과 운영은 소수의 조합원들에게 맡기고, 나머지 조합원들은 출자한 것으로 자기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다들 주머니 사정이 빤하니, 출자금도 소액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선 일을 일답게 해내기 위해서는 지나치게 소액의 출자금을 하한선으로 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조그만 외식 업소 하나를 창업하기 위해서도 수 천만원의 비용이 우습게 들어간다. 어떤 사업을 진행하더라도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기까지는 최소 2, 3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 시간을 조합원의 힘으로 버텨낼 수 있는 최초의 자본형성이 꼭 필요하다. 적정 자본형성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돈이 가는 만큼 마음도 가기 때문이다. 이 사업의 성패가 나에게 큰 손익이 되지 않는 것이라면 조합원의 자발적인 참여도 기대할 수 없다. 협력과 연대 상호부조와 상생은 협동조합의 기본 정신이지만, 이러한 고색창연한 가치만으로 지속가능한 조직의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가치가 아니라 가치를 실현할 물질적 준비와 참여가 성패의 열쇠라 생각한다.

어려운 상황임에도 나는 협동조합 특히 영암 우리신문과 같은 언론협동조합의 역할과 기능은 꼭 필요한 것이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중앙정치에 경도된 지역주민의 관심을 환기해주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한 기둥이기 때문이다. 정치에 조금 관심 있는 어른들이라면 이당 저당 국회의원들의 이름은 물론 일거수 일투족 행적까지 잘 알아서 비판하거나 칭찬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그러면 우리 군민들은 영암의 지방정치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주고 계실까? 해외연수에 나가 크게 사고를 치고 오는 경우가 아니라면, 내 지역구 군의원은 물론 군수가 누구인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름도 모르는 정치인들의 행적은 더 말해서 무엇하랴? 지방정치인들이 가장 신뢰 받지 못하는 집단이 된 것은 무관심의 그늘이 키운 우리 풀뿌리 민주주의의 슬픈 자화상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정치는 여의도와 서울에만 있었다. 하늘 높은 곳, 손에 닿지 않는 곳에 있던 정치를 주민들 삶의 현장으로 데리고 와야 할 책무가 지방언론에 있다고 생각한다. 전국에서 최초로 초중고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했던 영암군이다. 정치와 정치인들이 주민의 생활 속에 자리하도록 영암 우리신문의 활약을 기대한다.

더불어 말 그대로 영암사람의 이야기가 있는 신문이 되어주면 좋겠다. 시쳇말로 사람이 개를 물어야 뉴스가 된다지만, 다른 신문에서는 다루지 않는 장삼이사 우리 이웃들의 얘기를 영암 우리신문이 다루어 주면 좋겠다. 아이들 찾아보기 어려운 시골에서 이번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의 이름이 신문에 빼곡히 들어차면 좋겠다. 중학교에 다니는 김씨네 큰 아들이 공부는 못해도 학교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이유가 탐사보도로 나왔으면 좋겠다. 어느 농부 창고에 낳은 길고양이 새끼들의 묘생이 기획 연재되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나와 내 이웃의 사람 냄새로 가득한 신문, 협력과 연대로 함께 커나가는 조합으로 영암 우리신문의 미래를 응원한다. 영암 우리신문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