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암군농민회 사무국장 권혁주

중국 전국시대 위나라의 혜왕과 맹자(孟子)의 대화로 유명한 “칼로 사람을 죽이는 것과 정치로 사람을 죽이는 것이 다르지 않다”는 문구[以刃與政 有以異乎, 曰 無以異也]의 일부이다. 몇 년 전에 방영한 드라마를 통해 유명해지기도 했고. 올해 야당 대표의 신년사에도 등장하기도 하였다.

사람의 생사를 가르는 일에 칼과 정치의 차이가 없다는 말은 정치가 어떻게 되는냐에 따라 국민들의 삶이 결정된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2024년 우리 사회의 정치는 과연 국민을 살리는가? 아니면 죽음으로 내모는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법을 만들어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버린다.

국민의 식량안보와 건강을 지키는 법안,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법안, 대통령 부인의 부정비리를 조사하기 위한 법안도 대통령이 무시해버리면 그만이다.

심지어 서울 한복판에서 159명의 젊은이들이 영문도 모르고 생을 마감했던 이태원 참사 특별법도 거부권을 행사하려고 하고 있다.

어디 이 뿐인가? 불과 몇 년전 한반도에 불어오던 평화와 통일의 훈풍은 완전히 북풍한설로 바뀌어 휘몰아치고 있다. 지금 당장 미사일이 날아들고 핵폭탄이 머리 위에 떨어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일촉즉발의 화약고가 되어 있다. 부자들에 대한 세금은 줄여주고, 물가 폭등, 이자폭탄으로 서민들은 죽어가고 있다. 건전재정이라며 국가재정마저 사실상 줄어들면서 소비는 더욱 위축되고, 경기는 살아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마저 곳곳에서 무너지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의 정치가 칼로 사람을 죽이는 것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아니 이 정부는 정치로만 국민들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직접적 탄압도 서슴지 않고 있다.

여당소속의 서울시의원은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구하러 용산 대통령실에 들어갔던 대학생들을 ‘사살’하라고 부추기는 글을 썼다. 또한, 얼마전에는 대통령과 악수하던 한 국회의원이 “국정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국민이 불행해진다”며 한 마디 하자 경호원들이 입을 틀어막고 사지를 들어 끌고 가버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국민의 대표이고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도 개처럼 끌고가는 세상에 평범한 국민들이 이런 상황이었으면 몽둥이 찜질을 당했을 것이다.

어쩌다 우리 사회가 이렇게 되었는가? 87년 6월항쟁으로 민주화된 세상이 되었다고 방심했던 결과이다. 촛불항쟁으로 독재정권을 몰아내고도 정부, 검찰, 언론, 사법부 등 사회 전반에 대한 개혁을 못한 결과이다. 180석을 만들어 줘도 아무것도 못하는 아니 하지 않은 무능력이 만든 결과이다. 학연 지연 혹은 금품이나 이권 등에 이끌려 찍어준 선거의 결과이다.

지금이라도 용기를 내야 한다.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이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생전에 “불의를 보고도 행동하지 않은 양심은 악의 편이다며 하다 못해 담벼락에 욕이라도 하라”고 했다.

더 이상 정치가 사람을 죽음으로 내모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정치, 사람을 살리는 정치가 될 수 있도록 모두의 용기가 필요한 때이다.